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1심 판결, 신동빈 '뇌물' 재판에 영향...배임·횡령 재판도 복병

유죄 땐 기업윤리 강한 일본롯데서 배제 가능성..한국 롯데지주 지분확대도 난항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 첫 사법처리 재벌오너가 된 상황에서 다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차례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두가지 사건에 얽혀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뇌물 사건과 회삿돈 횡령·배임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뇌물사건의 경우 신동빈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보다 불리한 재판 환경에 놓여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어 박 전 대통령과 세트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임·횡령 혐의 재판도 혐의 액수가 1750억원에 달하는 대형사건이어서 만만찮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유죄판결을 받아 법정구속이 된다면 현재 한·일 롯데의 총수로 군림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 롯데 경영에서는 배제당할 수도 있다. 일본 경제계 풍토가 비리 경영인은 철저히 배격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국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법정 구속된 상태서 지주사 지분 확대 등의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9일 한국 롯데 지주사 설립을 위해 롯데쇼핑과 제과, 칠성, 푸드 등 4개사 주주총회가 열린다.

신동빈 회장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지주사 설립과 지분 확보를 마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주사를 설립해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면 구속 등 비상 사태가 발생해도 최소한 한국롯데 지배권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롯데지주 서두르는 신동빈..안정장치 마련 중?

8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에서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명시적 부정적 청탁은 없었지만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봤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지만 공동정범인 최순실씨가 이득을 취하게 했다며 뇌물공여죄를 인정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돈을 뜬긴 것이라는 삼성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맥락으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죄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신 회장이 경영지배권 확보·강화와 롯데의 일본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과 한국 롯데 지주사 설립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지난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자 정부의 ‘면세점 신규특허 방안’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했다고 봤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이 면세점 허가를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순실 등을 통해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결과다. 

롯데는 이중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으며 K스포츠재단은 해당 금액을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롯데에 돌려줬다.

감사원은 7월 11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선정된 2016년 신규 서울면세점 추가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인해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은 더욱 힘이 실렸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을 알고 최순실씨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구했으며, 이 부회장도 지원을 통해 대통령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 것이라고 알고 금품을 줬다며 뇌물공여를 인정했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도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의 현안을 알고 있었고, 신 회장이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후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에게 K스포츠재단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정황 등을 근거로 뇌물공여가 인정될 수 있다.

뇌물의 경우는 돌려받은 것과 상관없이 상대에게 제공한 그 순간 뇌물죄 기수가 된다.

형법 제133조는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뇌물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거나 공여하려는 의사만 표시해도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는 실제 금품을 줬다가 돌려받았기 때문에 미수범이 아니라 기수범에 해당한다.

신동빈 회장은 1750억원대의 배임·횡령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와 함께 신동빈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체적인 혐의로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신 씨 일가가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두고 역할 없이 거액의 급여를 챙긴 ‘횡령’ ▲총수일가에 롯데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준 ‘배임’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 과정에 개입해 약 480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등이다.

같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유죄판결 시 일본에서는 '아웃' 

신동빈 회장이 뇌물이나 배임·횡령 중 하나라도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이 된다면 일본 롯데에서는 제적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까지 한·일 롯데의 지주사로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직에 있지만 이는 지분을 가진 총수로서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통해 얻은 자리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1.5% 수준이다. 

경영권 분쟁 상대인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 등을 통해 28.1%의 지분을 확보한 것과는 비교된다.

롯데홀딩스 지분의 27.7%를 갖고 있는 종업원 지주회와 5개 관계사(20.1%), 계열사 LSI(10.7%) 등의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 편이기 때문에 총수 자리를 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국내 롯데 지주사를 설립하고 한국 롯데를 분리하려는 이유기도 하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벗어나 지주사 지분을 확보함으로 안정적인 총수 자리를 굳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일본 내 정서는 정치비리보다 기업비리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난 2015년 약 12억 달러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다나카 히사오 도시바 그룹 사장은 여론의 물매를 맞고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와 스즈키가 연비 조작 논란 이후 기업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주가 폭락과 이미지 실추를 막지 못했다. 이 사건은 미쓰비시그룹의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화학 계열사에까지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끼쳤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도 뇌물죄 등 유죄판결로 인해 윤리성이 도마에 오른다면 일본 주주들이 더 이상 신 회장을 지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에 신중을 기하겠다”면서도 “법정구속 등에 처했을 때는 더 이상 대표로서 활동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롯데홀딩스의 직원이 사태파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 일본 L투자 모방한 한국롯데지주, 투명성 논란 지속

한국 롯데 지주사 설립이 신동빈 회장의 총수 자리를 보장해 줄 지도 미지수다. 신동빈 회장은 지주사 설립 방식으로 과거 일본 롯데가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를 설립했던 방식을 그대로 모방했다.

각 계열사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리시켜 투자부문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일본 롯데계열사들이 지난 2007년 일본 농림수산성에 제출한 ‘플랜 두 2008’ 사업보고서를 보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은 롯데건강산업·롯데상사·롯데빙과·롯데물류·일본식품판매·롯데애드·롯데리스·롯데부동산·롯데데이터센터·롯데물산·롯데리아홀딩스 등에서 투자부문을 L투자회사로 독립시켜 롯데홀딩스의 지배하에 있게 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이는 롯데의 불투명한 지분구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국 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의 계열사에서 투자부문을 분리시켜 지주사로 통합한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의 지분 13.46%, 롯데제과 9.07%, 롯데칠성음료 5.7%, 롯데푸드 2.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투자부문 분리 후 지주사를 설립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교환 등을 배제하고 보면 10.5%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증권가는 신동빈 회장이 주식교환 등을 통해 지주사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신동빈 회장의 뇌물 등의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주식교환 등을 통한 지주사 지분확보는 공시절차와 이사회 등을 거쳐야 되는 사안이어서 단시간에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다.

법정구속 된 상태에서는 주식교환 등을 통한 지배권 강화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지주사 전환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는 상황이며, 비록 롯데쇼핑의 지분은 절반가까이 매각했지만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공백과 동시에 신 전 부회장의 반격 강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일본 롯데의 지원사격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10% 수준의 지주사 지분으로 경영권을 지키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

지주사 설립에 대해 일부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을 기준으로 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합병비율은  1대 1.1844385,  8.3511989, 1.7370290이다.

이 같은 합병비율을 두고 롯데쇼핑소액주주 모임은 신동빈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롯데쇼핑에 유리한 비율을 산출했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을 포함한 일부 주주들이 했던 주장과 같은 것이다.

소액주주모임측은 롯데가 롯데쇼핑의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사드영향 등으로 큰 손해를 본 2017년도를 제외하고 산정에 유리한 2014~2016년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고 주장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에 포함된 롯데리아, 롯데카드, 코리아세븐의 신장을 롯데쇼핑 기업가치 산정에 크게 반영했지만 이들 3곳의 매출을 합해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매출 절반 수준이다.

올해 2분기만 보면 롯데리아, 롯데카드, 코리아세븐이 포함된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630억원이지만, 롯데마트의 영업손실은 770억원으로 이를 넘어선다.

이성호 소액주주모임 대표는 “만일 29일 지주사 설립안이 통과한다면 각종 소송 등을 통해 반드시 실행을 막을 것”이라며 “롯데의 지주사 설립 방식은 경영을 투명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불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오직 신동빈 회장의 지배권을 위해 주주들의 이익은 무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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