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대기업 계란에도 살충제....친환경 인증 무용지물, 정부 우왕좌왕 졸속 발표

살충제 계란 번호.<그래픽=뉴시스>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살충제 계란'이 나온 산란계 농장 수가 하루 사이 13곳 늘며 지난 14일 이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총 45곳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졸속 조사 논란 속에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 계란 파동에 대한 급한 불은 껐지만 살충제 달걀의 근본 발생 원인인 '케이지 사육'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농림식품부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전수 조사를 실시한 전국 1239개 계란 농가 가운데 1155곳에 대한 이같은 검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과다 섭취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는 총 7곳으로 조사됐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곳이 34곳으로 크게 늘었다. 전날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에 이어 피리다벤이라는 새로운 농약 성분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특히 살충제 성분 계란이 나온 농가 45곳 가운데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가는 28곳으로 62%에 달했다. 이름만 친환경인 달걀을 생산한 건데 전체 친환경 인증 농가의 9%에 달한다.

이들 농장을 포함해 살충제 성분이 조금이라도 검출된 계란 농가는 79개 곳으로 이 중 친환경 농장이 63곳, 일반 농장이 16곳이었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가 나왔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살충제 계란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모두 납품됐고 대기업인 CJ제일제당에서 판매한 계란(CJ 알짜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준치를 2배 초과한 비펜트린이 검출된 ‘신선대란 홈플러스’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살충제 달걀이 나온 농장 대부분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들이어서 그동안 일반 달걀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친환경 인증 달걀을 구입해 왔던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들 이름만 친환경 농장에 대해 기준치 이하의 농약 성분이 검출된 만큼 친환경 인증마크만 뗀 채 살충제 계란을 그대로 판매할 수 있다고 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행법상 기준치를 초과하는 살충제가 검출돼야만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농장은 3~6개월 정도의 친환경 표시 정지 처분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친환경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살충제가 기준보다 초과로 검출된 농가도 1차로 경고 조치만 받고, 친환경마크를 뗀 채 계속 계란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농식품부와 식약처 등에 따르면 이들 농가는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않았을 뿐 투약용으로는 항생제를 사용했고 살충제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도 친환경 인증마크를 붙여 고가의 돈을 받아 왔다.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정부는 살충제 계란 농가 조사 결과를 계속 수정하고 번복하며 혼선을 키우는 등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며 축산 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정상 농가의 달걀 판로가 막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7일 오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농가 29곳이 부적합하다고 밝혔다가 31곳으로 정정했다. 이날 오후에는 또 31개 농장 중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10곳이 원래는 적합판정을 받은 곳이라고 했다 전수조사 발표를 통해 부적합 농장이 32곳이라고 확정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무작위 추출이 돼야 하는 정부 지침과 달리 실제로는 일부 농장에서 농장주가 준비한 조사용 달걀을 수거해 졸속 조사를 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며 전수 조사 결과의 신뢰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산란계의 식용 판매, 육계에 대한 살충제 사용 유무 조사 등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살충제 달걀의 근본 발생 원인인 진드기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유통되고 있는 달걀, 닭고기의 99%이상이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장식 축사(배터리 케이지)의 철창내에서 길러지며 조류인플루엔자, 진드기 등 각종 전염병에 노출되고 있다.

가로, 세로 50cm 크기의 철창안에 닭 5~6마리가 길러지는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없고 진드기를 옮기는 감염원이 된다.

이번 기회에 공장식 축산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