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지털 화폐'로 기대 vs '차익목적 투자매매'로 잦은 가격 급등락
올해 들어 285% 급등..."이틀 만에 400만원에서 200만원대로 뚝" 
비트코인∙이더리움 과대평가에 '투기버블' 우려도
"예금보호 힘들다"...사기∙사이버공격 주의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최근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치평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가상화폐 사용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을 감안해도 차세대 화폐로 통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폭은 과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빠르게 올라간 것은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매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금융당국도 안전성이나 손실발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지급거래 수단보다 '투자대상'으로 가격 급등

연초 100만원대 안팎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7개월만에 122.9% 급등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Bithum)에 따르면 5월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468만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 가격(121만6000원) 대비 285% 가량 오른 셈이다.

가상화폐는 P2P(개인간 거래) 네트워크 형식으로 거래정보 등이 분산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앙 기관의 정보 조작이나 통화량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자율성 측면이 높게 평가되고 잇다. 또한 자금이체 시 물리적∙시간적 제약이 없고, 중간 처리자 비용이 들지 않아 거래 수수료가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같은 장점들을 이유로 가상화폐가 차세대 지급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급수단으로의 기능보다는 투자가치 측면에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수요량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급격한 변동보다는 투자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를 넘어서 '투기성 매매'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신용을 보장해줄 발행 주체가 없고 시장 참여자들의 암묵적 합의로 가치가 형성된다"며 "따라서 적정한 가치평가, 즉 밸류에이션은 불가능하다. 이는 비트코인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불안요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 급변동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가진 화폐로서의 기능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급등했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보증없는 가상통화 '예금자보호' 힘들다...불안전성에 가격 급등락 우려도

지난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정보통신기술 발달의 산물로 각광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화폐 등장을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한 국가는 없다.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로부터 보증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이용자가 가상통화 취급업자 등에 맡긴 가상통화 계정 잔액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또한 가상통화는 발행자에 의해 사용잔액을 환급하거나 현금, 예금으로 교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전자화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한다.

가상화폐는 대부분 실제 사용 가능한 화폐로써의 가치보다는 투자자산의 가치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므로 가치가 급등락하는 경우 거래를 일시 정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가치 변동률의 상·하한 제한 없이 가치가 급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

또한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국내·외 입법 등 환경 변화가 가상통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례로 이더리움의 가격은 블록체인을 분리해 1개의 화폐를 2가지 화폐로 쪼개는 '하드포크(Hard Fork)' 직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7월 640억 규모를 해킹당한 후 하드포크를 시행해 현재는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하드포크는 주로 블록체인의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거나 업데이트를 시행하기 위해 체인을 분리하고 개별 체인을 활성화시키는 작업이다.

하드포크 시행으로 이더리움은 불확실성과 유동성 우려로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도 하드포크 우려에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달 1일 하드포크가 예정돼있다는 소식에 300만원대를 유지하던 가격이 지난 16일 181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일주일만에 300만원대 초반으로 반등했다. 이 기간 동안 가격 등락폭은 68%에 달한다.

금감원은 디지털화폐 특성상 해킹 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화폐는 사기를 당하거나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매매거래를 실행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사기 또는 우발적인 거래로 인한 손실을 복구하기 어렵다.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지갑이 위조, 변조되거나 유실될 경우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전산시스템이 취약한 경우, 이용자가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맡겨 관리하고 있는 가상통화 금액과 거래내역 등이 기록된 고객원장이 해킹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가상화폐 취급업자가 관리하는 암호키가 유실되는 경우 가상통화를 잃어버릴 수 있다.

금감원은 "아직 가상화폐 시장이 완전하지 않으며 시세조작 방지 등을 위한 규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열된 국내시장의 이용자들은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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