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유가 반등 효과로 전년비 7.2% 반짝 증가 
중동 편식 여전…유가 하락시 발주 줄지연될 듯
국내서 벌고 해외서 까먹는 불균형 고착화 우려
신시장 실적개선 및 투자개발형 사업확대가 관건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해외건설이 상반기 수주 가뭄을 딛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기상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중동을 주력시장으로 하는 사업 특성상 국제유가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수주 환경을 벗어나 신시장에서의 실적 개선이 수반돼야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모멘텀을 탈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16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131억달러)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던 지난해 실적(152억1000만달러)보다 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요 건설사(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의 올 2분기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5000억원, 869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 24.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부문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합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에 머문 것은 해외부문 실적 부진 때문이다.

주요 건설사의 상반기 해외 신규 수주 목표 달성률은 약 20%에 불과하다. 목표치의 5분의 1만 달성한 셈이다.

상반기 수주 주요 프로젝트는 ▲현대건설ㆍ현대엔지니어링의 이란 캉간(Kanganㆍ3조8000억원) ▲GS건설의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프로젝트(RRWㆍ9000억원 ▲대림산업의 터키 차나칼레현수교공사(7700억원) 정도다.

작년부터 기대를 모았던 중동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아랍에미리트 POC(25억달러), 바레인밥코(50억달러), 오만두쿰(70억달러)의 경우 소소한 진척은 있었으나 아직까지 수주결과가 나오지않은 상태다.

한화투자증권가 분석한 주요 건설사의 올초 해외수주 목표액은 ▲현대건설(별도 기준) 6조4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대림산업 4조원 ▲GS건설 3조9000억원 ▲대우건설 2조원 순이다.

그런데 상반기 현재 해외수주 목표 달성현황은 ▲현대건설 17%(1조880억원) ▲대림산업 20%(8000억원) ▲GS건설 24%(9360억원) ▲대우건설 3%(600억원) 수준이다.

◇올 해외수주 2015년 수준 회복 어려울듯

상반기 해외 신규수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국내와 해외의 매출 격차가 확대돼 자칫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 하반기 매각을 추진을 진행 중인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수주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채권단 입장에서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선 단기간 실적을 부양해야 하는 대우건설이 국내 주택부문에 집중하면서 해외공사 수주잔액이 급감했고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대형 프로젝트가 몰려 있는 3분기(7~9월)를 해외 수주 승부처로 잡고 있지만 올 한해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보다는 늘겠지만 2015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2013년 652억달러, 2014년 660억달러 등 600억달러를 웃돌다가 저유가가 시작된 2015년(461억달러)부터 수주 가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경험했던 지난 2년과 비교해 볼 때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중동지역의 상반기 수주가 차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동의 라마단 행사와 명절 연휴, 정치적 이슈 등으로 공사 계약이 순조롭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수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가 내림세면 하반기 수주 어려움 겪을 수도

관건은 국제 유가의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하느냐다. 연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다시 4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 20대 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정세와 관련이 있어 전반기에 연기된 물량들이 많다. 하반기는 좀 풀리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도 "유가가 어느정도 회복을 하다 주춤하는 상황이어서 수주 대호황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 등락에 따라 수주와 실적이 널뛰기를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아시아·중남미·유럽 등으로 발주처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동발 프로젝트를 편식하고 있다.

상반기 해외 수주를 지역별로 보면 유가 반짝 반등으로 중동이 89억9000만달러, 절반 이상(55.1%)을 차지했다. 지난해(47억2000만달러)에 비해 1.9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중남미,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의 수주 금액은 모두 줄었다. 아시아가 65억9000만달러로 전년(68억8000만달러) 대비 4.2% 감소했다. 이어 유럽 2억9000만달러, 중남미 2억3000만달러, 아프리카 1억4000만달러, 북미·태평양 7000만달러의 순이었다.

국제유가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정시키는 묘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된다. 신시장에서의 실적 개선이 수반돼야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데 건설업계의 해묵은 고민이 깔려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체 중동에 발주가 많았다. 앞으로도 두바이 엑스포, 카타르 월드컵 등 빅이벤트와 관련해 대형 발주들이 계속 나올것이어서 이 곳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 외 시장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정도인데 아프리카는 여건이 아직 멀었고 아시아는 경기에 민감하다는 취약성이 있다"며 "(아시아는) 돈이 넉넉하지도 않은데다 성장기에는 발주를 하지만 경기침체나 소강국면때는 발주가 연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