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지난 2015년 8월 1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 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장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정부는 국민 휴식권 보장과 함께 내수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국내가 아닌 해외 여행으로 몰리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소득 양극화 구조상 여유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생활이 어려운 이들은 국내에서 높아진 물가로 지출을 더 옥죄면서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소득 등 실질 구매력이 상향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색내기식 임시공휴일 도입은 반쪽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월 2일(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등은 이번 추석 연휴동안 연차 없이 9월 30일 토요일부터, 10월 3일 개천절, 4일 추석, 5일 추석 다음날, 6일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최장 10일 동안 연속해서 쉴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국민은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공약한 사안이었다. 당초 도입 취지가 국민휴식권과 내수 진작이었는데 지금으로선 후자쪽에 더 중심에 실린 것으로 비춰진다. 최근 북한 관련 리스크가 커지면서 내수 소비지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내수인데, 새 정부 출범이라는 빅이슈에도 불구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기 대비 1.0%로 반등하는데 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달 내놓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새 정부 출범 안팎으로 급등했다가 븍한발 리스크 등으로 지난달 하락 전환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효과는 온도차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작년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날 다음 날인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5월 5일 ~ 8일 일요일까지 나흘간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 올해 5월 9일도 임시공휴일이었다.

가장 효과가 컸던 것은 2015년 8.15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 임시공휴일이었는데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당시 3분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었다고 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 당시 추산한 경제 파급효과는 5조1600억원에 달했다. 휴일이 생기는 데 따라 발생한 숙박ㆍ음식ㆍ운송서비스업의 생산유발액은 3조9000억원, 여기에 각 산업별 부가가치액 1조26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대한민국 인구 5000만명의 절반인 2500만명이 평균 7만9600원을 휴일에 쓴다고 가정했을 때, 직접적인 소비 지출액만도 1조9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

여기서 '국민의 절반이 동참할 때'라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부가 '샌드위치' 하루를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 국민의 절반이 동참하기 위한 조건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또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인 7∼8일 사이의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효과로 소비지출이 약 2조원 증가하고 이로 인한 생산은 약 3조9000억원 유발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반면 조기대선으로 인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올해 5월 9일의 경우 효과가 크지 않았다. 5월 산업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은 각각 전월보다 0.3% 줄었고, 소매판매는 0.9% 감소했다.

즉 임시공휴일 지정이 단기적 효과는 확실히 있었으나 장기적 처방은 아니라는게 수치로 간접 증명된 측면이 있다.

일부 경제지표이긴 하지만 황금연휴가 물가변동 폭만 키우고 내수진작 효과는 거의 없다는 지적도 유의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황금연휴가 낀 지난 5월 국제항공료(4.1%), 국내항공료(4.9%), 호텔숙박료(2.3%), 콘도이용료(3.9%) 등 여행 관련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0.1%) 대비 급등했다가 6월 큰 폭 하락했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그 어느 때보다 길어져 과거보다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내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출국자 수는 238만9000명으로 이미 역대 최대 규모를 찍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8만6000명)보다 14.5% 늘었다. 이번 연휴 역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이달초 기준 올 추석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94.4% 급증했다. 그것도 미국 유럽 남태평양 등 장거리 여행이 전년 대비 257%로 폭증했다.

일선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해외여행 상품도 평일 대비 2, 3배 이상 비싸지만 이마저도 매진돼 물량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10월 1일 출발하는 3박4일 필리핀 세부 상품은 106만9000원에 판매된다. 그러나 연휴가 아닌 평일의 경우 세부 5일 상품 가격은 최저 19만9000원 수준이다. 더 좋은 조건의 상품보다 연휴기간 상품 가격이 최대 437.2% 뛰었다.

베트남 다낭의 경우 보통 날짜의 경우 상품이 54만9000원부터 시작되지만 같은 조건에서 연휴 가격은 99만9000원으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연휴기간 항공권 가격도 3배 이상 비싸졌는데 필리핀항공 기준 10월1일~5일 왕복 세부 항공권은 75만3600원부터 시작하지만, 연휴가 지난 10월10~13일 가격은 22만2000원까지 떨어진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가뜩이나 만성화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의 폭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대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숙박ㆍ교통 등 후속 지원 대책이 없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차를 보인다.

공단 주변의 자영업자처럼 손해를 보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소외계층이 생길 수 있다는 묵은 논란도 여전하다.

임시공휴일은 공무원들에게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고 샐러리맨, 대기업 근로자들은 노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서 그때그때 정하게 된다. 반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불경기로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기조상 앞으로도 임시공휴일로 인한 긴 연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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