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뉴시스>

민정수석실 문건 우병우가 작성 지시....뇌물죄 공범 증거되나

박근혜-이재용 '뇌물죄' 계획 정황...블랙리스트 연루 등의 의혹도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이른바 ‘법꾸라지’라고 불리며 특검수사와 구속영장 등을 피해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직권남용, 강요를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에 공범으로 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넷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등의 자필메모가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작성했다는 증언이 국정농단 재판에 돌발변수도 등장한 것이다.

◆靑 문건 우병우가 작성지시..."뇌물죄 공범 증거"

7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상 검사(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은 민정수석실의 ‘삼성 경영권 승계지원’ 자필메모를 2014년 7~9월 무렵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이영상 검사는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메모의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했다”며 “임의로 혼자서 작성한 것은 없으며 메모 내용이 보고서에 반영된 것으로 기억한다고”고 증언했다.

이 검사는 2014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있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지냈으며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민정수석으로 있었다.

해당 문건이 작성된 기간에 이영상 검사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신분이었다.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구가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모색’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삼성의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의 안착’이라는 제목의 ‘상속자금 마련→자체적으로 조달 가능.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이재용 체제에 대한 대내외 신뢰확보’라는 문구와 함께 ‘국민연금 의결권’,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기재돼있다.

‘경영권 승계’, ‘이재용 체제’ 등의 단어를 사용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함이며 이를 청와대가 나서 도와주려했다는 것을 명시했다.

이영상 검사의 증언대로라면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죄 사건에 최소한 간접적으로는 연관돼 있는 것이 된다.

다만 이 검사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김영한 민정수석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아느냐”라는 특검의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문건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지원에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해당 문건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청와대는 곧바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2014년 6월 20일 업무일지에는 ‘삼성그룹 승계과정 모니터링’이 기재됐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지 한 달만의 일이다.

이영상 검사가 자필메모와 함께 이른바 ‘삼성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같은 해 7~9월이다.

같은 해 9월 15일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면담을 했으며,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국민연금 의결권을 챙겨라’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3월 삼성전자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 올랐다. 이후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결의를 공시했다.

이 같은 정황을 보면 해당 문건이 박 전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거래에서 삼성 지원 방안을 계획하는 단계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최순실-이재용 부회장으로 연결되는 ‘뇌물죄’에 대해 자신은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 <사진=뉴시스>

◆ 우병우 이번에도 피하나...뇌물죄 연루 위기

그 동안 특검과 검찰의 구속영장 등을 잘 피해왔던 우 전 수석은 이제는 민정수석실 문건이라는 파도를 피하는 데 골머리를 앓게 됐다.

현재 우병우 전 수석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 내용을 알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순실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고집해온 그 동안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강요,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위증’ 등이다.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넣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는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도 주된 혐의가 직권남용, 직무유기, 강요 등으로 문 전 장관과 비슷한 수준의 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속기소된 문 전 장관과 달리 우 전 수석은 특검과 검찰의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됐다. 여전히 법정 분쟁이 많은 상태로 일각에서는 무죄를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문건으로 인해 상황은 뒤집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 의혹에 비해 증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뇌물, 블랙리스트 등의 주요 사건은 다 피해갔다. 하지만 문건의 발견으로 최대한 뇌물죄 공범으로까지 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삼성의 청탁에 대한 대가를 계획한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월 24일 열린 문무일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정수석실 캐비넷 문건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작성됐다면 뇌물죄 공범으로 수사되고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뇌물수수의 경우 그 액수가 5억원이 넘고, 피고가 3급 이상 공무원일 경우에는 가중 처벌 사유가 돼 최소 11년 이상의 징역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하게 된다.

앞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같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지만 법정 논쟁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불구속기소된 우 전 수석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문 전 장관 수준의 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문건으로 인해 뇌물죄 공범이 된다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법률전문가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번 문건을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우병우, 블랙리스트 등에도 개입?

우병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간 뇌물죄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정수석실 캐비넷 문건 중에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된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기반 정비,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이란 내용도 있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간부 검토, 고위공직자인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분석'이란 민정비서관 내 지침서도 포함돼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사찰을 감행했다는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에도 우 전 수석이 관여했다는 증언이나 증거가 발견될 경우에는 우 전 수석에게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의 혐의가 적용되게 된다.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는 ▲미르·K스포츠재단 진상 은폐 등 '직무유기' ▲위력에 의한 특별감찰관 등의 직무수행 방해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속 공무원에 대한 부당 인사조치 등의 '직권남용' ▲세월호 수사 방해 시도 ▲국회에서의감정증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8가지다.

여기에 ‘뇌물죄’ 공범, 블랙리스트 작성·지시 ‘직권남용’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임 검찰총장인 문무일 검찰 총장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에 대해 “범죄 단서가 있는지 살펴서 엄정하게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부터 국정농단 재수사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여야에서도 청와대 캐비넷 문건을 시작으로 국정농단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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