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3월13일 퇴임사 중 한 대목이다.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의 말이라고 한다.

한비자가 말하고 이정미 재판관이 인용한 그 '고통'이 8월25일 오후 사실상 최고 절정에 달한다. 

김진동 부장판사가 25일 오후 읽을 판결문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또 한번 요동칠 수 밖에 없다. 3월10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못지 않은 파장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가 인정되든 기각되든, 국정농단 후유증과 이에 따른 '고통'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유· 무죄 여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무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거의 100%이기 때문이다.

이 탓에 이재용 부회장 뇌물사건은 껍데기는 형사사건이지만 속살은 정치사건이다. 

유죄건 무죄건, 형량이 높건 낮건 국민 반응은 극명하게 나뉠 것이 뻔하다. 

'촛불'과 '태극기' 양쪽을 다 만족시킬 묘수를 김진동 부장판사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도 '모 아니면 도', 무죄 아니면 유죄다. 

유죄면 집행유예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많다. 구형이 징역12년인데다, 국외재산도피죄의 경우 최저 형량이 징역10년이어서 작량감경하더라도 징역5년이기 때문이다. 

김진동 부장판사.

김진동 부장판사와 이재용 부회장은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듯하다는 말이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에게 이재용 부회장 사건이 떨어진 과정부터 특이했다. 

재판 시작도 전에 세번이나 담당 재판부가 바뀌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형사 합의재판부가 21부터 38부까지 총 17개가 있다.  이 중 뇌물 등 부패사건은 원칙적으로 21, 22, 23, 27,32,33부 등 6개 합의부가 돌아가며 맡는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애초 형사21부에 배당됐다. 그런데 21부 재판장인 조의연 부장판사는 영장담당 판사시절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주인공이었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당시 쏟아진 폭풍 비난을 의식했는 지 재배당을 요청했다.

사건은 33부로 넘어갔다. 그런데 33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도 묘한 상황에 몰렸다.

이영훈 부장판사의 장인이 최순실씨의 후견인이었다는 의혹이 대두된 것이다. 

이 부장판사도 재배당을 요구했고,  결국 김진동 부장판사의 27부가 '쓰리 쿠션'의 종착점이 됐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낙관적인 추측도 있다.  김 부장판사가 뇌물죄 인정에 깐깐하다는 것이다.

김진동 부장판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진경준 전 검사장 '넥슨 공짜주식' 뇌물사건 1심 재판을 맡았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대표 측으로부터 8억여원 상당의 넥슨재팬 비상장 주식 8537주를 무상으로 받은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이익은 검사로서의 직무와 관련됐다고 증명할 사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이같은 판단이 뒤집히면서 뇌물죄가 일부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도 검사의 일반적 직무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뇌물로 봐야 한다”며 진경준씨가 받은 '공짜주식'의 뇌물성을 인정했다.

이 탓에 김진동 부장판사가 뇌물죄 대가관계 판단 등에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기대를 걸 만한 대목이다. 

이재용부회장에게 불리한 추측도 나온다.

김진동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 선고장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연관해서다.

비공개 결정을 한 23일이면 이미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유· 무죄 여부를 결정했거나 최소한 심증을 굳힌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

김진동 부장판사가 설명한 비공개 사유는 결국 공개할 공익보다 이재용 부회장 등의 명예 등 사익이 더 크다는 것인데, 이는 유죄를 전제로 한 판단이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됐다.

만약 무죄라면 선고장면이 공개된다고 해도 이재용 부회장 등이 입을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시30부터 이재용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삼성 뇌물사건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 등 전 삼성 고위 간부들의 유· 무죄 여부도 결정된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 최지성· 장충기·박상진씨에게는 징역 10년, 황성수씨에게는 징역 7년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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