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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GS건설-현대건설 진검승부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승자의 독배'되나
   
▲ 서울 반포주공 1단지 모습. / 뉴시스

총 사업비 9조 강남 최대 재건축 시공사 27일 결정
이사비ㆍ특화건축 등 수천억대 무상제공 출혈 경쟁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특화설계를 앞세운 GS가 치고나가자 현대가 돈다발로 따라잡으면서 지금은 백중세다" (서울 반포동 A공인중개소 대표)

주택사업 명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공사비만 2조6,000억원에 이주비ㆍ사업비ㆍ중도금대출 등을 합치면 총 사업비용이 9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은 기본,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미분양이 생기면 해당 물량을 떠안는 것은 물론 가구당 7000만원씩 '공돈'(무상 이사비)까지 지급하겠다는 파격 조건까지 등장하면서 하반기 재건축 분양시장의 '태풍의 눈'이 됐다.

양사의 경쟁이 금전적 이익보단 '깃발꽂기'식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돈 잔치' 수주 과열이 전세값 폭등 등 강남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는 겉으로는 예전과 같은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내면에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단지 외곽 대형 건물에는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겠다'(GS), '100년을 이어갈 역사가 되겠다'(현대)는 대형 홍보 플래카드가 대칭으로 나붙어 두 건설사의 날선 신경전을 반영했다.

단지 내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 총회(27일 오후 2시)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됐다. 조합원 2200여명의 대단위 단지에 걸맞게 총회 개최 장소가 잠실실내체육관인 점이 눈에 띄었다.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입주민에게 "어느 건설사를 선호하느냐"는 낚시성 질문을 던졌더니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역대급 돈 잔치 사업 진앙지로 언론에 노출된 탓이어서 외지인을 경계하는 것 같다는 지레짐작이 순간 들었다.

◆ 일반분양 손실분 떠안고 7000만원 이사비…파격 조건 

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도 암묵적인 함구령이 내려지기는 마찬가지인 듯 했다.

단지 앞 도로가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가장한 기자에게 "(시공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조합원이 아닌데 시공사에 왜 관심을 갖느냐. 일반 분양은 따로 공고가 뜨면 신청하면 된다"고 핀잔(?)을 주었다.

다만 이해관계를 벗어난 반포본동 너머 지역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처음엔 GS를 선호하다가 돈 많이 준다니까 현대 쪽으로 쏠린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돈 준다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일이천도 아니고 칠천(7000만원)인데"라며 "현대가 그렇게 지를줄 몰랐다. GS는 브랜드가 한수위라고 판단하고 있다가 허를 찔린 것"이라고 나름 분석하기도 했다.

▲ 단지내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 용산에서 한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동작대교 오른쪽으로 국립현충원이 보이고 왼쪽으로 대규모 저층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예정지다.

그동안 재건축 시장에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등에 가려있던 이 곳이 최근 전국구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입지와 단지 규모가 큰 데다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의 시세가 20억~30억원에 육박하는 중대형 면적으로 구성돼 있어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강남권의 랜드마크 주거 단지가 될 것은 분명하다.

지난 1973년 준공한 반포주공1단지는 현재 5층, 총 2120가구인데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ㆍ지상 35층, 총 5388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과 브랜드 인지도 최상위권의 GS건설이 사활을 건 시공권 사투를 벌이면서 출혈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포주공 1단지의 공사비는 2조6,000억원으로 한 번의 수주로 건설사 1년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다. 강남권에서 압구정지구 아파트 재건축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알짜 입지가 나오기 어렵다. 양사가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 "누가되든 상처뿐인 영광"…강남 부동산시장 뇌관될 수도

두 건설사가 내건 조건을 들여다 보면 입을 다물기가 어렵다. GS건설은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나면 이를 전량 분양가에 인수하고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조합원 손실분도 떠안겠다고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한술 더 떠 GS건설이 내건 조건에 추가로 7000만원의 현금을 이사비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아파트 조합원이 22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에게 1600억원의 현금 보따리를 푸는 셈이다. 이사비 외에 특화건축(외관, 인테리어, 조경 등) 및 이주비 이자 지원 등을 더하면 전체 무상제공 비용 규모가 수천억대에 달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공비 2조6000억원에 예상이익률 5%를 곱하면 기대이익이 1300억원 정도다. 기대이익은 물가상승률이나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는 그야말로 기대치"라며 "현대가 이익을 한푼도 안남기고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두 건설사는 파격적인 조건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만큼 이 아파트의 상징성이 뛰어나기에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출혈경쟁을 하더라도 시공권만 확보하면 한강변에 거대한 광고판을 세우게 돼 엄청난 브랜드 인지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동업자인 건설업계조차 이번 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마당에 대형 건설사들이 돈 잔치를 벌이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경쟁업체에 영업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 사업에서 이사비로 가구당 500만원 정도를 실비 개념으로 준다. 넉넉하게 1000만원까지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도를 넘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재건축 사업의 성공은 누가 이주비를 많이 주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돈놓고 돈먹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과도한 이사비 지급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사비 외에도 두 건설사가 약속한 무상제공 비용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른다는 점에서 수주경쟁 과열현상이 향후 인근 지역의 극심한 전세난 등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건설사 물량공세는 간접적으로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궁극적으로는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주변 집값을 들썩이게 할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andrew@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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