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의 무효 100만 시민 모금, 소녀상 500점 전시, 소녀상 태운 151번 버스 운행

문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와 오찬...소녀상 80개로 늘어난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전시된 작은 소녀상 500점 옆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제 5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광복절 72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행사와 집회가 열렸다.

위안부 기림일은 지난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기림일은 1993년 8월 14일 첫 번째 기림일을 시작으로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김 할머니의 증언은 세계 각국에 퍼져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대표 윤미향)와 일본군 성 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사장 지은희)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15 한일 합의 무효 100만 시민모금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화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기림일 동행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은 이달 15일부터 11월 11일까지 100일 동안 100만 시민이 1000원씩 기부하는 모금을 벌이고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인 11월 25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여성인권상과 함께 기금을 전달한다.

캠페인 일환으로 열린 전시에는 남·북한 정부에 신고된 위안부 피해자 500명을 기리는 ‘작은 소녀상’ 500점이 놓였다. 시민들은 생존자들의 사진과 남북 위안부 피해자 500명 이름이 각각 담긴 소녀상을 보며 애통해 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시 낭송, 율동·악기 공연과 최근 음반을 낸 길원옥(90) 할머니의 노래 공연 등이 포함된 문화제 ‘나비, 평화를 노래하다’가 개최됐다. 길원옥 할머니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며 가수로 데뷔했다. 음반 '길원옥의 평화'에는 길 할머니가 직접 부른 '남원의 봄 사건', '대동강', '바위처럼' 등 애창곡 15곡이 담겼다.

청계광장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주도로 제5차 세계 위안부 기림일 미사가 진행됐다.

전국여성연대 등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오후 3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항일 여성독립군 추모 집회'를 열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 동아운수는 우이동 차고지를 출발해 옛 일본대사관 인근 안국동로터리를 지나는 151번 버스에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똑같은 소녀상을 태웠다. 위안부 기림일 제정 5주년을 맞아 9월30일까지 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소녀상을 태운 ‘소녀상 버스’ 5대를 운행한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이날 이 버스를 탑승해 소녀상을 만났다.

14일 오전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동아운수 151번 버스의 좌석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동아운수는 시민들과 함께 아픈 역사를 일깨우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세계 위안부 기림일인 14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151번 버스 5대(2103번·3820번·3873번·3875번·4205번)에 소녀상을 설치해 운행한다.<사진=뉴시스>

서울지역 청소년 300여 명은 서울역 대합실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플래시몹(flash mob)을 선보였다.

대한적십자사가 후원한 이 날 플래시몹에는 고척중학교와 RCY 동감 오케스트라 등에 소속된 청소년 300명이 참여해 아리랑을 주제로 한 춤과 음악 공연을 펼쳤다.

독도수호전국연대도 중랑구 서울지하철 7호선 면목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일본의 망언을 규탄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 즉각 파기를 요구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안점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시민 150여명이 올림픽공원 광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여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수원평화나비는 이날 기림일 및 창립 3주년 기념 성명을 발표하고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가해국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 이행, 전시 성폭력 전쟁범죄 종식을 위한 세계 각국의 법 제정 및 이행, 제사회의 전쟁범죄 재발방지 계획 마련 및 이행 등을 촉구했다.

일본군 강제 성노예 피해자 진주평화기림사업회도 진주시교육청 내 평화기림상에 헌화한 뒤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제동원피해 사죄와 배상 촉구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안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강제징용 희생자 무연고 유해 33구를 모시고 서울 도심을 순회하면서 제를 올렸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한국유족회는 정부를 상대로 1965년 한일협정 관련 자금을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에게 환수해달라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 유공자와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독립 유공자와 유족 154명과 문 대통령에게서 직접 포상을 받는 친수자(親受者) 10명, 국외거주 독립 유공자 후손 47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명,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3명 등 24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맞이하면서는 무릎을 꿇고 휠체어에 앉은 김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교장 이대영)에선 이날 전국 여고에서는 첫 번째, 학교로는 서초고에 이어 두 번째로 교내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됐다.

서울에선 72주년 광복절인 15일 도봉구와 금천구, 경북 안동, 전북 익산, 충남 홍성, 경기 용인 지역 등 전국 10여 곳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만든 소녀상이 제막된다. 

소녀상은 2011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후 전국 80여개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이달 초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위안부 관련 사업 추진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다음 달 시행을 목표로 위안부 실태조사와 추모행사 등을 위한 사업 공모에 나섰다. 관련 사업비도 1억5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정부는 민간 중심으로 지켜지는 위안부 기림일이 국가 차원의 공식 기림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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