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서울 개포지구에 선보이는 아파트 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개포시영 재건축) 조감도.  포레스트(Forest)가 아파트 이름에 붙으면 단지 주변에 공원이나 숲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 삼성물산 제공

단지별 특성따라 '펫 네임'…건설사ㆍ입주민 윈윈 전략 
"외래어만 붙이면 명품 아파트?"소비자 혼란 지적도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건설사들이 새로 짓는 아파트의 이름에 애칭인 '펫 네임(Pet name)'을 끼워넣는 것은 대세가 된지 오래다. 단지명은 아파트의 첫 이미지로 각인되는데 잘 뽑은 '부제'는 상품 특장점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미래가치까지 높일수 있다는 마케팅 전략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외래어 일색인데다 천편일률적이어서 단지 구분에 혼란을 불러온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규 아파트들의 이름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펫 네임이 소비자들의 혼선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14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시공사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의 단지명을 '아크로 클라우드 파크'로 내부적으로 잠정 확정했다.

대림산업의 자체 아파트 브랜드인 '아크로(Acro)'에 단지의 특성을 살린 별칭 펫 네임(클라우드 파크)이 합쳐진 것이다.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 외에 아크로라는 브랜드도 사용하고 있는데, 클라우드 파크는 구름 위를 걷는 천상공원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몇년새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명을 보면 브랜드 + 지역명 + 펫 네임으로 결합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삼성물산이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재건축하는 아파트명을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라고 짓는 식이다.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펫 네임 사용을 꺼려하는 건설사들도 있지만 펫 네임은 이제 분양시장에서 필수 아이템이 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된 민간아파트 607개 단지 중 펫 네임이 붙은 아파트는 60개에 달한다고 한다.

펫 네임은 브랜드의 보완재 개념으로 이름만으로 입지와 교통 여건, 주변 환경 등 단지의 특징을 전달할 수 있다. 가격과 직결되는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일 수 있고 프리미엄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닉네임 마케팅의 일종인 셈이다.

실제 미국의 부동산중개전문 인터넷사이트 질로(Zillow)는 '레이크(lake)'라는 거리명에 있는 주택이 미국 평균 주택 값보다 16%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는 주택가격 분석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펫 네임이 보편화된 것은 각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의 차별성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 ○○브랜드△△아파트 ⟶ ○○브랜드△△아파트 □□단지로

대한민국 아파트 작명 트렌드는 3세대를 거쳤다.

과거 아파트명은 서울의 삼성보라매아파트처럼 '건설업체+지역명'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건설업계 불황이 닥치면서 '집 잘 짓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었다. 이에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자율화 바람을 타고 고객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콘셉트의 아파트를 고민했고 '브랜드 아파트'가 속속 출시됐다.

래미안(삼성물산), e편한세상(대림산업), 푸르지오(대우건설), 힐스테이트(현대건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등이 그것이다. 여기까지가 아파트 작명 2세대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건설사별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특색있는 아파트 이름 짓기가 분양시장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예컨대 GS건설은 '자이' 브랜드를 사용해 고품격 브랜드 아파트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런데 반포자이, 마포자이와 같이 지명을 앞에 붙여 아파트명을 완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지 주변에 공원이나 녹지가 있으면 '파크'를 추가해 '파크자이'로 표현함으로써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펫 네임에는 대개 아파트 주변 입지 환경을 대변하는 용어가 동원된다. 호수, 바다, 공원 등에 인접해 있을 경우 '레이크', '오션', '파크' 등을, 도시 중앙에 위치할 경우 '센트럴' 등을 사용한다.

부동산 리서치회사인 닥터아파트의 김수연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나 입주민 입장에서 브랜드만 이름으로 갖기에는 밋밋하다. 단지의 특성을 나타내는 요소가 필요하다"며 "펫 네임은 고유성에 강조점을 줘 아파트를 상징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펫 네임 부착 현상은 중견업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백상건설이 충남 천안역세권에 시공하는 중소형 주상복합아파트의 명칭은 '영성 펜타폴리스25'이다.

단지명에 들어가는 '25'는 25평이라는 의미다. 지역내 희소가치가 높은 전용 59㎡ 단일면적으로 지어진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동문건설이 경기 평택시 신촌지구에 공급하는 아파트 단지명은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다.

지역(지제역) + 브랜드(굿모닝힐)에다 펫네임으로 '맘시티'를 가미시켰다. 주 타깃층을 '엄마'로 설정하고 아파트 단지에 한국 엄마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채워넣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실제 지역명만 넣은 단지보다는 특색을 담은 펫 네임을 추가한 단지들이 청약 성적도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의 특징적인 요소를 표현하고 싶어 붙이는 데 홍보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사람들이 펫 네임을 들으면 건설사들이 부각시키고자 하는 점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 우후죽순 펫 네임에 소비자는 '어리둥절'

하지만 신규 아파트들의 이름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건설사들의 과도한 욕심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후죽순 붙이기 시작한 펫 네임 경쟁이 소비자들의 혼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펫 네임이 아파트의 속성을 간파할 수 있는 키워드인 동시에 소비자를 현혹하는 포장의 기술로 쓰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세종시에서 10여개의 아파트 단지 시공을 맡게 된 중흥건설인데, 단지명이 리버뷰, 리버티, 에듀카운티, 에듀하이, 에듀힐스, 에듀타운, 파크뷰, 에코타운, 그린카운티 등으로 차별성이 거의 없다.

교육 여건이 좋은 곳에 '에듀(edu)', 녹지가 풍부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에코(eco)', 공원 인근에 위치한 단지에는 '파크(park)' 등의 이름을 하나씩 붙여나갔지만 이내 작명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래어 일색인 펫 네임에 한국식 영어 표현인 '콩글리시'가 붙는 경우도 있다.

동문건설이 평택 아파트 단지에서 채택한 펫 네임 '맘시티(Momcity)'는 영어사전에도 없는 비문법적 합성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부동산은 입지나 가격으로 성패가 결정되지 특정한 이름값으로 판가름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작명만으로 매매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입지, 차별화 등 여러 요인이 합쳐졌을 때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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