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대선, 박근혜·문재인 총력전 막후

 

<위클리오늘 나권일 기자>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박빙이지만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지율 1위 ‘굳히기’에 주력하는 반면, ‘추격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두 후보는 선거 막판에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네거티브 선거운동까지 전개하며 단 한표라도 앞서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 양상이다. 대선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안개판세에다 보수 VS 진보 총집결 양상을 보이는 이번 대선은 20~30세대의 투표율, 수도권 40대의 부동층 표심, 그리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사퇴이후 표심이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 영등포동 민주당사에 자리잡은 문재인 후보 민주캠프는 지난 14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제히 환호했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후보의 지지율이 45.3%로 44.9%를 기록한 박 후보보다 0.4%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 
문재인 캠프의 정세균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선대본부장 회의에서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 여론조사 추세는 문재인 후보가 추월선을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민심이 문재인 후보의 대역전 드라마를 확실하게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초박빙 

하지만 당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17개 언론사 가운데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선 것은 <한국일보>가 유일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마지막날인 지난 12일 조사한 결과는 <조선일보> 박근혜 47.1% VS 문재인 43.4%, <한겨레> 박근혜 45.4% VS 43.4%, <세계일보> 박근혜 43.4% VS 문재인 40.7%, <한국경제> 박근혜 47.0% VS 문재인 45.7%, <MBN> 박근혜 46.1% VS 문재인 42.9%로 박 후보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서장은 상황실 단장은 이와 관련해 “야권 지지표가 결집하면서 격차가 다소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투표일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박 후보가 앞서고 있어 역전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발표된 여론조사만으로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실제 득표율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흐름상 추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조사를 종합해보면 문재인 후보가 0.5~3%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추격전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측은 “대략 하루 평균 0.5%포인트 정도로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자체 추세로만 보면 주말(15~16일)을 경과하면서 역전이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2~3% 정도 근접해 있으면 우리가 승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응답자 3000명 이상 
박근혜가 크게 앞서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도 “여론조사 지지도가 현재 지표라면 추세는 미래지표다. 선거는 추세에 앞선 후보가 상대후보를 이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확인된 검증결과다. 전통적으로 야권지지층의 숨은 표가 있고, 젊은 층의 투표참여 증가가 예상되고, 현재 지지율 추세와 마지막으로 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바닥민심 등 4가지 중요한 요인을 고려해보면 문재인 후보의 역전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여론조사 자체가 가지는 함정이다. 응답자 수가 1000명인 언론사 조사들과 달리 응답자 수를 3000명으로 늘린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문 후보에 앞서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발표된 <SBS>와 ‘한국지방신문협회’ 여론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당시 SBS조사에서는 6.8%포인트, 한국지방신문협회 조사에서는 6.0%포인트를 박 후보가 앞섰다. 샘플 수가 많을수록 두 후보의 격차가 커진다는 것은 막판 역전을 꾀하는 문 후보 캠프엔 적신호일 수 있다. 현재 전국 각지 유권자들의 바닥민심을 종합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문 후보측이 겨우 1000명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0.4% 앞섰다고 환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야후보가 역사상 최대의 초박빙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번 대선은 10%에 약간 못 미치는 부동층의 표심과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청년층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 걸어

때문에 민주당은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재인 캠프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현재로선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최고의 선거전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65% 이하이면 박 후보가, 70%를 넘으면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본다. 
 
문재인 캠프는 내부적으로 투표율이 최소한 72~73%선까지 높아져야만 승리를 자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대 청년층은 16대와 17대 대선에서 각각 56.5%와 46.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를 전체 투표율인 70%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문 후보 캠프의 목표라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를 조건없이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안철수 전 후보가 최근 대학가를 돌며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은 “실제 투표율이 선관위 조사결과(79.9%)보다 3~8%포인트 정도 낮게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최소한 70%를 웃돌 수 있다. 내부 분석 결과 70%를 넘으면 20대와 30대 투표 증가율이 50대와 60대 투표증가율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렇게 되면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여론조사 상황 전체를 종합할 때 초박빙의 판세가 드러나고 있다. 문 후보의 상승세가 투표 당일까지 이어지면 문 후보가 승리한다고 판단한다”고 캠프 내 분위기를 전했다. 
 
투표율 높아도 야당에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마냥 민주당에 유리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50~60대가 대부분 박근혜 후보 지지표이기 때문에 20~30대 투표율이 높으면 50~60대도 덩달아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20대층의 30% 가까이가 박근혜 후보 지지표로 추정될 정도로 젊은층에서 박 후보 지지세가 만만치 않게 숨어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민주당이 마냥 유리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투표율보다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동층 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히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대졸 이상 40대 수도권 거주민들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종 선거권자는 4046만4641명으로 전체 인구의 79.3%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전체 유권자의 21.8%로 가장 많다. 60대 이상이 20.8%, 30대 20.1%, 50대 19.2%, 20대 이하 18.1% 순이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에 전체 유권자의 49.4%가 몰려 있다. 이어 부산 울산 경남이 639만여 명이고, 대구 경북, 호남, 충청의 유권자가 각각 410만여 명으로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투표율 1%가 부산의 5%와 맞먹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의 막판 선거유세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는 이번에 수도권 40대가 민주당에 기울지 않고 50:50으로 균형만 잡아줘도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절대 안 된다. 여론조사에 반영이 안 된 부동층의 표심이 있을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까지 사력을 다해야 한다”며 야권의 숨은 표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선거막판 여야 상호비방 과열 

이처럼 양자 대결구도가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 여부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1~1.5% 정도의 득표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0.5%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서는 대놓고 사퇴를 요구할 수는 없는 처지로 이정희 후보의 사퇴를 바라보며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상태다.  
 
두 후보가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벌이면서 선거 막판에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14일 새누리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이뤄야할 중요한 가치가 정치쇄신이라면 마땅히 이번 선거부터 흑색선전의 병폐를 뿌리뽑아야 한다. 저는 이 순간부터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고 선포했다. 민주당도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비롯해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조직 적발과 관련한 성명발표 등으로 상호비방전에 돌입했다. 때문에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중요한 것은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건 한국 정치가 한단계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새정치를 내건 안철수 전 후보의 공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이기기 위해 두 후보들이 상대당의 공약에 근접하는 진보적인 공약들을 내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유권자들이 후보를  정할 차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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