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준희, 길고 긴 최진실의 비극

최준희 양. 출처=mbc 휴먼다큐 사랑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고 최진실의 딸 최준희 양이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최준희'라는 검색어는 5일 아침부터 줄곧 최상위 자리를 지켰다. 

최준희는 이날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외할머니, 즉 고 최진실의 어머니가 손녀인 자신을 학대한다는 요지였다. 글 마지막엔 '살려주세요' 라고 까지 했다.

최준희는 이날 밤 자정무렵 인스타그램에 2차 폭로성 글을 올렸다. 이번에도 외할머니 정옥숙씨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최준희는 '폭행과 훈육은 다르다'는 말로 그동안 가정폭력 내지 학대를 받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려했다.

심지어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천벌을 받을 것이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최준희가 외할머니 정옥숙씨에 대해 가진 반감이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최준희는 나아가 "외할머니의 제일 큰 죄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며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원인도 할머니다"고 했다. 

최준희의 한은 어머니 최진실의 죽음에서 부터 시작됐을 터인데, 그 시작점에 외할머니가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최준희의 상처와 심적 고통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6살 때 어머니 최진실은 하늘나라로 떠나버렸고 외삼촌 최진영 마저 8살 때 최준희 곁을 떠났다. 거기다 아버지 조성민까지 11살 때 세상을 등졌다. 

5년사이 가장 가까운 혈육 셋이 곁을 떠나는 아픔을 어리디 어린 나이에 겪은 것이다.  최준희의 우울증이 최악상황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최준희는 질풍노도기에 있다. 14살 중학교 2학년이다. 한국적 사춘기 반항아를 상징하는 '중2'다.

'살려달라'는 최준희의 글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 지 헷갈리는 것도 '중2병'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최준희의 소동이 차라리 '중2병' 반항이었으면 되레 다행스런 일이다.

최진실 남매의 자살로 가장 큰 아픔을 안고 사는 이는 아마도 어머니 정옥숙씨, 최준희가 사회에 고발한 외할머니일 것이다.  이번 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을 사람도 정씨다.

최준희의 인스타그램 글로 미루어 정씨는 손녀가 연예인이 되는 것을 반대한 듯하다. 딸 최진실의 죽음과 관련된 미신이 작용한 모양이다. 

최준희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데, 친권자인 정옥숙씨는 학과공부를 강요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정폭력이나 학대 여부는 경찰이 조사 중이니, 곧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그나마 남은 혈육인 외할머니와 최준희 남매 가정이 붕괴돼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가정폭력의 가장 큰 후유증은 가정파괴다. 

최준희는 SNS 아이디에 'adult' 라는 단어를 쓴다. 본인이 이미 다 자란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춘기 청소년이고, 가정의 필요한 나이다. 

비극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경찰과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정옥숙-최준희 일가의 상처를 잘 보듬어주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