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따라갈 경제사절단 규모가 공개된 가운데 금융권 인사가 배재돼 선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강행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금융사 수장을 사절단에 포함시킨 것과 대비된다.

23일 청와대 및 재계에 따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인에 4대그룹 총수와 주요 경영진, 중소·중견기업 CEO 등 52명이 확정됐다.

매년 한미 재계회의를 주관하고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구성을 주도해온 컨트롤타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지만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올해 첫 방미 경제사절단을 구성하는 주체가 대한상공회의소로 바뀌었다. 대한상의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 중견기업들까지 대변하는 경제단체라는 현실도 고려됐다.

주관단체인 대한상의는 주요 단체와 협회·단체 대표, 연구기관 및 시민단체 전문가 등 순수 민간전문가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의위는 각 경제단체가 추천한 기업을 대상으로 대미 투자·교역, 미국 사업실적과 사업계획,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명단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계 인사가 전원 탈락됐다는 점.

지난 2013년 5월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진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금융사 주요 인사가 포함된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조치로 비춰진다.

당시엔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이 승선했다.

금융권은 겉으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가고 그러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청와대서 결정하는 것에 개별 업체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미국에서 비즈니스가 있는 기업 위주로 뽑았다는데 금융권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곳이 없다"며 "본사가 미국에 있다고 해서 CEO가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국GM과 한국3M 등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기업들이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이번 사절단에 진입한 점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금융인 홀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도 금융산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찾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한편 방미 사절단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허창수 GS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자열 LS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11개사, 중견기업 14개사, 중소기업 22개사, 공기업 2개사로, 중소· 중견기업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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