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롯데그룹이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4개 계열사의 투자 부문을 분할·합병한 ‘롯데지주 주식회사’(이하 롯데지주)를 12일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 체제는 한층 더 확고해졌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리를 하게 됐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추가 지분 확보 없이도 계열사 분할·합병, 주식교환을 통해 롯데지주의 지분 13%를 확보하게 됐다. 

경영 비리, 국정농단 관련 뇌물죄 등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는 이상 신동빈 회장의 독주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 지주사 정점으로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롯데제과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할합병비율은 롯데제과 1을 기준으로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이는 과거 일본 롯데가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를 설립했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롯데그룹의 경우는 각 계열사가 서로 지분을 보유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기 때문에 이들 4개 사를 분할 합병하는 것만으로 추가적인 계열사 지분 확보없이 국내 롯데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제과의 지분 6.83%만 가졌지만 롯데지주 설립과 함께 이 같은 복잡한 지분구조를 이용해 한국 롯데의 총수로 자리 잡게 됐다.

롯데지주의 자산은 6조3576억원, 자본금은 4조8861억원 규모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며 해외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138개사에 달한다.

기존 67개였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지난달 14일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쇼핑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결과 50개까지 줄었다. 롯데지주 출범으로 롯데그룹이 보유한 순환출자고리는 13개까지 대폭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향후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편입계열사 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게 된다.

사내이사로는 이봉철 경영혁신실 제무혁신팀장(부사장)이 선입됐다.

사외이사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곽수근·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4명이다.

롯데지주는 가치경영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실로 구성되며 전체 임직원수는 170여명 규모로 출범한다.

롯데지주는 순수 지주사로 향후 비상장회사인 호텔롯데, 상장사 롯데케미칼 등의 자회사들도 지주사에 편입할 예정이다. 내년 3~4월에는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호텔롯데에 대해서는 지주사 편입에 앞서 상장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자회사 편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측은 현재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전체적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아직은 상장을 논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당초 주식 매수 청구권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약 2조9000억원을 주식 매수 금액으로 준비했으나 실제 지출한 금액은 1조1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신동주 이렇게 물러서나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의 지분 13.0%를 갖게 된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0.3%에 그쳤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표라고 할 수 있는 롯데계열사(27.2%)와 일본롯데홀딩스(4.5%) 지분을 더하면 앞으로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독주체제가 될 전망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에 대한 지분 처분으로 약 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과 같이 계열사 지분 교환을 통해 지주사 지분 확보가 힘들다고 판단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금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 경영권 분쟁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지분을 통한 경영권 분쟁으로는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비리, 국정농단 등의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때나  반격이 가능하게 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는 “지금까지 확고하게 롯데그룹이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보여왔고, 지주사 출범으로도 다시 확고하게 보이고 있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 (앞으로) 경영권 분쟁은 과거 지분을 갖고 다툴 때와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지분으로는 경영권 분쟁이 확고하게 정리된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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