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박성진(49)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가 11일 열린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목 거리는 자유한국당의 포지션이다.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에 대한 찬반 여부를 아직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바른정당과 정의당 등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과 대비된다.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장외투쟁을 하느라 박 후보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 점도 있지만, 박 후보자의 정치성향이 자신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찬반을 결정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박성진 후보자를 '트로이의 목마'로 활용하는 포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뉴라이트 역사관 등 탓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내에서 박성진 후보자를 싸고 내분이 일고 있고 장관이 되면 그런 분란이 지속되고 커질텐데  굳이 자유한국당이 나서서 '뇌관'을 제거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일부 정의당이나 이런 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역사관의 경우 그렇게 나쁜 역사관이 아니고 건전한 역사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박성진 후보자를 감싸는 분위기로 청문회가 진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난달 24일 초대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박성진 후보자를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병역비리, 논문중복게재, 소득 탈루, 이중국적 등 장관 후보자에게서 나올 법한 의혹들은 죄다 쏟아졌다. 

▲박 후보자 부인의 세금탈루 의혹 ▲ 비상장 벤처기업과 부적절한 주식거래 의혹 ▲ 2015년 포항시 아파트 분양권 매입 당시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허위복무 의혹 ▲논문 중복게재 의혹 ▲자녀 3명 중 2명의 이중국적 문제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 재임 중 3천만원 셀프 포상 의혹 ▲ 포스텍  동문 회사서 받은 자문료 소득 3천만원 은폐 의혹 등이다.

하지만 박성진 후보자의 경우 이들 '통상적인' 의혹보다는 역사관과 종교관, 특히 정치적 입장 문제가 더 논란거리가 됐다. 

주말엔 박 후보자가 포스텍 교수 간담회에 극우 논객 변희재씨를 초청하는 일을 주도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됐다. 

박 후보자는 이를 부인했지만, 그가 단순한 보수도 아닌 극우성향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변희재 초청'이 사실이라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서도 수용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변희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JTBC 테블릿PC조작 주장과 태극기 집회 각종 극우 발언 등으로 촛불민심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다.

박성진 후보자가 동료 교수들 간담회에 초청할 만큼 변씨와 유사한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다면 촛불민심으로 집권한 민주당으로서는 입장이 난감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를 옹호하고 여당은 반성을 촉구하는 묘한 상황이 청문회에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후보자의 뉴라이트 역사관 문제는 후보 지명 직후부터 터져나왔다. 

박성진 후보자는 2015년 2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학교 연구 및 교육 모델 창출’이란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기술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 시기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있는 관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건국일이 임시정부 수립 시기인 1919년이라는 견해를 명확히 한 바 있다.

박 후보자의 역사관 문제는 국무위원 자질론으로 번졌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끄러운 말이지만 건국과 정부수립의 차이를 잘 몰랐다. 역사에 무지해서 생긴 일이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활동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과학자이기 때문에 정치나 역사 등 인문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그의 이런 해명은 되레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공계 계통의 기술적인 문제만을 다루는 부처도 아닐뿐더러, 장관은 동시에 국무위원이기도 한데 국무위원은 국정 전반을 대통령과 토론하고 결정해야 하는 직책이다.

박성진 후보자가 건국과 정부수립의 차이를 모를 정도로 역사와 정치에 대해 무지하고 소양이 없다면 그런 인물에게 어떻게 국무위원 자리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박성진 후보자가 과거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학교에서 과학적 증거를 통해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기술과 과학 진흥을 선도해야할 부처 수장으로서 창조과학 관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후보자는  “창조과학을 연구한 적은 없다.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진화론을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회 이사까지 역임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남겼다.

자질론과 관련해서는 박 후보자가 교내 벤처를 창업한 경력은 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또하나 주요 영역인 소상공인 관련 업무와는 인연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박 후보자가 국무위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으로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박 후보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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