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공여 유죄, 박근혜 최대 위기...가중 사유 충분 무기징역까지 관측
삼성물산도 '승계위한 합병' 후폭풍...엘리엇, 주주 등 손해배상 줄소송 가능성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죄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뇌물죄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다. 공여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가 유죄로 판결된 상황에서 수뢰자인 박 전 대통령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위반 ‘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등 5가지며 세부 혐의는 18가지에 이른다.
이재용 부회장 건을 비롯한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수뢰죄를 포함한 대부분 혐의가 인정되는 분위기여서 일각에서는 검찰 구형이 무기징역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은 모르쇠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뇌물공여액 89억2227만원에 대해서는 유죄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재판부는 달라도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판결을 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수뢰자는 공여자에 비해 그 형이 중하다.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진통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라고 인정한 것과 관련해선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합병 무효 주장과 손해배상 청구가 줄을 이을 가능성도 있다.
◆ 이재용 '유죄'는 박근혜 '유죄'
이번 재판결과의 최대 '피해자'는 당사자인 이재용 부회장 등을 제외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오는 10월께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려의 1심 재판에서 삼성과의 뇌물죄는 사실상 유죄판결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적용한 혐의 중 삼성 관련 뇌물수수 약 433억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삼성이 최순실씨와 정유라씨에게 승마지원으로 약속한 금액 213억원(77억9735만원 지급),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금액 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 203억원 등이 뇌물수수액으로 적용됐다.
8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자리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도 ‘두 사람 간에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공동정범인 최순실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봤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장해 왔던 박 전 대통령-최순실 ‘경제공동체’를 굳이 증명하지 않더라도 단순 수뢰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죄 인정의 전제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범관계를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돈을 준 이재용 부회장도 뇌물공여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대가를 받고 대통령으서의 권한을 이용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을 도왔다는 특검의 공소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삼성과의 관계, 수수 경위와 시기 등 여러 사정과 그 이익의 수수로 인해 사회 일반으로부터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삼성의 승마 지원행위 사이의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본다”고 했다.
약 89억원에 대해서만 뇌물죄가 인정된 이재용 부회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요구한 433억원의 대부분이 뇌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는 실제로 지급된 급액 중에서도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최순실씨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있었던 부분만 뇌물공여로 인정했다.
하지만 수뢰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형법 제129조 수뢰죄 조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수수를 하지 않고 요구만 한 경우에도 뇌물을 받은 것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현안을 인식하고 최순실과 공모해 정유라 승마지원 등의 뇌물을 수수하기로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1인 회사로 판단된 코어스포츠를 통해 213억원을 지급받기로 약속받고, 지난해 2월 15일 이재용 대통령과 단독 면담자리에서 또 다시 최씨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을 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부도 뇌물로 판단한 부분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경우는 실제로 지급받은 금액이 아닌 받기로 약속한 229억2800만원 전액이 수뢰금액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앞세워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에 지원금을 내도록 한 부분에서는 논쟁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의 경우는 전국경제인연합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보고 뇌물공여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어떤 판단이 내려질 지 미지수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 헌법재판소는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과 각종 증거를 근거로 미르·K스포츠 재단의 실제 주인이 박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심리를 맡은 재판부가 헌재의 의견까지 수용할 경우에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에 대한 검찰 공소금액인 433억원 전액이 유죄로 판결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부가 서로 다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무시하긴 힘들다.
같은 사건을 두고 상이한 판결을 내렸을 경우, 법원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 내용 중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묵시적 부정 청탁 인정 ▲공무원이 공무원이 아닌 제3자와 공모해 제3자가 뇌물을 받게 한 경우에도 뇌물죄 성립 ▲승마지원 등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이 공익 목적의 국정수행이 아닌 대가관계라고 인정한 부분 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판결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수뢰자로 그 형량도 공여자인 이 부회장보다 높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수뢰액수가 5억을 넘을 경우 7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형을 양형기준으로 규정했다.
양형기준상 뇌물공여의 최대 형량이 5년인 것에 비하면 매우 무거운 형이다.
특히 3급 이상의 공무원, 적극적인 요구, 업무관련성이 높은 경우는 가중처벌 사유로 본다.
◆ 삼성물산도 줄소송 위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는 별개로 삼성물산 등도 대규모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나 재판부의 판결은 민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즉 과거 삼성과의 소송에서 3연패를 당한 엘리엇이나 행동주의 소액주주들이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실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무효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두 회사를 합병 무효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등기이사이자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에 찬성한 삼성물산-제일모직 이사회, 삼성그룹 경영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장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발목을 잡았던 엘리엇부터 다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인 1 대 0.35가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두번의 ‘주주총회 결의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으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 소송’을 제기했다. 3번 모두 삼성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내 기업인 일신제약 역시 같은 이유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했다.
하지만 이번 국정농단 재판에서 복수의 재판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민연금 등의 주주가 손해를 봤으며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판결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엘리엇, 일신제약 외에도 개인투자자들 역시 이번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의 외국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ISD(투자자 국가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삼성물산은 총수 부재라는 악재에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부에서는 '정치인·경제인 사면'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현 정권에서는 경영권 복귀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