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왼쪽)과 건설 중인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오른쪽). / 오경선 기자 seon@onel.kr

8.2대책에도 집값 강보합세…대기업 입주 등 각종 개발 호재 반영
"투자 메리트" vs "키맨 못돼" 전망 교차…오피스텔 시세는 제자리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8ㆍ2 대책이후 약간 관망세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확 떨어진 건 아니다. 실수요자 위주로 꾸준히 매매가 이뤄진다" (용산박사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총 사업비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 불렸던 서울 용산역세권(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된 지 4년 만에 진앙지인 용산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8ㆍ2 부동산대책에 따라 용산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이중 자물쇠가 채워졌지만 아직까진 개발 호재가 규제 악재를 누르는 양상이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맞춰 봇물 터진 주변 개발사업이 거주ㆍ유동인구를 유입하면서 집값이 뛰고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한데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23일 신용산역 주위의 한강대로변은 고층 빌딩 공사가 마치 속도 경쟁을 벌이는 듯 했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방향을 등지고 한강 쪽으로 바라봤을 때 좌측 도로변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곳이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공사 현장이다. 건물 골조 공사를 끝낸 탓에 고공 크레인과 건물 외벽 호이스트(건설용 리프트)는 자취를 감췄고 아래에서 소형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등 건설 장비들만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기자에게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조경공사만 남았다"며 "공정률이 95% 정도"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지하 7층 ~ 지상 22층, 연면적 18만8759㎡ 규모의 매머드급 오피스 빌딩이다. 오피스 부문 연면적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14만3000㎡)를 제친다. 올 연말 준공 예정인데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와 함께 삼일회계법인 등 외부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

왕복 8차선 대로를 건너 반대쪽 오른편 도로변에는 두 개의 신식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 건물이 한강방면으로 종렬(세로 방향)로 자리잡고 있다.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삼성물산)은 6월부터, 용산 푸르지오 써밋(대우건설)은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갓 오픈해서인지 노른자위 1층 상가 자리는 임대문의 안내표지가 붙은 채 대부분 비어있었다.

◆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중복지정에도 새 아파트 3억 웃돈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된 201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용산 부동산시장은 최근 대형 개발 사업들이 속속 추진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15년 LG유플러스가 용산으로 본사를 옮긴데 이어 지난 7월 리모델링이 마무리된 현대아이파크몰에는 CJ CGV 본사가 이전했다.

내달 용산역사 뒤편 용산관광터미널부지에는 국내 최대 6성급 호텔인 '서울드래곤시티'(대우건설)이 착공 3년 만에 위용을 드러낸다. 대지면적 1만4798㎡, 연면적 18만5376.71㎡으로 63빌딩(16만6100㎡)보다 넓고 내부 객실(1700실)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객실을 보유한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1156실)을 크게 넘어선다

신용산 지역 개발 기대감은 이미 집값에 반영되고 있다. 한강대로 일대 신규 아파트는 대부분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신용산역 인근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래미안용산은 인기 평형이 43평, 47평인데 로열층은 최대 웃돈 3억원을 더해 매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ㆍ성동ㆍ노원 등 11개 구 가운데 용산구와 마포구만 아파트값이 하락하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보면 전주 대비 용산구의 아파트값 상승률(0.04%)은 서울 평균치(0.01%)를 앞질렀다.

신용산역을 둘러싼 배후 지역에 대한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 243만㎡에 용산공원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ㆍ이태원 일대는 최고급 주거시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공원ㆍ녹지ㆍ도로 등을 빼면 4만4935㎡(약 1만3600평) 규모인 유엔사 부지는 주거ㆍ상업ㆍ문화시설 등이 결합한 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용산 유엔사 부지를 1조552억원에 낙찰받은 일레븐건설은 이곳에 최고급 주택단지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5월 6242억원에 팔린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부지에도 최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외국인아파트 부지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한남더힐'이 있다.

원효대교 북단에 위치한 원효로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지역에 있는 사옥 주변을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원효로4가 일대 약 3만㎡ 부지에 호텔과 업무시설 등 복합시설 계획을 마련하고 서울시 및 용산구와 협의하고 있다.

◆ "장기적 가격 메리트 존재" vs "역세권 개발없이 낙관은 금물”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은 재건축을 빼면 특별한 호재가 없지만 용산은 역세권과 개발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용산은 아직 (아파트) 공급과잉 상황이 아니며 인구를 고려할 때 더 지어질 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오피스텔 시장은 평형대별로 온도차가 감지된다.

한 부동산업소 대표는 "오피스텔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지는 않았지만 작은 평수는 꾸준하게 매매가 이뤄진다"며 "원룸형 3억대 중반 정도의 물건은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용산은 수요층이 탄탄해 오피스텔 공실률은 적지만 매매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분양가가 비싼데다 세대수도 많아 웃돈이 붙은 게 없다"며 "방 하나 딸린 오피스텔이 5억이라면 누가 사겠나. 강남도 아닌데..."라고 반문했다.

향후 지역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각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8ㆍ2 영향에서 벗어나있다고 단적으로 보긴 어렵지만 강남 대체지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라고 진단했고,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 차장은 "노후된 도심에서 신도심으로 전환되면서 강남처럼 고소득층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메리트가 있다"고 봤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개발호재가 있는 것은 맞으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재개되지 않는한 패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