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2016년 12월 28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IOC 위원 초청 오찬에 앞서 쟈크 로게 IOC 위원장 내외를 영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소연 기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1996년 선임돼 21년간 유지해 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하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3년 전 급성 심근 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도 IOC 위원직을 유지해 왔다.

IOC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IOC 위원 재선임 대상으로 고려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회장의 사퇴를 발표했다.

이날 IOC 집행위는 이 회장의 사퇴와 함께 9명의 신임 IOC위원 후보를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9월 13일~16일 리마에서 열리는 131차 IOC총회에서 정식 선출될 예정이다.

IOC는 아울러 "이 회장이 올림픽에 전적으로 헌신적이었다"며 "1996년 105차 IOC총회에서 위원으로 처음 선출됐으며, 한국의 올림픽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회장의 투병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건희 회장의 사퇴로 한국인 IOC 위원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35) 위원 한 명만 남게 됐다.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이다.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는 가족 차원의 결정으로 이와 관련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변화는 없다며 건강 위중설은 부인했다.

재계는 3년간 병석에 있으면서도 유지했던 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한 배경에 대해 투병으로 더이상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란 해석과 함께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장남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기여도를 드러내는 동시에 유죄 판결 시 입게 될 타격까지 고려했단 것이다. 

스포츠계에선 내년 2월 있을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 재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어 가족들이 먼저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IOC 측은 위원에 대해 먼저 사퇴를 요구한 전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OC 위원의 임기는 8년으로 재심사가 8년마다 이뤄진다. 1999년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의 경우 정년이 80세까지로 1942년생인 이건희 회장은 재심사 통과시 2022년까지 위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다음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이후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자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3년 넘게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OC 위원은 총 115명으로 개인 자격(70명)과 선수 자격(15명), 국제경기단체(IF) 자격(15명), NOC 자격(15명) 등 총 4개 부문에서 선출이 가능하다.

한국은 1950년대 중반부터 최소 1명 이상의 IOC 위원을 보유했다.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은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돼 부위원장 자리까지 올랐다.

1996년에는 이건희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위원직에 선출돼고 2002년 박용성 국제유도연맹 회장이 IF 자격으로 위원에 선출되며 한국의 IOC 위원은 3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김운용 전 부위원장의 불명예스런 자진 사퇴 이후 박용성 회장도 국제유도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IOC 위원직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이후 이건희 회장 만이 IOC 위원직을 유지해 오다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문대성(2008~2016년)에 이어 탁구 영웅 유승민(2016년~)이 선수위원에 당선돼 2명을 유지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방한 당시 면담에서 한국의 국제 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한국 위원을 3명으로 늘려 줄 수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건희 회장의 후임자로서 마땅한 인물이 없어 내년 당분간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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