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추진이 더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확실시된다. / 뉴시스

연말까지 절차 끝내야 세금폭탄 피해…상당수 사업지 제도 사정권
시장 단기조정 불가피…실효성 '글쎄' 실제 부과 차기 정부될 수도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하반기들어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가시화되면서 연말까지로 예정된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사업 일정을 감안하면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야 세금 폭탄(부담금)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종합대책, 분양가상한제와 맞물린 환수제가 부동산시장에 하방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역대 정권에서 부과된 사업장이 몇 곳에 불과하다는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양도소득세과 별개로 세금을 징수하는데 따른 이중과세 논란도 여전하다.

이달 초 롯데건설의 승리로 마무리된 서울 송파구 미성ㆍ크로바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측은 이례적으로 건설사들이 제안한 각종 무상지원을 거절했다. 비슷한 시기 GS건설을 시공사로 택한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은 한술더떠 참여 건설사들에게 과도한 무상지원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불과 한달전 인근 반포주공1단지에서 역대급 돈잔치 논란을 자초했던 재건축 조합이 태도를 돌변한 것은 초과이익환수제(환수제) 탓이 크다.

내년 1월 적용되는 환수제를 피하려면 2개월 남짓 남은 연말까지 관할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그러러면 각종 인허가를 내주는 당국의 눈 밖에 나면 안된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했다. 특히 이사비의 경우 정부가 시공사들의 과도한 지원에 대해 시정조치까지 발동한 상황이어서 이를 어길 경우 사업 추진 일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의 흐름도를 보면 사실상 첫 단추인 시공사 선정 후에는 ▲조합원 분양 ▲관리처분계획 수립 ▲관리처분 총회 등 절차가 대기하고 있다.

일정상 관리처분계획 수립이 완료돼야 하는 마지노선은 11월 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관리처분 총회를 열기 한 달 전에 조합원들에게 세부 계획 및 총회 개최 일정 등을 문서로 통지하라 규정하고 있다. 11월 말에는 통지가 이뤄져야 12월 말에 총회를 열고 '턱걸이로' 관리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절차와 병행해 진행되는 교육환경영향평가, 자산 감정평가 등이 제때 안끝나는 등 변수가 생기면 사업 일정은 늘어질 수 있다. 현 시점까지 시공사를 확정하지 못한 재건축사업 조합은 이미 데드라인을 넘었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12월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아파트 3주구 재건축은 환수제를 비켜가지 못한다.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시행됐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유예 중이다. 정부는 8ㆍ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환수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도시 개발이익을 개인이 독점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수요를 차단하고 이를 통해 재건축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목표다. 형질ㆍ용도변경이 되는 토지개발사업에 징수하는 개발부담금과 성격이 비슷한 측면이 있다. 개발부담금은 가령 도시 외곽의 나대지를 개발해 땅값이 뛴 경우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인허가를 내준 국가에 이익의 일부를 납부하라는 논리다.

환수제는 재건축시장에 파괴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강남 재건축 가격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적용 사례가 적어 가늠이 쉽지 않지만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가구당 토해내는 세금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환수제를 피하려고 올해 무리하게 수주를 앞당긴 측면이 있다"며 "내년부터 재건축 사업 진행을 못하는 단지들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환수제는 이익을 본 것에 수수료를 내는 개념으로 부담금 여부 및 규모에 따라 재건축 투자 메리트가 갈릴 수 있다"고 봤고,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사업 추진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 과거에도 규제가 강화됐던 시기엔 사업이 지연되고 풀리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문위원도 "강남 재건축은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데 환수제가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결부되면 매수세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환수제 부활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주장이 대표적이다. 조합원은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데 환수제까지 씌우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견해다.

정치권도 일부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20년 이상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재건축 부담금을 면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환수제가 적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5건이다. 2012년 9월 부담금이 매겨진 서울 용산구 '한남연립(현 한남파라곤)'이 5544만원으로 1인당 평균 부담금이 가장 많았는데, 조합원들이 납부를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중이다.

건설부동산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군 건설사 관계자는 "과열되는 곳은 강남뿐이고 나머지 지역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강남에 올인해 잡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하다"며 "노무현 정부때 강남 집값과 전쟁했다 실패했는데 그에 대한 한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적용된다지만 재건축사업 흐름상 실제 부과 처분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 흐지부지될수도 있다"며 "벼룩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시장 전체에 극도의 침체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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