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TV 인간극장 '죽굴도, 그대와 둘이서'.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KBS1TV  인간극장이 이번주(3~7일)에는 '죽굴도, 그대와 둘이서' 김일호-소정숙 부부 편을 방송한다. 

그 섬에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면, 숙련된 선장들만 섬에 들어갈 수 있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겨우 도착해도 섬에 오르려면 한 뼘도 안 되는 나무판자를 올라야 한다.

게다가 이 섬은 태풍이 불면 파도가 산을 넘었다 하니 한때 50여 명이었던 주민들은 다 떠났고, 사람이라곤 달랑 두 가구만 산다. 그중에 한 가구, 김일호(59), 소정숙(54) 부부는 7년 전에 섬으로 들어왔다.

부지런하면 해초며 물고기며 먹을 것이 지천인 섬, 죽굴도. 이런 풍족한 섬에서 금실 좋은 부부는 땅을 가든, 바다를 가든 붙어 다닌다.

아무 돌덩이만 들면 자연산 전복, 해삼이 줄줄이 나오고 바위틈에 던져 놓은 망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꺼내 먹는다. 누가 심어서 가꾼 것도 아니건만, 산에 오디가 잔뜩 열렸다.

정숙 씨는 입이 빨개질 때까지 먹다가,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탄생한 달콤한 오디 밥! 죽굴도 밥상에 메뉴가 또 추가됐다.

# 거친 인생의 바도를 넘으니, '보물섬'에 닿았다

첫 만남에 일호 씨는 정숙 씨를 배에 태우고 시댁으로 데려갔다. 뜨거운 남자에게 끌려 정숙 씨는 모르는 척 따라갔고,그렇게 부부의 24년간의 결혼 생활이 시작됐다.

5명의 어린 시동생들을 씻겨서 줄줄이 등교시키면, 빨래바구니 세 개가 가득 찼다. 그 와중에 임신한 몸으로 시부모님의 병시중을 들었다.

열심히 살아도 병원 빚은 점점 쌓였고, 나아지는 게 보이지 않았다.고생고생하며 살림을 일궜건만... 어느 날, 남편이 덜컥 2억이라는 큰돈을 사기당했다.

울화가 쌓인 남편은 부쩍 날카로워졌고, 혼자 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기 일쑤였다. 정숙 씨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었고,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부는 싸움만 늘었다.
결국, 남편은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정숙 씨, ‘남편과 다신 안 보겠다’ 마음먹었지만,전국을 떠돌다 1년 만에 무릎 꿇고 나타난 남편을 외면하지 못했다. 부부는 노화도 양식장에서 죽어라 일만 했던 삶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바다를 찾아 이 섬, 죽굴도로 들어왔다.

사람에 치이고, 빚에 지친 부부에게 죽굴도는 치유의 삶을 선물했다. 

# 물과의 전쟁! 물러설 곳은 없다

처음 살 집을 찾을 땐, 집터는 대나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경운기를 들일 수 없으니, 맨손으로 이 집을 지었다. 밤낮으로 대나무를 치우고, 시멘트를 발라 마당을 만들었다.

거센 파도에 작업이 멈추기도 수차례, 겨우겨우 살만하게 만들었더니 올해 새로운 고난은 물과의 전쟁이었다.

3개월째 비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섬의 우물들은 바닥을 보인다. 잠깐 노화도에 다녀오니, 담 앞에 꽃은 시들고 텃밭은 온통 메말라 있다. 손수레 가득 물통을 가져왔지만, 며칠 못가 바닥이 드러날 게 뻔하다.

아끼고 아껴 쓴 비상용 물탱크도 마지막까지 바닥을 긁었더니 흙탕물이 됐다. 설거지했던 물로 빨래하고, 그래도 버리기 아까워 텃밭, 꽃밭에 뿌리는데 정숙 씨, 가뭄 속 주부의 삶이란 고달프다.

이웃 복단(66) 씨, 이렇게 심한 가뭄은 8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대로 있다간 죽굴도에서 나가야 할 위기! 물을 찾아 떠난 부부 토박이 녹산(70)씨를 따라 비장한 표정으로 섬 뒤쪽을 샅샅이 찾는데 도착한 곳은 위험천만한 절벽! 미끄러운 바닥에 잔뜩 예민해진 죽굴도 주민들
사고 없이 샘에 도착할 수 있을까?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스물다섯, 스무 살의 섬총각과 섬처녀로 만나 어느새 24년! 노화도 바다에서 양식장을 일구고,
부모님 병시중과 형제들 뒷바라지하며 열심히 삶의 바다를 개척해 온 부부.

그 바다에서 돈도 벌었지만 거친 파도에 넘어져 큰 좌절도 맛보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이별의 시간을 보낸 후, 선택한 ‘죽굴도’에서의 삶 일호 씨와 정숙 씨 부부에게 ‘죽굴도’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다.

아침이면 파도가 잠을 깨우고 날마다 다시마, 톳, 전복으로 풍성한 바다 밥상을 선물하는 ‘죽굴도’~ 이 작은 섬의 하루는 늘 그림 같은 노을과 함께 저물어간다.

거친 삶을 이겨내고 ‘함께’, ‘천천히’ 걸어가는 삶을 선택한 부부가 말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KBS1TV 인간극장 '죽굴도, 그대와 둘이서' 월~금 오전 7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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