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건설사가 분양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청약접수에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 뉴시스

상한제 예고편에 강남 재건축 '로또 청약' 열풍
공급감소 등 역풍 막고 집값 거품 뺄 해법 필요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8ㆍ2 부동산 대책의 후속탄으로 분양가상한제가 2년반 만에 이르면 11월 초 부활될 것으로 예견되지만 시장의 기대와 정부의 의도간 엇박자가 감지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견인하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와 달리 최근 상한제 예고편격으로 시행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서울 강남에 애초 책정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자 청약시장에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청약 열풍의 기폭제가 될지, 집값 안정의 시금석이 될지 시각이 갈라지는데 운영의 묘를 살릴수 있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14일 마감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는 23가구 모집에 5381명이 몰려 234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8ㆍ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는 처음으로 이달초 청약에 나선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올해 서울 최고인 평균 168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분양가가 흥행 원동력이 됐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160만원인데 애초 건설사가 계획했던 것보다 300만원 정도 낮게 책정됐다.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으로 당초 조합이 검토한 가격보다 400만원 가량 싸다.

두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아진 건 주택 분양보증이란 키를 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압박 때문이었다.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자 정부가 분양가를 사실상 인위적으로 끌어내린 거다. 하지만 결과는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 광풍'이라는 원하지 않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 '집잢 안정' '시장 교란' 모두 가능한 '양날의 검'

정부가 조만간 분양가상한제를 부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런 로또 청약 열풍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수요 입장에선 내집마련의 기회가 넓어질 수 있겠지만, 낮아진 분양가가 결국 시세에 맞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지난 1970년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도입과 폐지를 반복하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이후 박근혜 정부때인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됐다.

새로 마련한 분양가상한제 기준은 직전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에서 ▲12개월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 초과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 5 대 1 초과 또는 85㎡ 이하 청약경쟁률 10 대 1 초과 ▲3개월간 아파트 거래량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등의 요건 중 하나에 해당되면 국토교통부가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첫 적용 시점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는 다음달 말 이후인 11월로 전망된다. 3.3㎡당 분양가 4000만원을 일찌감치 돌파한 서울 강남권이 첫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는 주변 시세에 상관없이 땅값과 건축비 등 실제 공사비에 들어가는 비용 범위내에서 결정되기에 분양가 상승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분명하다. 업계에선 강남권은 분양가격이 3.3㎡당 4000만원 이하로 매겨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보다 대략 10 ~ 2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상한제 적용이 분양가 인상은 물론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를 억제해 집값 안정을 유도하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주변 집값이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만 갑자기 낮추면 시세 차익을 기대한 수요자가 대거 몰려 분양시장이 '로또시장'(투기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분양가가 저렴해도 입주 후 가격은 주변 시세를 좇아 오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낮춘 강남권 단지들에 청약 로또를 기대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이유다.

닥터아파트의 김수연 리서치팀장은 "기존 아파트와 분양아파트 사이에는 가격의 갭이 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높은 것이 자연스러운데, 신규 아파트가 기존 시세와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못하다면 당연히 로또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분양가를 제한하더라도 입주 아파트의 시세변동은 규제가 불가능하니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단기 청약열풍 불가피" vs "강남 재건축 예외적 현상"

실효성도 의문인 게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도입된 지난 2005년 3.3㎡당 1429만원이었던 서울 지역 평균 분양가는 2006년 1529만원, 2008년 2171만원으로 계속 올랐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은 그동안 주변 집값을 떨어뜨리진 못했어도 일부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의 경우 수익성은 일반분양가에 의해 좌우된다.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조합이나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면 사업 진행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내년에 도입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맞물리면 사업추진이 더딘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은 상한제와 환수제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상한제는 재건축이 타깃인데 조합원들이 가져가야할 이익을 사회적 약자인 장기 무주택자에게 개발이익을 일부 돌려주는 구조"라며 "청약시장은 뜨거워지는 반면 매매시장은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분양가상한제 충격을 덜 수 있는 완충장치로 후분양제가 제시되지만 오히려 분양가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준공시까지 땅값이나 공사비용, 이자 등 금융비용 상승할 경우 이 비용이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양날의 칼을 지닌 정책 속성상 단기간 청약 열풍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분양가격이 내리면 주변 시세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입지성, 경쟁력을 갖고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벌어지는 케이스일뿐이다. 재건축사업이라는 특수한 사업구조와 엮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나왔다"며 "(과열 현상이) 전국적으로 상한제가 적용되는 모든 단지에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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