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주도, 지난해 100개 기업이 ‘사회성과 인센티브’에 참여

투자비·인건비 등 해결, 사회적기업 성장 마중물…'착한 투자‘도 확산

SK 최태원 회장이 4월20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사회적기업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가지고 있다.<사진=SK그룹>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사회적기업이 만들어 낸 ‘착한 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가 1석3조의 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착한 가치'를 창출한 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 장기 존속이 가능한 경영 기반을 만들어 주면 지속적으로 '착한 가치' 생산이 가능해 지고 사회문제 해결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에서 이런 개념을 제안했다. 인센티브를 선순환 구조 형성의 출발점으로 봤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 낸 ‘착한 일’에 비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재무적 부담을 덜어준다면 보다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데 매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최 회장은 2014년 자신이 직접 쓴 사회적 기업 관련 서적인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제안하는 이유는 사회적 기업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쓰는 노력을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좀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 사회적 기업이 본래 목적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적자를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많이 하는 기업에게 상을 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저서에서 제안한 사회성과 인센티브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사회적 기업 분야 이해 관계자들이 2015년부터 시작, 2년 만에 사회적 기업계의 마중물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가치 증가, 재무성과 개선, 사회적 기업 투자 확산 등 1석 3조 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셈이다.

SK 주도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은 2015년부터 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할 사회적 기업을 모집, 1년 단위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뒤 생산한 사회적 가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3년간 지급된다. 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인센티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3년 뒤에는 졸업하도록 했다.

그 동안 ‘착한 기업’으로만 알려진 사회적 기업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지도 사회성과 인센티브 도입으로 화폐 단위로 계량화됐다는 점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사회적 가치의 측정은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평가한 뒤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며, 궁극적으로 모든 일반 기업들도 재무적 가치 추구 위주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명확한 목표 설정과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 그 과정을 탄탄하게 관리하는 역량은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사회성과 인센티브가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증가시키고 재무 성과를 실제로 개선시켰다는 지표와 사례가 제시됐다.

우선 사회성과 인센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2015년 44개에서 2016년 101개로 2배 이상 많아졌다.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도 103억원에서 201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 모집한 1기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는 평균 2억2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났다.

참여 사회적 기업의 75%가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만들어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기업이 착한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보상을 해줬더니 사회적 가치 창출에 더 매진해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은 일자리 창출, 사회 서비스 제공, 환경 문제 해결. 지역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에서 사회성과를 측정하며 가시적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냈다.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평가 지표 개발을 위해 수십 차례 전문가 토론을 거치고 기업 현장 방문과 실측을 통한 참가 기업들과의 합의과정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졌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60억4000만원(1117명)에서 2016년 84억1000만원(1368명)으로 증가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부 케어’는 지난해 회사의 전체 인력(161명)보다 더 많은 19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가치를 생산했다.

사회 서비스(사회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 교육 등 복지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지난해 29억원에서 72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두꺼비 하우징’이 최대 70% 저렴한 임대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환경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억3000만원에서 2016년 10억6000만원으로 8배 가량 늘었다.

‘심원테크’는 특허 받은 기술로 버려진 토너를 재생하는 서비스로 환경 오염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냈다.

생태계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2억원에서 2016년 3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공공미술프리즘’이 벽화 등으로 슬럼화된 도시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활동으로 의미있는 사회적 가치를 양산했다.

이들 사회적 기업에 지급된 인센티브는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 미래성장 동력원을 창출하는 종잣돈으로 사용되면서 재무적 가치를 개선하는 효과까지 동반됐다.

1기 사회적 기업을 상대로 인센티브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 기존 사업 재투자와 신규 사업 투자(42%)가 가장 많았다.인건비(20%)와 복리후생(12%), 부채상환(9%), 시설환경 개선(8%) 등에 사용됐다.

또 인센티브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서비스와 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력 강화, 자본과 수익구조 개선 및 재무 건전성 확보, 고용 안정성 등이 확보되면서 안정적 경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1기 사회적 기업의 매출액이 2015년 740억원에서 2016년 900억원으로 증가하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이 밖에 사회성과 인센티브 취지에 공감, 사회적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착한 투자자’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사회성과 인센티브에 사용된 재원은 SK가 사회적 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 이익금으로 마련됐다.

행복나래는 정관에 ‘연간 수익금이 3분의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수익금의 3분의2가 아닌 전액을 사회에 환원해 왔다. 그 금액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누적 94억원에 이른다.

올해부터는 SK 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민간 금융사인 신협중앙회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 사회적기업에게 '혁신추구상'을 수여하고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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