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장애인분들이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장려하려고 해요. 비장애인분들도 주변에서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의 대표 홍서윤씨

[위클리오늘=윤혜원•이누리•이정헌 청년기자] 개성 넘치는 청년들이 모여 자신의 활동과 공유의 생활환경을 조율하는 곳이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청년청’이다. 무지갯빛 공간에서 무엇 하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없다. 이곳에서 장애인 여행가 홍서윤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녀는 장애인여행에 힘쓰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단 한 번도 장애인들이 왜 여행을 하지 않는지 그들의 여행에 대한 욕구와 관련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장애인들이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이 받쳐 주고 있지 않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홍서윤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있는 이 이야기들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제일 좋을 거라고 말했다. 장애인도 당연히 여행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을 때, 비로소 이 일을 관두고 그녀만의 여행을 떠나겠다고 했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여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비장애인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그녀가 재차 강조한 것처럼 조금 더 우리 주변을 둘러보고 그들을 위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 장애인 여행의 의미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행은 장애인들에게 삶의 축소판이면서,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에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변수를 만나게 되죠. 그 돌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하는 경험을 통해서 정서적인 면도 되돌아보게 되고요.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 힘으로 살아가는 그런 게 있어요(웃음)."

▶ 장애인 여행의 현주소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리적으로 충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요. 그게 해결 되지 않으면 장애인 삶 자체에 큰 제약이 생기죠. 집 밖에서 만나는 물리적인 인프라 문제들로 활동하는 게 어려워요. 여행은 내가 사는 환경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고, 많은 변수들을 만나게 되는 일인데, 대비조차 할 수 없어서 많은 걱정이 생기죠. 서울이나 경기도만 벗어나도 휠체어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전혀 없는 곳도 있어요."

▶ 다른 해외 나라들의 사례는 어떠한가요?

"특히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스위스의 경우에는 우선 1등 관광 국가에요. 장애인 여행서비스가 아주 잘 돼있어요. 융프라우가 산꼭대기인데, 휠체어나 유모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죠. 독일은 버스, 쉐어링 카를 운영하면서 모든 교통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요. 장애인이 이동하기 수월해서 원하는 곳에 가는 데 두려움이 없죠."

▶ 장애인 여행 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서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로선 딱 2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우선 첫 번째로는 바로 대중교통이에요. 특히 시외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아주 부족해요. 트랜스포테이션 허브가 없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굉장히 불편해하는 점이에요. 두 번째는, 숙소 문제인데요. 국내에선 일정 기준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숙박업소 중에서는 0.5개의 장애인 객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어요. 굳이 장애인들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그런데 우리는 장애인 객실은 장애인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죠. 다양한 주체들이 사용해줘야 훨씬 더 활성화가 되는데 여전히 그 경계를 긋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소통과 정보의 문제도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교통이에요. 수요가 확보되면 숙박, 음식점과 같은 모든 부분에서 필요하다는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 장애인 여행문화의 성장을 위해 개인과 집단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개인이라면 장애인을 보는 인식을 일단 바꿔야 할 거 같아요. 미디어에서 보는 장애인은 되게 측은하고, 불쌍하고, 도움을 줘야 되고 불편함이 많은 사람들로만 포장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수동적이고, 도움만 필요로 하는 장애인만 있는 건 아니죠. 어떻게 보면 장애가 있다는 것은 저 사람이 신체적인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게 개성이자 특성일 수도 있어요. 모든 걸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집단에서는 장애인을 자꾸 구분하면서 울타리를 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장애인 화장실, 주차구역 하면 장애인만 쓸 수 있는 걸로 생각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들이 필요할 거 같아요. 오히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활용을 해야 더 활성화 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사회 인프라의 기준을 장애인이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으로 맞추게 되면 많은 것들이 굉장히 편해져요. 그럼 유모차 끌기도 편하고 아이들도 놀기 좋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다니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는 거죠. 당연히 장애인들도 돌아 다니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죠."

▶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하나는 관광과 관련된 것이고, 하나는 사회와 관련된 것이 될 수 있는데요.

지속가능한 관광은 사실 지속가능한 개발과 연결되어 있어요. 작년의 유엔 WTO에서는 ‘Promoting Universal Accessibility’가 주제였어요. 보편적인 접근성을 촉진시켜 장애인, 노인, 어린이 모든 대상들이 관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중점을 뒀거든요. 예를 들어 박물관에 3D 프린터를 설치해서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게 해야 되고, 점자는 당연한 거고요. 이런 것들이 관광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생각해보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거에요. 다양한 주체가 있잖아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역동적인 사회 안에서 소통과 조율을 해나가는 게 진짜 중요한 건데 그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 다양성의 주체를 다 포함시켜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야 다채로운 사회잖아요. 다양해야지 알록달록하고 예쁘지. 한 가지색만 있으면 안 예쁘잖아요. (웃음)"

<윤혜원ㆍ이정헌ㆍ이누리 청년기자는 유엔해비타트 유스프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