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랑구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 현장. 사업 부지 앞에 모델하우스가 놓여 있다.

수주 비리ㆍ조합내 분쟁으로 시공사 선정 후 장기 표류
철거촌 정리하고 분양 들어갔지만 이미지 회복 등 과제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비리와 조합내 갈등 문제 등 대형 악재로 무기한 표류하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서울 중랑구 면목3주택 재건축 사업이 훈풍을 타고 있다.

시공사 선정 후 8년 만에 분양 첫 삽을 뜨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잇단 파문으로 착공이 장기 지연된데 따른 부정적 이미지 등 원죄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23일 서울 중랑구 면목5동 사가정로 사거리에 있는 사업 현장은 포크레인 등 건설 장비들이 터파기 공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부지 한 곁에는 모델하우스(견본주택)가 27일 첫 내방객을 맞을 목표로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문제가 해결됐으니 사업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사건은 사건이고 사업은 사업으로 연계성은 없는 것”이라며 “(과거) 불미스러웠던 일은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일대의 일반 주택가를 헐어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면목3주택 재건축 사업은 서울의 대표적인 악성 프로젝트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곳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9년 삼성물산을 꺾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조합과 2012년 가계약에 이어 2014년 3120억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현대산업개발이 시공권을 가져오는 대가로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에게 200억원대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뒤늦게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으면서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고위 간부가 7억여원의 뒷돈을 챙긴 정황도 포착됐다. 조합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되고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금품을 받은 조합원 중 일부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세입자 보상이 최종 마무리되면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며 "시공사 선정 후 (토지)수용하는 과정 등에서 마찰이 생기면서 사업이 파행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200억원은 집주인들에게 3000만원 정도씩 무이자로 빌려준 것으로 (회사가) 근저당을 잡아놓은 것으로 안다. 사업 완료후 조합에서 정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철거과정에서 조합과 세입자(주거ㆍ상가) 및 미이주자(현금청산자ㆍ매도청구자)간의 대립 등 잡음도 더해졌다. 본격 철거는 작년 3월부터 시작됐지만 공사비 인상, 조합원들의 시공사 재선정 주장 문제 등이 얽히며 착공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최종 철거작업은 지난 12일에야 완료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착공 지연으로 3.3㎡(약 1평)당 공사비가 당초보다 91만 7000원(26.7%) 인상된 434만5000원으로 늘어난 점도 문제삼았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건설회사가 시공업체로 선정된 뒤 공사비를 부풀리는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기 직후 건설경기가 식은 상황에서 미분양을 우려한 현대산업개발이 조합의 내분을 명분으로 공사속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수년간의 방황을 뒤로한채 철거촌은 지하 2층~지상 30층, 11개 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한다. 중랑구 최대 규모인 1505가구인데 이 중 102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조합분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200%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프리미엄과 평당 1700만원 후반대인 분양가를 감안하면 사업성은 괜찮다는 게 지역 부동산 시장의 시각이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사업 지연에 따른 이주기간 연장과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들의 피해가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신 분양가가 올랐다. 예전엔 1500만원 어쩌구했는데…"라며 "완판되면 조합원들이 손해볼 것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조합원 수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조합원 손에 쥐는게 거의 없다"며 "(이번 사업은) 일반주택 재건축이니 조합원 수가 얼마 안된다. 처음엔 400~500명 됐는데 정산하고 나가서 지금은 350명 정도"라고 말했다.

한 지역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4~5개월전 조합원 분양권 거래가 자유로웠을때는 피(feeㆍ웃돈)가 1억2000만원까지 붙었다"면서 "이제는 (분양권 전매 금지) 규제도 규제지만 물건이 없다. 다 소진됐다. 팔고 나갈 사람은 다 나갔다"고 설명했다. 중랑구는 8ㆍ2 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분양권 전매 제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제재가 가해졌다.

신규 아파트 불모지인 중랑구는 입주 10년 이상 지난 노후 아파트 비중이 전체 가구의 80%를 넘어선 곳이다. 면목동은 서울 동북쪽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도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전철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하철 7호선을 타면 환승없이 건대입구까지 10분, 청담까지 15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2~3년 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오름세를 그렸지만 면목동 일대는 수혜를 별로 받지 못했다. 집값이 상승할 여력이 크다.

강북 분양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청약 1순위 조건이 강화되고 가점제 비율이 확대됐지만 분양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까다로워진 청약 제도가 첫 적용된 삼성물산의 강북 '래미안 DMC 루센티아'가 전 주택형이 1순위 청약 마감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명목의 중소형(85㎡ 이하) 100% 가점제 카드도 청약시장 열기를 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용마산역에서 3년전 분양된 코오롱하늘채가 여기(아이파크)보다 컬러티가 떨어지는데 거기 시세가 여기 분양가와 같다"며 "같은 돈으로 새 브랜드 아파트 사는게 낫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실 조합에선 분양가 올리라고 요구했는데 건설사가 완판치려고 조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들이 종종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조합과 협의가 지연되면 사업 일정이 지연될수 있다"며 "주택시장 분위기가 괜찮고 위치도 매력적이이서 분양이 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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