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의 도시바(東芝) 본사 건물의 도시바 로고.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가 도시바의 협력업체 웨스턴디지털(WD)의 반발로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따라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WD는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것을 두고 지난 5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14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국제중재법원의 경우는 최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당장은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의 판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는 14일 도시바와 WD를 두고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WD측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도시바를 매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WD가 매각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매각도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도시바 최대의 우방인 샌디스크를 인수한 WD는 샌디스크가 소유한 '매각 동의권(거부권)' 역시 승계받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바측은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함에 있어 WD의 동의는 필요없다”며 “지난해 메모리 사업부분 매각에 대한 동의권 포기를 서로 합의했다”고 반박 중이다.

쟁점은 미국 법원의 판단이 일본 기업의 매각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다. 미국 법원이 WD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일본 법원에서 이를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다만 최근 자기업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일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시바는 WD의 대응에 마음이 성급해 졌다. 당장 오는 8월부터 도쿄 증권거래서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며, 내년 3월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WD를 설득하기 위해 한미일 연합에 합류하는 것도 제안했지만 WD는 이를 거절했다. WD는 특히 SK하이닉스를 지목하며 한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에 불만을 표했다.

업계는 결론적으로 WD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길 바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WD가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매각 불발로 도시바가 상장폐지에 몰리고, 이에 값이 내려간 도시바 메모리를 헐값에 인수하는 것이다.

도시바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다. 도시바는 도쿄 지방법원에 “WD가 메모리 매각을 반대해 약 1200억엔(1조222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함께 "WD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방해하기 위해 부적절하게 정보를 입수했다"며 WD의 매각 관련 정보 접근 차단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예상된 8월 인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하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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