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원 "금융위, 사실상 '은산분리 완화' 목표로 인터넷은행 인가"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당시 주주 간 옵션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은행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했던 아이뱅크 컨소시엄은 은행법을 준수한 결과 낮은 평가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예비인가 당시 금융위원회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 등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고, 이는 금융위가 금융감독의 공정성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파크, SK텔레콤, GS홈쇼핑 등이 함께 구성했던 아이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주주간계약서에 은행법 개정 이후 지배구조 장악을 위한 콜옵션 계약이나 이사회 지배를 위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콜옵션은 미리 정해둔 조건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매도청구권)다.

인가 당시 평가표를 보면 아이뱅크는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은행주주로서의 적합성)’에서 100점 만점 중 50점을 획득해 ‘불충족’을 받았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86점, 84점을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획득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인 KT와 카카오가 1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약정돼 있다.

인터넷은행 인가서류(주주간계약서)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시 콜옵션을 통해 KT는 케이뱅크의 지분 28~38%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30%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주주간계약서를 통해 사실상 동일인에 의한 의결권 공동행사를 유도하는 조항을 체결해 현행 은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8% 이상, 의결권 4% 이상을 보유하지 못한다. 현재 케이뱅크의 지분현황을 살펴보면 산업자본인 KT는 8%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은행(10%), NH투자증권(8.6%)에 이은 3대 주주다.

그러나 주주간계약서를 통해 주주간 계약에 맞게  정관·내규가 작성돼야 하며, 계약과 일치하지 않으면 즉시 계약의 내용에 맞게 정관·내규를 개정하도록 했다. 이는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은행법상 '동일인'으로 의결권 공동행사를 유도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3대 주요주주가 이사회 9명 중 과반인 5명(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2명)의 추천권을 확보해 이사회를 통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현행 은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 측은 박근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은산분리 완화 정책이 금융산업의 질서와 환경을 어지럽힐 뿐 아니라 현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가계부채 문제와 상충된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금산분리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현 인터넷은행 설립과정은 이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위는 가계부채 감축이라는 국정과제를 담당하고 있으나 인터넷 은행 출범 이후 3조에 가까운 신용대출이 이뤄졌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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