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명화 '굿 윌 헌팅' 12일(토) 밤 10시 55분

굿 윌 헌팅.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굿 윌 헌팅(원제: Good Will Hunting)=감독: 구스 반 산트/출연: 맷 데이먼, 로빈 윌리엄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벤 애플렉, 미니 드라이버/제작: 1997년 미국/러닝타임: 126분/나이등급: 15세.
 
영화 '굿 윌 헌팅'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청년이 사려 깊은 스승을 만나 자립에 성공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굿 윌 헌팅'에서 윌을 연기한 맷 데이먼이 하버드대학 재학 중에 과제로 제출한 단편 소설이 원작이고 절친한 친구 사이인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맷 데이먼이 고등학생일 때의 이웃이자 사회학자인 하워드 진의 교육관에 감명을 받아 썼다고 한다. 

관대하고 끈기 있는 교수 션 맥과이어의 모델이 하워드 진이다. '굿 윌 헌팅'은 건강한 자립과 성숙한 어른의 필요를 다시금 새기게 만든다. 

재능 있는 젊은이에게 끔찍한 성장 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생에 훌륭한 어른 혹은 스승이 왜 꼭 필요한지를 상기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기 위한 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고심하게 한다. 

동시에 좋은 시나리오와 연기로 큰 울림을 전하는 영화적 충만함도 잊지 않는다.
 
# '굿 윌 헌팅' 줄거리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MIT 공대, 수학 교수 램보(스텔란 스카스가드)가 강의를 마치며 난해한 수학 문제를 칠판에 적는다. 다음 수업시간, 누군가 문제를 풀었고 램보는 신기해하며 풀이를 쓴 사람이 누군지 묻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의문의 풀이가 계속되길 수차례, 램보는 복도를 지나다 젊은 청소부가 칠판에다 무언가를 적고 있는 것을 본다. 램보는 칠판에 낙서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며 청소부에게 다가가고, 청소부는 욕을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난다. 

칠판을 본 램보는 아연한 표정을 짓는다. 청소부가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부의 이름은 윌 헌팅(맷 데이먼). 한 번 기억한 것은 절대 잊지 않고, 복잡한 연산도 순식간에 해내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으나 불우한 성장 환경과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청년이다. 

배움이 짧고 막 나가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며 날마다 술을 마시거나 놀러 다니며 지낸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하버드생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와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스카일라의 솔직한 애정이 윌은 부담스러워 자신을 감추기에 급급한다. 

때마침 윌은 사고를 쳐 수감되고, 램보는 윌의 재능을 아깝게 여겨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윌을 빼내준다. 보석의 조건은 램보를 대동하고 꾸준히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윌이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삐딱한 태도를 고수하는 탓에 정신과 의사들도 다들 윌을 기피한다. 램보는 결국 자신의 대학 동기, 션 맥과이어 정신학 교수(로빈 윌리엄스)에게 윌을 맡긴다. 

윌은 션 앞에서도 엇나가기 일쑤다. 션을 화나게 하려고 잔뜩 날카로운 막말을 던진다. 션은 능란하게 대꾸하다가도 윌이 죽은 아내를 모욕하는 순간 참지 못한다. 

션과 윌의 상담은 계속된다. 션은 윌이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잔뜩 가시를 세운 걸 알고 끈기 있게 윌과의 상담을 이어간다. 윌은 그동안 자신이 만나 온 어른들과는 다른, 너그럽고 진실한 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션은 사적인 이야기를 해주며 윌이 재능을 썩히지 않도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돋워준다.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상처만 주고 스카일라에게 이별을 통보한 윌은 션에게 안겨 펑펑 울기까지 한다. 션의 지속적인 보살핌에 힘입어 윌은 자립에 성공한다.
 
# '굿 윌 헌팅' 감상포인트

'굿 윌 헌팅'은 제55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으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제70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로빈 윌리엄스)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에선 감독상, 작품상, 음악상 등 모두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지금이야 클래식으로 상찬되는 영화이지만, 제작 당시엔 무명이었던 청년 배우 둘이 쓴 시나리오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여러 제작사를 돌았지만 선뜻 맷 데이먼을 주연으로 쓰겠다는 데가 없었고, 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미라맥스에서 제작이 추진되었지만 연출권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구스 반 산트가 연출을 희망했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도 구스 반 산트를 지지했지만,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타인의 의견은 달랐다. 

심지어 하비 와인스타인은 구스 반 산트의 감독료를 형편없이 낮추었지만 구스 반 산트는 굴하지 않았고, 하비 와인스타인이 멜 깁슨, 마이클 만, 얀 스베락 등과 연출권을 협상하기도 했으나 결국 메가폰은 구스 반 산트에게 돌아갔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굿 윌 헌팅'이 공개된 뒤 전작들로 평가가 낮아져있던 구스 반 산트는 명예를 회복했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과 시나리오에 대한 감각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윌의 친구 처키 역의 벤 애플렉도 담백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작 초기엔 몇몇 제작사에서 당시 맷 데이먼보다 먼저 이름이 알려졌던 벤 애플렉이 주연을 맡을 것을 원했다고도 한다. 

벤 애플렉의 친동생이고, 지난해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제70회 골든글로브, 제89회 미국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케이시 애플렉은 윌과 처키의 또 다른 친구 모건 역으로 출연했다. 

호평 일색인 클래식답게 이야깃거리도 많다. 션의 사무실에 있던 그림은 감독 구스 반 산트가 직접 그린 것이다. 

2014년 로빈 윌리엄스 사망 당시, '굿 윌 헌팅'에서 션이 윌을 데리고 갔던 보스턴 공원 벤치는 잠시 로빈 윌리엄스의 추모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굿 윌 헌팅'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이 로빈 윌리엄스를 기리며 벤치에 온갖 것들을 두고 갔기 때문이다. 영화의 엔딩, '스카일라를 붙잡으러 갈 테니 교수님이 대신 잘 말해달라'는 윌의 편지를 읽은 션은 "망할 녀석, 나를 따라하다니"라고 중얼거리는데 이 대사는 로빈 윌리엄스의 애드립이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명장면, 죽은 아내의 방귀 끼는 습관에 대해 말하던 션의 대사 전체도 로빈 윌리엄스의 애드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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