▲ <사진제공=뉴시스>

[위클리오늘=김민석 기자] 60만명에 달하는 KT 고객의 통신요금이 은행계좌에서 이중출금된 21일 금융사고는 전산시스템 문제가 아닌 통신사와 은행간 업무 협조가 엇박자났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 IT 관련 부서 직원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데, 은행 측은 작업 오류시부터 사태 발생시까지 한나절 동안 문제 파악도 하지 못한채 손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KT 관계자는 "이달 초 마무리된 사내 전산시스템 최신화 작업은 이번 건과 무관하다"며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후에 터진 사안이기에 얼핏 시스템 교체와 결부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1일자로 요금 자동 출금되는 고객 명단을 신한은행에 넘길 때 틀린 부분이 있었다. 이를 은행 측에 통보했고 은행 측도 다시 보내주는 자료를 근거로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중복출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측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KT는 5월분 요금 자동출금 명단 등 고객 정보를 전날 오전 대략 9시 경에 전(全) 금융사에 발송하고 출금을 요청했다.

매달 21일 거래은행 계좌에서 요금이 자동으로 빠지게끔 사전 신청한 고객들로, 무선상품 고객(휴대전화 가입자)이 대부분이지만 유선상품 고객(인터넷·유선전화 등 가입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 직후 KT는 유독 신한은행에 보낸 자료에만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은행 측에 사실을 통보했다. 1시간 뒤쯤 수정된 자료를 발송하고 출금을 다시 요청했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은행 측은 1차 자료를 삭제해 고객 통신비가 2차 자료를 토대로 한차례만 출금되도록 조치했어야 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이날 오후 6시경부터 신한은행을 KT 출금계좌로 지정한 고객들의 5월분 통신요금이 이중으로 빠져나갔다. 피해 고객들은 약 60만명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 측은 내부 실무부서의 과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은행 관계자는 "통신사로부터 자료가 오면 바로 활용하는게 아니고 은행 데이터로 가공을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1차 데이터가 취소되지 않았다. 1차 데이터, 2차 데이터 모두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즉 KT의 1차 출금 요청 → 은행의 1차 데이터 가공 → KT의 2차 출금 요청 → 은행의 2차 데이터 가공으로 이어지는 업무 프로세스에서 해당 직원이 1차 자료(또는 데이터)를 취소(삭제)하는 것을 깜빡했다는 얘기다.

원 데이터와 수정 데이터 둘다 6시에 예약시간이 걸린 결과 60만명 고객의 생돈이 계좌에서 유출되는 사태로 연결됐다.

뿐만이 아니다.

KT가 자료를 보낸 것은 아침인데도 신한은행은 내부 오류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 발생시간인 오후 6시까지 '깜깜이' 모드였다. 데이터 가공 작업은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1인당 통신비를 5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3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뭉칫돈이 거래 은행의 실수로 줄줄 샌 셈이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신한은행은 부랴부랴 KT측 (신한)은행계좌에 입금된 돈을 다시 빼내 고객들에게 환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KT고객센터 업무가 이미 종료된 후에 벌어진 일인데다 KT가 이중출금 안내문자를 즉각 발송하지 않는 등 사후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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