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여성임원 30% 법제화 추진...민간 출신, 부처 기용해야"

"여성인재 활약 기업에 ESG펀드 투자...스튜어드코드십 도입해야"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대표.<사진제공=푸르덴셜생명>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미국 포츈 2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40% 수준입니다. 훌륭한 기업 이사회에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 밖에 안됩니다. 인구의 반이 여성인데, 굉장히 이상하지 않습니까?”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WCD 코리아) 대표는 선진국과 국내 기업 이사회의 여성 임원 비율을 비교하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기업의 여성 임원 30% 룰이 만들어진다면 민간 기업에도 자연스레 전파될 것입니다. 여성 인재가 많이 활약하는 회사가 실적이 좋고 그런 나라들이 비교적 선진국이고 그런 나라의 남성들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라며 "우리도 이렇게 되야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WCD 코리아는 올 가을 일본 공적 연금 최고 투자 책임자 등을 초청해 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1200조원 규모의 일본 공적 연금은 지난 3월 여성친화적인 기업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손병옥 대표는 포럼을 통해 국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프라이빗펀드 등이 국내 여성 친화적인 기업에 좀 더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2011년 푸르덴셜생명 대표에 선임되며 금융업계 최초 여성 CEO로 주목을 받은 손병옥 대표는 커리어우먼 멘토링을 위한 여성임원 모임인 윈(WIN)을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여성 리더들을 위한 멘토로 적극 활동해 왔다. 최근 푸르덴셜생명 회장직을 내려 놓은 후 WCD 코리아 초대 대표로 활동하며 OECD 국가중 최저 수준인 유리 천장지수와 기업 여성 등기이사 임원비율이 30%까지 상향될 수 있도록 하는 각계의 노력에 동참 중이다.

WCD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 여성 멤버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NGO 단체다. 등기이사, 사외이사 중심으로 전 세계 8500개 기업의 고위 관리직 여성 35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WCD코리아는 OECD 국가중 마지막으로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손병옥 WCD 코리아 대표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반트(Vantt)에서 만났다.

"ESG펀드가 세계적인 조류입니다. 보다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 훌륭한 기업들에게 투자해야 하는데 최근 들어 여성들이 고위직에 많이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자료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를 많은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일본, 홍콩, 대만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은 7월 19일 한국 최초로 한국 투자신탁운용사가 채택했습니다."

손병옥 대표는 기관 투자가들이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여성 임원을 많이 늘리도록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한다고 말했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펀드'는 환경, 사회책임, 기업지배구조 등의 개념에 충실한 기업들로 구성하는 펀드로 일명 ‘착한 펀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WCD 코리아는 공기업부터 여성 등기이사 비율을 30%로 늘리기 위한 여론수렴, 홍보 및 법제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공기업의 여성 등기이사를 30%까지 늘린다고 하면 엄청난 것 같지만 전체 등기이사 수를 생각해보면 이 수치는 1~2명에 불과합니다. 여성 임원을 1명이라도 선임하자는 것인데 이는 수년이 걸릴것이라 믿습니다. 공기업이 주도하면 사기업으로 자연스레 확산될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각 30%를 여성으로 임명한 것은 굉장히 기념비적인 일입니다. 향후 각 국가위원회나 공기업이니 벤치마킹하리라 기대합니다."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한 충분 조건은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다.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너무나 많습니다. 능력, 비전, 노력, 열정, 전략적 마인드 등 여러 가지가 갖춰져야 하지만 충분조건은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입니다. 최고 경영진이 여성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절대 선임될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많은 최고경영진들이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 인재의 장점은 유연성, 감수성, 다양성, 공감능력 등 무수히 많다. 

"여성들은 21세기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유연성, 감수성, 다양성, 그리고 공감능력이 뛰어납니다. 더 이상 여성들이 남성처럼 일하려고 하지 말고 여성 고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성 인재 활성화 시스템과 일·가정 양립 등이 잘돼 있는 기업으로는 IBM과 한세실업, 영원 무역 등이 꼽혔다.

"한국 IBM의 여성임원 비율은 30%가 넘습니다. 세계적으로 4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세실업과 영원무역도 여성임원을 많이 발탁합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는 있는데 사내 풍토가 무르익지 않아 여성 임원 발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병옥 대표는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기업들이 육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직장에서는 유연 근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육아휴직을 눈치 안보고 다녀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제도를 지키지않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여성 친화적 제도들을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저출산 또한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부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정책 및 사회적 시스템을 개선해서 젊은 부부들이 마음놓고 출산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핵 문제 보다 더 무서운게 인구 감소 문제 아닐까요?“

가사 분담에 대한 남성들의 의식변화도 중요하다. 

"육아 문제는 40년 전 제가 일할 때와 비슷합니다. 육아를 ‘남편이 좀 도와줘야 돼’가 아니라 육아를 분담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야지만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아무리 육아를 2분의 1로 분담한다 주장하고 강조해도 결국 아내가 60-70% 해내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들의 이중 잣대 또한 바뀌어야합니다. ‘우리 집사람은 육아휴직을 1년 했으면 좋겠어, 애 좀 키워놓고 나갔으면 좋겠어’ 하면서 직장에 가서 ‘내 동료는 3개월만 지나면 나왔으면 좋겠어’ 합니다. 양성평등의 시발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병옥 대표는 여성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 부처에서 민간 출신 여성들을 많이 기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내각 30%를 여성 장관으로 채우셨습니다. 한가지 더 감히 제안드린다면 현재 등용되신 분들은 대부분 여성계, 학계 출신들이십니다. 기업에서 성공한 여성들도 기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전에 개방직이 활성화 돼 있었는데 유명무실해 진 것 같습니다. 이런 제도들을 부활시켜 더 많은 여성 인재들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손병옥 WCD 코리아 대표는>

△1952년 부산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서강대학교 대학원 MBA 수료△ 조지메이슨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CEO겸임교수 △위민인이노베이션(WIN) 회장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이사장 △메이크어 위시 국제본부 이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푸르덴셜생명대표이사 사장 △금융위원회 금융개혁회의 위원 △푸르덴셜생명 회장 △現 메이크어위시 고문 △現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WCD 코리아) 대표(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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