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독립단과 지역전우회 약 150여 명이 서울 성수동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건물 앞에서 19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넘게 유낙준 총재 면담요구 및 퇴진 요구 시위를 갖고 이들 중 대표자 10여 명이 부재 중인 총재를 대신해 사무총장을 방문해 면담했다. <사진=최희호 기자, 삼성 Galaxy Note Fan Edition 촬영>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회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유낙준(전 해병대사령관, 해군사관학교 33기)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총재가 친(親) 해군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총재의 거취를 두고 전우회가 내홍을 앓고 있다.

1973년 10월10일 해병대가 해군에 편입된 후 해병대 예비역 대부분은 지난 수십 년 간 해병대 완전독립과 해병대 전통 계승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히, 해병대전우회 단체 중 ‘해병대 완전독립’과 ‘탈(脫) 해군’을 슬로건으로 내걸은 ‘해병대독립단’과 이를 지지하는 지역전우회 회원들은 친(親) 해군 논란을 빚고 있는 중앙회 개혁에 최우선 방점을 찍고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해병대 장성들과 영관 장교들이 거의 해사 출신이기 때문에 100프로에 육박하는 옥포회 소속 지휘부에 의해 해병대 현역들이 해군화 돼 해병대 정신의 훼손과 함께 전통이 말살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것.

해병대독립을 주장하는 예비역들은 옥포회 소속 일부 현역 지휘관들의 지시에 의해 해병대 전통이 말살되고 현역들이 해군화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 해병대훈련단에 입소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해군을 상징하는 하얀색으로 걸려있다.(좌) 이는 해병대 전통의 붉은색 현수막(우)과 분명히 비교된다.
해병대전우회 상당수 회원들은 모군인 해병대의 해군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와 함께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해병대원으로 복무하고 전역한 해병대원의 예비역 임명장에 해군 참모총장의 관인이 찍혀있다(좌). 해병대전우회는 해군 참모총장 대신 해병대사령관의 직인이 찍힌 임명장(우)을 요구하고 있다.
해병대독립을 주장하는 예비역들은 옥포회의 해병대 전통 말살의 일환으로 해병대 부대 곳곳에서 현역들을 대상으로 한 해군화 작업이 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군과 해병대 화장실에 배치된 롤 휴지 커버 표면에 부착된 스티커의 문구는 해병대의 독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해군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해병대전우회 중앙회가 모군(母軍)의 ‘순검 폐지’와 해군의 ‘팔각모 착용 시도’ 등 해병대 전통 말살을 묵인하고 지회장 간 갈등을 조장한 논란의 중심에 옥포회(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의 눈치를 보고 있는 유낙준 중앙회 총재가 있다는 것이다.

또 네이버 등 포털 인물검색에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유 총재의 관련 정보가 ‘전(前) 해군’이나 '전 군인'으로 표기돼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충성하던 해병대 장성에 대한 분노와 함께 유 총재의 퇴진에 상당수 예비역들이 동참했다.

유낙준 총재의 인물정보가 포털 인물검색에서 '전 해병대'가 아닌 '전 해군' 등으로 표기돼 해병대독립을 주장하는 예비역들은 자신이 해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령관에게 충성해 온 것에 대한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해병대독립단’을 구심점으로 한 지역전우회 회원들은 유 총재 면담요구와 함께 중앙회가 이런 요구를 일축할 때에는 총재의 '퇴진'을 위한 집회 및 ‘탄핵’을 위한 행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오전 10시30분 전국 각 지에서 모인 해병대 예비역 약 150여 명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해병대전우회 중앙회를 방문해 유 총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총재 퇴진을 위한 집회를 벌였다.

이날 중앙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단독 대담에서 “방문한 회원들이 제기하는 여러 의견들을 총재님께 잘 전달하겠다"며 ”주장하는 각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 그대로를 잘 설명해 오해를 풀도록 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포항 훈련단의 게시된 하얀색 현수막은 현역 실무진에서 실수한 것으로 보고 받았으며 현재는 시정조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낙준 총재님의 네이버 등 포털 인물검색의 경우는 네이버 등 포털 측에서 임의로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이지 총재님이 직접 게재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이를 뒤늦게 알았지만 지금은 '(예)해병중장'이나 '전 해병대사령관'으로 바로 잡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유낙준 총재의 인물정보가 '대한민국 해병대에서 사령관으로 근무했음'이라는고 표시돼 있다.

그는 이어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인물정보에는 '전 해병대사령관'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통상적으로 ‘해병대’하면 일반인들은 ‘귀신잡는 해병’의 용맹함이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문구에서 해병대원들의 모군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강한 자부심 등을 떠 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번 해병이면 잘 나가다가 해군으로 빠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백발의 한 사병출신 고참 예비역은 “그간 신뢰하고 충성하던 해병대 장성이 옥포회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해병으로서 느끼는 배신감에 말문이 막힌다”며 “숱한 전투에서 전우들이 목숨바쳐 지켜 낸 해병대는 하얀 명찰의 옥포회가 아닌 빨간 명찰의 해병대 병사 출신들의 손에 달렸다”고 토로했다.

<해병대전우회 한 SNS를 통해 한 예비역이 중앙회 내부의 옥포회를 겨냥해 비판의 글을 게재하고 있다.>
<다양한 해병대전우회 SNS에는 중앙회 내부의 옥포회를 겨냥해 비판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편,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국 해병대는 해군사관학교 출신이 유독 힘을 못 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병대사령관들의 임관 루트가 해사 출신은 오히려 적은 편에 속한다.

미군은 ROTC(Reserve Officer's Tranining Corps, 학군)나 OCS(Officer Candidate School, 사관후보생) 출신도 대장까지 진급하는 게 가능하다. 사관학교 출신이 가장 많고 육·해·공군 참모총장 자리는 보통 사관학교 출신들이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 해병대만은 유독 학군이나 학사, 간부사관 출신들이 해사 출신보다 더 많이 주요 보직에 버티고 있어 한국의 해병대가 해군에 편입된 후 옥포회가 점령한 한국 해병대의 상황과는 대비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군사전문가는 "그럴리 없겠지만, 해병대의 주요 보직과 전우회의 총재 자리 등을 차지하고 있는 지휘관들이 만약 해병임을 부정하고 옥포회의 눈치를 보는 게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사병들 위주로 모여 주장하는 해병대 완전독립과 해병대 전통 계승은 요원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일부 해병대 예비역들이 옥포회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과 불신은 아주 심각한 정도로 날이 서 있다.

실제로 ‘100만 해병대 총연합회’는 지난 7월6일 신문고에 올린 글 말미에 “군 내에 침투한 사조직은 (학연으로 맺어진) 인연을 밑거름으로 (군) 내부에 침투해 인사와 방산비리를 일으킨다”면서 “국가와 군을 흔드는 옥포회를 비롯한 사조직을 완전히 퇴출하라”고 신문고를 통해 옥포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군사전문가들도 비단 해병대 뿐만 아니라 각 군에 비밀리 존재하는 일명 ‘하나회’로 통칭되는 사관학교 출신들의 사조직으로 인한 인사·방산비리는 근절돼야 할 ‘국방개혁’의 주요 과제로 손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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