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호텔신라(왼쪽)과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 <자료=대신증권>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삼성그룹을 이끌 새로운 총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유력하게 보는 모습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0년 12월 호텔신라 사장으로 취임한 뒤 7년 동안 그룹의 호텔 사업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현대산업개발과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의 신규 특허권을 따내며 경영감각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3대 명품브랜드 중 하나인 루이비통을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유치해 업계에서 화재가 됐다. 이부진 사장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을 직접 만나 루이비통 유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이재용의 공백을 이부진 사장이 메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이 열린 25일 호텔신라의 주가는 전일 대비 0.78% 오른 6만4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도 전일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6만5300원(1.72%)으로 장을 시작한 호텔신라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재판부의 판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2시 38분경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인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신규출자고리 해소 부분도 청탁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과 관련해서도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대통령에게 묵시적∙간접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 초반 이재용 부회장의 주요 혐의점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속되자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호텔신라 주가는 오후 2시 38분경부터 하락 반전하기 시작해 전일 대비 2.18% 내린 6만2800원까지 떨어졌다. 호텔신라 우선주도 7.8% 내려 5만44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무죄판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는 오후 2시 40분경 반짝 급등해 전일 대비 0.34% 오른 238만4000원를 나타냈다. 삼성물산(2.58%), 삼성SDS(2.98%) 등 삼성 계열사도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곧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이 있고, 묵시적 청탁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는 재판부의 판시에 호텔신라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다시 엇갈렸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측에서 삼성그룹 승계 작업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만나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성사를 도와달라고 한 부분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봤지만, 이 합병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시킨 만큼 승계작업은 실제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물산, 삼성SDS 등이 하락하기 시작한 반면 호텔신라와 호텔신라 우선주는 다시 오름세를 시작했다.

호텔신라 주가는 장중 6만5700원(2.34%)까지 오르며 전일 대비 0.78% 상승한 6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텔신라 우선주는 장중 6만2600원(6.1%)까지 치솟았으나 장 마감 직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면서 전일 대비 6.27% 하락한 5만5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호텔신라 우선주의 경우 거래량이 전일에 비해 3배가 넘을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장 마감 직전 급락해 전일 대비 1.05% 하락한 235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1.48%), 삼성SDS(-0.89%) 등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향을 받았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여부에 호텔신라 주가가 등락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일 전후로 호텔신라 우선주 주가는 3거래일 동안 62.93% 급등했다. 거래량도 평소보다 많게는 200배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월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소환 소식에도 호텔신라가 2%대, 호텔신라 우선주가 13%대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이부진 사장이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경영 승계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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