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주요 은행들이 해외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서 상반기 성적표를 둘러싸고 극명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들이 포화 상태의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순익 규모가 미미해 현지 특화된 수익원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교포나 국내 기업으로 먹고사는 ‘우물 안 영업’ 전략으로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수는 51개로 작년 말에 비해 1개 늘었다. 해외법인 수는 지난 2014년 45개에서 2015년 46개, 2016년 50개로 매년 증가했다.

해외법인 수는 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이 각각 11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가장 많은 12개 해외법인을 갖고 있던 신한은행이 올해 인도네시아 2개법인을 1개로 통합하면서 숫자가 동일해졌다.

3개 은행은 중국, 미국, 홍콩 등지에 모두 현지법인을 마련해뒀다. 이 외에 신한은행은 일본, 캐나다, 독일, 멕시코, 카자흐스탄 등에 해외법인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에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중국, 홍콩, 영국, 캄보디아 등 5곳에서만 해외법인을 가지고 있다.

해외지점은 해외에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지사'를 말하며 국내 회사가 해외에서 사업할 수 있는 '허가서'를 의미한다. 반면 현지법인은 현지 국가의 법에 따라 별도로 설립된 회사로 국내 모기업과는 별도의 '협력관계'로 구분짓는다는 점에서 해외지점과는 차이가 있다.

◆ 주력시장 중국서 하나∙신한 각축전…국민은 적자전환

시중은행 해외법인의 격전지는 단연 중국이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중국법인 자본금 규모는 다른 해외법인에 비해 큰 편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법인 중 가장 큰 자산규모를 확충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상반기 실적은 하나은행이 가장 높았지만, 상승세를 탄 신한은행이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하나은행유한공사)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554억3700만원, 순이익 196억51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6.59% 하락했으나 순이익은 37.3% 증가세를 보였다. 2위 신한은행에 비해서도 1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은 영업이익 1572억7200만원, 당기순이익 81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약 21.8% 늘었고, 순이익은 76.3% 증가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중국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679억1600만원, 순이익 59억4900만원을 거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각각 23.3%, 79.8% 급감했다.

주요 은행 중 중국에서 가장 적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KB국민은행 중국법인(Kookmin Bank China)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310억1900만, 순이익은 마이너스 9300만원을 보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THAAD)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탈(脫) 중국행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주요 은행들의 중국 러시는 여전하지만 실적면에서 우리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과 비교할때 아직은 '새발의 피' 수준이다.

4대 은행의 상반기 중국시장 전체 순이익 규모는 336억3800만원이다. 같은 기간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한국 한 곳에서 각각 1942억원, 1171억원 순익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대칭 비율이 17.3%, 28.7%에 그친다.

◆ 인도네시아선 하나, 베트남선 신한 실적 돋보여

시중은행들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나은행이, 베트남에서는 신한은행이 실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법인의 실적기여도가 전체 해외법인 실적의 30%에 달한다. 중국∙인도네시아 2개 법인이 해외법인의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으로, 경쟁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자랑한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PT Bank KEB Hana)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315억8300만원, 순이익 274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2%, 2.3% 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우리은행은 영업이익은 감소했으나, 순이익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법인(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51.0% 감소한 990억1600만원을 냈다. 그러나 순이익은 87.5% 늘어난 194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법인((PT Bank Shinhan Indonesia)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63억1800만원, 순이익은 9억900만원으로 각각 121.7%, 1.3% 증가했다.

작년 12월 2개로 나눠져있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PT Centratama Nasional Bank,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합병하면서 이익 규모가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들의 베트남법인의 실적도 상승하는 추세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신한베트남은행)의 영업이익 920억900만원, 당기순이익 371억22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2%, 81.3% 늘었다.

지난해 신설 인가를 획득해 운영하고 있는 우리은행 베트남법인(베트남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55억6300만원, 순이익 33억8800만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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