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취임 소감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계에 참여했었는데 20년 가까이 지나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소임을 다하고 계시는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온화한 리더십으로 금융관행 개혁에 힘써주신 前任 진웅섭 원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최근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중책(重責)을 맡게 되어 막중한 부담과 책임이 느껴지지만 여러분의 역량과 변화를 위한 열정을 믿기에 어떠한 장애도 능히 헤쳐 나가리라는 자신이 생깁니다.

Ⅱ 금융감독 철학

임직원 여러분 우리 금융산업은 양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대형화 경쟁과 수익성 제고에 치중하면서 금융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데다 금융사고와 불합리한 거래관행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울러 감독당국이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 금융감독원은 금융과 금융감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다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절실히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Back to the Basics’ 즉 초심으로 돌아가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금융감독’을 실천하자고 제안합니다.

아시다시피 금융감독원은 외환위기를 교훈으로 “①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와  ②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그리고 ③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됐습니다.

따라서 ‘건전성’과 ‘공정성’ ‘소비자 보호’라는 세 개의 축을 균형감 있게 견고히 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①인허가 및 건전성 감독 ②검사 ③제재 ④금융소비자 보호”로 이어지는 일련의 ‘금융감독’ 과정을 유기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금융회사를 강건하게 하는 ‘건전성 감독’과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 감독’ 그리고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금융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금융감독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Ⅲ 금융감독 정책 방향

이를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에 대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강화)

첫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근래 우리 경제에 모처럼 불어오던 훈풍이 ‘북핵위협’과 ‘가계부채’ 등의 암초를 만나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예상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엄중한 경계의식을 갖고 ‘선제적 위험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우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견고한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금융시스템이 어떠한 위험에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도록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원칙과 기본에 따라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아울러 검사와 제재는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하되 부당 행위는 엄중히 처리하여 금융질서를 확고히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②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둘째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그 정보에 틀림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는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매우 커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만연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 해소에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 금융감독원이 가진 정보를 국민들께 광범위하고 시의적절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이에 그동안 제한적으로 제공해 오던 금융산업 관련 통계와 검사 제재 정보를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을 확립하겠습니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게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의 사항을 공시토록 하여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투자 판단에 도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아울러 기업의 회계분식 위험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회계감리시스템을 선진화해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겠습니다.

(③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마지막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금융소비자는 금융시스템의 거대한 축이자 금융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근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금융소비자는 정보의 열위로 금융회사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으며 교섭력이 약해 권익이 침해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이 앞장서서 중재(仲裁)와 보정(補正)을 통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에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칭)’를 설치하여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실천하겠습니다.

이 기구는 금융권 全 권역에 대한 주요 감독 제도의 시행에 앞서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제도의 적정성을 중점 심의합니다.

또한 기구의 실효성(實效性)을 높일 수 있도록 위원의 절반을 시민단체 중심의 학계 언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민원․분쟁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민원유발 상품 불완전판매 유형 등의 민원 유발 정보를 적시성 있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감독․검사에 연계함으로써 소비자 피해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더불어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의 확대 방안도 지속적으로 마련해 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겠습니다. 

Ⅳ 임직원 당부 사항

금융감독원 가족 여러분!

지금까지 말씀드린 과제 중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에 업무를 임하는 자세와 관련하여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는 ‘청렴’해야 합니다.

우리의 권한은 국민이 위임해 주신 것이므로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뜻을 헤아리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정당성이 부여됩니다.

“개미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고쳐나가는 고도의 자정능력을 토대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노력합시다.

둘째 ‘전문성’을 길러야 합니다.

문제점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는 입체적인 사고와 판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엄’은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의 영문명(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이 Service로 끝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핀테크 혁신과 지주사 중심의 복합금융化 등으로 금융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으므로 기존의 권역별 감독을 벗어나 기능별∙기술별 감독체계로 전환하고 총체적인 리스크 관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통’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금융회사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과 눈을 맞추고 교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대를 대할 때에는 배려하고 경청하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시장과 소통 없이 일률적인 잣대로 무작정 메스를 들이대면 수술 중 의도치 않게 환자가 사망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독․검사를 행함에 있어서는 엄정하며 의연해야 하겠지만 막상 다가가서 보면 따뜻하고 겸손한 모습이 필요합니다.

Ⅳ 맺음 말씀

친애하는 금융감독원 가족 여러분!

감독기관은 그 속성 상 국민들의 눈에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두드러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금융감독은 칭찬이나 감사(感謝)를 바라는 업무가 아니라 엄격하고 책임 있게 봉사하는 임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누가 알아주기를 원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사명을 다하는 ‘무명의 영웅들(Unsung heroes)’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 앞서 우리가 먼저 혁신하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금융시장 질서를 지키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매사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진정으로 금융수요자를 위한 것인지 신중히 따져보고 그 혜택을 국민 모두가 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금융감독을 통해 ‘금융 정의(正義)를 실현하는 금융감독원’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앞으로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바라며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11일

금융감독원 원장 최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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