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썬빌리지 포럼 의장·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위클리오늘]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은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이벤트였다.

인류는 인간노예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문명건설을 시작한 이래 몇 차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인간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노예를 창조해 왔다. 근력, 감각 등에 이어 이제는 지능마저도 대신하는 로봇이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경제발전으로 인한 일자리는 사람의 몫이 아닌 기계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일자리를 찾아 행복한 삶을 누리겠다는 것은 한낱 지나간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로봇과 경쟁해서 이겨보려는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다. 새로운 발상으로 로봇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기계노예가 넘쳐나는 것은 인간에게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시사점이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인간이 해 오던 일자리 중 상당수를 기계들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그렇기 때문에 각종 서비스나 재화를 보다 더 값싸게 제공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초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갈수록 적게 들어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기술변화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에너지와 환경은 늘 상수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제 문명의 바닥부터 변화하는 시점임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은 바로 에너지와 환경이 변수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에너지, 환경, 기술을 변수로 경제를 해석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 측면에서 기계노예들의 주식이었던 석유가 무대 뒤로 사라지고 대신에 자연에너지가 빠르게 우리 문명의 바닥을 받치기 시작했다. 이는 환경과도 매우 밀접하며 석유보다 훨씬 확장성이 뛰어나다. 이로 인한 문명의 대 변혁은 우리 삶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며, 기술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은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것을 기회로 삼느냐 아니면 석유와 함께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퇴보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우선적으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돈을 벌어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돈을 잘 벌기 위해 좋은 학교를 선택했어야 했다. 그래서 무리한 교육비와 과시적 소비를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일종의 악순환이 지속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경제적 순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돈을 벌고 싶어도 받아줄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어 그런 삶 자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환경이 오히려 진정한 행복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기술적 혁명의 뒷받침 속에 인류의 삶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우선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초생활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Basic Income Guarantee라는 제도를 통해 매월 기초생활에 필요한 돈을 지급하는 검토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기초생활이 보장되어야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에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돈을 주는 것도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기초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술혁명은 에너지자립, 식량 자립 등이 과거와는 다르게 매우 효율적으로 가능해 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조금만 노력하면 최소한의 기초생활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기초생활 다시 말해 먹고사는 게 해결되면 걱정의 상당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그 이후에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자아실현에 투자한다면 사람에 따라 상당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삶을 "S-Life“라 부르는데 S-Life는 자급자족을 바탕으로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a lifestyle that pursues a meaningful life based on self-sufficiency)”을 뜻하는 것으로 우선적으로 기초생활을 해결하여 안정된 기본 삶의 환경을 구축한 후에 자아실현에 도전하자는 것이다.

최근 미니멀리즘, 반농반X 등 이런 움직임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급농사나 메이커스 활동 등은 자존감을 가지게 하는 매우 중요한 학습의 기회이다. 자존감은 자급자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 있듯이 기본 생활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같은 자존감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빼앗아 버렸다. 일본은 초등학생들도 배식, 설거지 청소 등을 직접 하도록 한다고 한다. 뭔가를 만들고 재배하고 채집하고 요리하고 하는 행위들을 매우 중요한 학습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평생 기본 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텃밭을 가꿔 많은 자녀들을 키워낸 어르신들의 자존감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의 학생들은 이 같은 자급자족 행위를 통한 자존감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학습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삶의 의미, 행복, 나눔, 사랑 등을 체득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로봇과 공존하며 로봇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S-Life를 실천하는 가운데 우리는 정신적으로 또한 경제적으로 보다 많은 자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자유직이라는 새로운 업을 선택할 수 도 있게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삶의 환경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는 것만으로도 기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삶이 가능한 공동체를 Sun-Village라고 부르는데, Zero Basic (Water, Energy, Food, ZeroWaste, Internet 등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기반의 자아실현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런 환경에서 S-Life를 실천하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의 두레가 최첨단의 방식으로 재창조된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S-Life라는 Sun-Village 기반의 삶의 방식을 확산하게 되면 생존에 가장 필요한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자립기반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이 과정의 수많은 노하우는 전 세계의 신문명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요,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전하진 썬빌리지포럼 의장·전 한글과 컴퓨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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