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면세점 주차장. <사진=뉴시스>

적자 행진에 사드보복까지...실적 개선 안보여

관세청, 신세계DF ·현대백화점 개장 연장 '특혜'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연간 1조원 매출을 장담했던 면세사업자들은 적자를 면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일부 신규 면세사업자들은 면세점 개점을 미루기까지 했다. 관세청은 신세계DF, 현대백화점 등의 요구에 따라 1년의 준비기간을 2년 2개월로 연장해 줬다. 5년의 면세사업권을 7년간 갖게 된 셈이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이유로 남발했던 시내면세사업 특허권이라는 ‘특혜’는 국정농단 의혹만 남긴 채 초라한 민낯을 드러냈다.

◆ 과점자만 ‘황금알’, 신규는 ‘애물단지’

지난 2015~2016년 유통업계는 ‘면세점 전쟁’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연간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너도나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관세청은 대기업 서울 시내 신규 면세사업자만 2년간 6개(재승인 포함 8개)를 추가하며 기업에게 ‘특혜’를 남발해 왔다.

2015년 7월 신라아이파크면세점, 한화갤러리아가 서울 시내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지 4개월만에 관세청은 롯데호텔(재승인), 두산타워, 신세계DF를 추가로 선정했다.

이후 1년 후인 지난해 12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재승인), 현대백화점, 신세계DF 강남점 2개의 대기업을 더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사실상 ‘면세점 무한경쟁’ 체재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신규 면세사업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관세청과 기재부는 신규 사업자들에게 하루 빨리 면세점을 개장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했다.

한 면세사업자 관계자는 “급하게 문을 열어야 했기 때문에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문을 열어야 했다”며 “개장 당일까지도 문을 달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이들의 성적표는 더욱 참담했다.

2016년 3월 개장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지난해 36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초 연간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겠다는 목표의 3분의1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209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도 194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를 보면 29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흑자로 전환해 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드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다는 악재를 감안해도 1조원과는 거리가 멀다.

2015년 12월 갤러리아 면세점을 오픈한 한화 갤러리아타임월드의 지난해 면세사업부문 매출은 1491억원이다. 영업손실은 438억원이다.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공약한 당초의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8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276억원이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보다 2개월 늦은 지난해 5월 개장한 신세계DF는 지난해 매출 3459억원, 영업손실 522억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개장한 신규 면세사업자 중 매출이 가장 높지만 영업손실도 가장 크다.

올해 상반기만 보면 매출 4907억원으로 사드 영향으로도 개선될 성적표를 내밀었다. 상반기 영업손실을 약 6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손실액이 대폭 감소했다.

가장 초라한 것은 두산타워다.

신세계와 같이 지난해 5월 개장한 동대문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1110억원의 매출과 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5000억원의 매출 공약의 20% 수준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리한 조기 개장과 시장에 대한 이해부족, 명품 유치 확보 실패 등을 적자의 이유로 들었다.

신규면세점이 정상 영업이 되기도 전에 추가적으로 신규면세점을 추가하며 기업마다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해 영업적자폭은 더욱 커지게 됐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지난해 국내 49개 면세점의 전체 매출액은 1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유통업계가 면세점 유치에 열을 올릴 때인 2014년과 4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국내 면세 업계가 받는 타격은 약 4조원대로 전망되고 있다. 사드 영향을 감안해도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 특혜에 또 특혜, 5년 사업권을 7년동안

올 연말 개장 예정이었던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과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은 신규면세점 개장 시한이 2019년 1월 26일까지 미뤄졌다.

규정상으로는 신규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후 1년 내에 면세점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1년 2개월 연장시켜준 것이다.

5년이 시한인 시내 면세사업 특허권은 매장이 개장한 날짜부터 특허권이 발부돼 날짜를 세기 시작한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면세점은 1년이라는 추가 준비기간을 얻어 최대 7년간 면세사업권을 갖고 있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시내면세점은 각 지자체별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늘어야 추가할 수 있는 '특혜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포화상태일 정도로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했기 때문에 시내 면세사업을 하고 싶은 다른 기업은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기간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한다. 

이를 대외 악재가 있다고 하여 관세청이 연장시켜 준 것이다. 

사드보복 영향 등이 이유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을 넘어선 신세계면세점을 보면 단순히 영업환경 악화를 연장 이유로 들기에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업계의 불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1년의 추가 준비기간을 줌으로 특혜에 특혜를 줬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 내부에서도 1년 연장은 다소 의외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방송으로 치면 면세사업권은 채널을 주는 것과 같다. 종편 방송 기업을 선정하고 채널까지 줬는데 시청률이 안 나올 거 같다는 말을 들어줘 1년간 채널을 낭비하고 있는 것과 같은 꼴”이라며 “특혜에 특혜를 얹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루이비통 등의 명품 유치에서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명품 유치 등의 기간도 확보하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한 달전에 이미 루이비통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가 “유치된적 없다”는 루이비통의 공식입장에 다소 난감함을 느끼기도 했다.

명품 업계에 따르면 명품에 특화된 현대백화점과 달리 현대면세점은 명품유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면세점 업계관계자는 “사드보복이 현대백화점에게는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며 “정부의 압박으로 명품 유치나 매장 완공 전에 개장을 해야 했던 타 기업에 비하면 불공평할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개장을 위해 고용한 MD 등 면세점 인력도 문제다. 당장 개장이 미뤄진 상태에서 면세점 관련 채용 직원이 잉여인력으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록 개장이 연장됐지만 고용 인력들은 MD구성 등의 업무를 진행 중"이라며 "처음하는 면세점이다 보니 준비할 것도 많고 해서 바로 개장 전부터 인력을 투입한 상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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