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박경근씨 이어 1일 이현준 마필관리사 숨진 채 발견

노총 "고용 착취 구조가 원인, 마사회 경영진 퇴진 및 적폐 청산" 요구

지난 7월 15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인상)과 전국공공운수노조(위원장 조상수)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와 한국마사회에 박경근씨 사망 관련 명예회복과 마필관리사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사진=공공운수노조>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렛츠런파크·본부장 최원일) 소속 30대 마필관리사가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 한국마사회의 불합리한 고용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 성토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낮 12시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농장 인근에 주차된 아반떼 승용차 안에서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인 이현준(36)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고 이현준 마필관리사는 팀장의 병가기간(5~6개월) 중에 별도의 인력 충원없이 본인의 업무에 추가해 팀장의 업무까지 인계받가 업무를 수행했다. 팀장이 6월1일자로 업무에 복귀했으나 건강이 안좋은 상황에서도 말을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과다한 업무량과 건강상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한다.

지난 5월 27일에는 같은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인 박경근(38)씨가 한국마사회의 고용 착취 구조를 비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유가족과 함께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 자살사건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마필관리사의 불합리한 고용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 박현준씨와 이현준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한국마사회 이양호 회장 등 경영진 퇴진, 렛츠런파크 경영진 처벌,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고용노동부 경마중단 조치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윤관석 민생상황실장도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문제를 절대 좌시하지 않고 마사회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진상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마필관리사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노력을 해왔지만, 저희의 노력이 부족했다. 억울한 죽음 앞에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 해결을 위해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은 지난 1일에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박경근 열사 명예회복! 한국마사회 적폐청산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한국마사회 적폐세력 청산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인 조교사 등을 통해 고용(개별고용), 불합리한 고용 착취 구조로 이들이 사망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별 고용제’는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전 세계적 고용구조라며 개인 소유의 고가 소유물(경주마)을 공기업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것도 사회 통념상 맞지 않다고 주장,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선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하던 한국마사회는 1일 이현준씨의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자 한발 물러났다.

한국마사회는 2일 실태조사, 제도 개선 과제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신속히 진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지난 두달간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가 한국마사회의 다단계 착취구조에 항거하며 자결했다며 숨진 마필관리사 박씨의 명혜회복과 함께 한국마사회의 고용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한국마사회 및 조교사와 7월30일까지 13차례에 걸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7월30일 노동계와 입장차가 있다며 퇴장,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양측은 고용안정, 마필관리사 임금 및 복리후생, 재발방지 등은 합의했지만 유족 보상과 노조활동 보장, 재발방지 대책 부분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