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지난 9년간 국내 금융그룹 지존 자리를 지켜온 신한금융이 올해는 '맞수' KB금융에 실적을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한금융의 은행∙카드 포트폴리오 편중 현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경영진의 전략 미스 지적과 맞물려 조용병 회장에 대한 리더십 신뢰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이 '리딩 금융그룹' 자리 수성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이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상황에서 두 금융그룹의 순위 싸움이 리더십 평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신한금융이 7760억원, KB금융이 8390억원으로 1, 2분기보다 간극이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KB은행의 실적 역전 가능성은 시장에서 이미 감지돼왔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상반기 영업이익 2조4538억원, 당기순이익 1조8891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2조30억원, 당기순이익 1조892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신한금융에 비해 낮았지만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우월한 모습을 보였다.

2분기 실적에서는 당기순이익 격차가 벌어졌다. 신한금융은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9019억원에 그쳤지만, KB금융은 1조47억원을 올려 신한금융보다 100억원 이상 앞섰다.

당기순이익은 기업의 현재의 사업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경영지표로 주식투자 등의 판단자료로 활용된다.

신한금융은 조흥은행의 성공적인 합병과 신한카드(옛 LG카드) 인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은행권 당기순이익 9년 연속 1등 자리를 수성해왔다.

올 들어 경쟁사에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한 것은 양대 축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서다.

신한금융의 그룹사별 당기순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은행부문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한카드(32%), 신한금융투자(5%), 신한생명(4%)이 뒤를 이었다. 은행부문 순익 비중은 작년 말 65%에 비해 9% 줄어들었는데 그 폭 만큼 신한카드 비중이 늘었다.

신한금융에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비롯해 신한BNPP자산운용, 신한캐피탈, 신한저축은행, 신한신용정보 등 12개 금융계열사가 있지만, 은행과 카드를 제외한 10여개 계열사가 당기순이익에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된다.

더구나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최근 영업수익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줄곧 22%대 영업수익률을 유지했지만, 2016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19.5%로 20%대도 지키지 못했다.

반면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회장의 주도 하에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키우기에 힘쓰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에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잔여 지분을 공개 매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증권 계열사의 몸집불리기에도 나섰다. 자기자본 기준 10위권 밖에서 머무르던 KB투자증권을 대형사 현대증권과 합병해 자기자본 4조 규모 KB증권을 탄생시켰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을 구축할 경우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라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고 외국환업무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은행과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증권사의 경쟁력을 키워 미래 발전가능성을 높였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개선은 이익 규모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이익 체력이 좋아지면 그만큼 자본 축적 속도가 빨라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한다. KB금융은 향후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반해 신한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증권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의 시너지효과도 현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KB금융은 일찌감치 자본을 형성해 금융당국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1502억원에 불과해 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의 사내 파벌의 구조적인 한계상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한금융의 최고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의 경우 여전히 라응찬 계와 반(反)라응찬 계의 경쟁구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조 회장은 신한사태 당시 중립을 지켰다.

리더로서의 어정쩡한 스탠스가 신한은행장과 신한지주회장이 될 때까지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조직 전체를 이끌어 가야하는 입장에선 긍정적인 요소로 볼수만은 없다. 윤종규 회장이 재임 3년간 과감한 M&A(인수합병)를 통해 KB금융을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은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금융그룹 간 순익이 종이 한장 차이인데다 신한금융은 비자카드 주식매각이익 약 1200억원이 남아있고, 순이자마진(NIM) 상승과 수수료이익도 호조여서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윤종규 2기 체제를 맞은 KB금융도 이익성장에 올인하는 상황이어서 올해 리딩 금융그룹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이 올해 들어 자회사 확대 등으로 이익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시장에서 선호를 받다 보니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을 받아 왔던 신한지주가 소외되고 있다"며 "신한은행은 해외 부문의 이익이 국내은행 중 가장 큰 상황에서 해외에 대한 투자를 꾸준하게 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상승동력(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규모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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