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평균 비정규직 비율 25%...절반 이상인 경우도
증권사 비정규직은 '고임금 전문직'
성과에 따른 임금구조 체계... 자발적 비정규직 형성
인센티브가 만드는 증권 산업 경쟁력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Zero)' 정책에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모습이지만, 증권업계는 좀처럼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장기근속, 연공서열식 임금구조 등의 형태보다는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구조가 많고, 조건에 따라 동일 업종의 타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잦은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업계 특성상 회사 측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기 위해 정규직으로 전환 고용할 경우, 산업 경쟁력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사보다는 고연봉 전문직인 '비정규직 직원' 측이 이를 꺼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10대 증권사 비정규직 비율 20% 상회...메리츠종금 절반 이상

1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평균 비정규직 인원 비율은 전체의 24.64%를 차지했다. 전체 임직원 2만2966명 중에서 계약 직원 수는 4981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메리츠종금증권의 계약직원이 8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직원 중 비율도 55.04%로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투자(34.08%), 키움증권(27.82%), KB증권(27.32%), 한국투자증권(23.2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계약직원 수가 500여명으로 적지 않았지만, 정규직원의 수가 4000여명에 달해 비중은 10.44%에 그쳤다.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나타났다. 계약직원 수도 약 180명으로 적은 편이었고, 비율도 8.27%로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1자릿수 대를 보였다.

◇ "자발적 비정규직 노동자=고연봉 전문직"

증권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칭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증권업계에서의 계약직 직원은 그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통상적으로 계약직 직원 비중이 높은 부서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리테일 업무, 리서치센터 등이다. 성과연봉제 중심의 임금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공채로 입사해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본사, 영업부서 직원보다 연봉 수준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고연봉을 받는 IB 분야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에게 정직원 전환과 이에 따르는 연봉을 제시하면 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같은 직급이어도 IB 분야 등에서의 전문직 직원은 본사 정규직 직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 등이 문제 되지만, 자사의 전문계약직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재계약을 체결해 그런 문제가 없다"며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증권업계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성과 인정해주는 '계약직' 인센티브 효과 多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한 계약직 임금체계는 증권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장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향후 증권사들이 대체투자, 핀테크 등을 활용한 신사업이나, 해외 진출 등을 시도할 때 이와 관련된 전문 인력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증권사 비정규직은 업무 자체가 전문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임금 구조도 상당히 높은 경우가 많아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행하게 되면 성과연봉제 임금에 따른 효율성이나 산업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통상적인 의미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별 기업에 일괄적인 정규직화를 요구하기보다는 그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거나, 실직에 대비한 안전망을 확충해 놓는 등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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