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일 톈진시 영빈관에서 리훙중(李鴻忠) 당서기와 만나고 있다.<사진=SK그룹>

텐진시 최고위급과 면담... 석유화학, 정보통신·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분야서 투자·협력 방안 논의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대중국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폭풍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의 대중국 사업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일 톈진시 영빈관에서 리훙중(李鴻忠) 당서기와 왕둥펑(王东峰) 시장 등 톈진시 최고위급 인사 10여명과 만나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및 사업모델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4월 4개월 만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출국금지가 해제된 이후 두 번째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29일 ‘제12회 상하이 포럼’ 참석차 8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등 출국금지로 올스톱됐던 글로벌 파트너링을 재가동하고 있다.

최 회장과 리 당서기는 이날 2시간30분 동안 만찬을 겸한 면담에서 △석유화학 △정보통신과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바이오∙의학 등에 대한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 측은 최 회장과 리 당서기가 한국(SK종합화학)과 중국(시노펙)이 석유화학 분야에서 합작한 에틸렌 생산기지인 ‘중한석화’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면담도 향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공을 들인 중한석화는 리 당서기가 후베이(湖北)성 당서기로 재직할 때인 지난 2014년 상업생산에 들어가 2015년부터 매년 3000억~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한중 글로벌 파트너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때문에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후베이성을 방문, 리 당서기를 만난 데 이어 중한석화 생산현장을 직접 방문한 바 있다. 리 당서기도 2016년 중국 내 시노펙 공장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중한석화를 방문,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리 당서기가 후베이성 당서기로 재직할 때 SK와 맺었던 우호적인 협력 관계가 이곳 톈진에서도 이어지길 기원한다”면서 “SK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배터리, LNG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기업인 만큼 서로에게 성장 동력원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리 당서기는 “톈진은 물류에서 하이테크 중심으로 산업구조 전환, 석유화학 산업의 현대화,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데 SK가 산업 체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했다.

리 당서기는 베이징(北京)-톈진-허베이(河北) 등 중국 수도권을 대단위로 개발 정비하는 ‘징진지 (京津冀)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SK가 정보통신과 친환경 에너지, 건설 분야 노하우를 활용해 명품도시를 구축하는데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우시 하이닉스 공장과 우한 중한석화에 이어 톈진에서도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면담에 앞서 최태원 회장은 빈하이신구(滨海新區) 경제특구를 방문, 글로벌 기업 입주 현황과 주요 산업 동향을 살펴봤다. 또 SK루브리컨츠 톈진공장을 방문, 윤활유 생산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 회장은 7일 오전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중국 난카이(南開)대학이 격년으로 개최하는 ‘톈진포럼 2017’에 참석,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산업, 환경 문제 등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이제는 도시의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인 발전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경제 모델과 산업 조정, 사회 거버넌스, 환경보호 정책 등을 적확하게 조율해서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에는 왕둥펑 톈진 시장과 로마노 프로디(Romano Prodi) 전 이탈리아 총리, 원희룡 제주도지사, 궁커(龚克) 난카이대 총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아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세우고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중국 내 13개 계열사, 90여개 현지법인 체제로 운영되던 그룹의 중국 사업을 컨트롤할 지주회사인 SK차이나를 출범해 중국 현지화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최근 사드 여파로 SK종합화학의 중국 석유화학업체 상하이세코 인수가 무산되고 SK이노베이션의 중국 전기차배터리 팩(Pack) 생산 합작사 가동이 중단되는 등 중국 사업에 애를 먹고 있다.

SK그룹의 주력사업인 정유·석유화학과 에너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은 물론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은 중국이 최대 고객이자 중국 기업과의 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하는 사업 분야다. 최태원 회장이 이번 중국 방문 성과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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