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으로 진화한 '시리'...원조 AI 비서 위엄

원조 안 부러운 '빅스비'...OS·어플 연동 작업도 한번에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애플과 삼성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애플이었으나 이제는 삼성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 비서 ‘자비스’가 손 안에 들어오는 날이 멀지 않았다.

지난 9월 12일 애플의 팀쿡 최고경영자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캠퍼스에서 신제품 '아이폰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원조 AI 음성인식 ‘시리’, 딥러닝 탑재로 한층 업그레이드

2011년 10월 4일 스티브 잡스의 사망 하루 전날 애플의 신 모델 아이폰4S와 함께 AI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가 공개됐다.

S는 시리의 머리글자로 이후에 출시되는 모든 아이폰 모델에는 시리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시작을 열었다면, 시리는 그 동안 손으로 조작했던 스마트 디바이스에 새로운 조작 방식을 제시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시리를 따라잡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단어가 아닌 ‘자연어’를 기기가 인식하고 해당 내용을 처리한다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 시리가 공개된 첫해에는 한국어 인식에 있어 다소 오류가 많았다. 같은 문장을 서너번 반복한 후에야 제대로 된 문장으로 인식하는 게 일반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나며 시리도 어느정도 한국어에 적응했다. 버튼 조작을 포함한 다른 기기 조작이 없이 ‘시리야~’라는 한마디로 시리를 작동시킬 수 있다. 

"시리야 10분 뒤에 깨워줘"라고 말하면 철석같이 알아듣고 알람을 설정한다. 어떠한 스마트폰 조작 행위도 필요 없다.

별도의 앱(APP)이나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비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시리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시리는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에서 홈 버튼을 삭제하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9월 20일 배포된 애플의 OS ‘IOS 11’에서 시리는 더욱 강력해 졌다.

우선 AI 심층학습(Deep Learning)으로 시리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억양이나, 템포, 감정 등을 스스로 조정해 사용자가 기계가 아닌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다만 한국어에 있어서는 아직 다소 딱딱한 기계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번역기능이 추가됐다. 단어나 문장을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번역하고 문장을 읽어주기도 한다. 번역기능은 한국어버전에는 아직 적용이 안 된 상태다.

이는 국내 사용자가 시리를 기피하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매번 아이폰 신 모델의 한국 출시날짜가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것만 봐도 애플에 있어 한국은 주력시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철저히 미국 영어 사용자를 중심으로 개발된 만큼 국내 사용자에게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삼성의 음성인식 AI 비서 '빅스비' 시연 모습. <사진=뉴시스>

◆ 자비스의 재현 ‘빅스비’, 2.0으로 진화

삼성이 시리 수준의 AI음성인식 기능을 선보이기까지는 거의 6년이 걸렸다. 하지만 올해 3월 선보인 ‘빅스비’는 시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5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빅스비는 갤럭시 S8, 갤럭시 S8+, 갤럭시 노트8에 탑재돼 현재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삼성의 빅스비는 스마트폰을 넘어 가전제품에까지 들어갈 예정이다. 

10월 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회의에서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의 AI 비서 ‘빅스비 2.0’ 사용을 시연했다.

"하이 빅스비, 내 딸 최근 사진 좀 찾아줘,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줘" 이 두 문장을 말하자 빅스비는 이 부사장의 딸 사진을 찾아내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시리 한국어 버전에서는 불가능한 명령 수행이다.

이 부사장의 시연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진 보관함이라는 OS기능과 트위터라는 소프트웨어 모두를 음성으로 실행한 것으로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볼 수 없는 기술이다. 

시리는 최근 사진을 찾거나, 트위터를 실행시킬 수는 있지만 사진을 찾아 트위터에 올리는 작업은 하지 못한다.

그 동안 항상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빅스비의 자연어 인식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제는 잠결에 알람을 설정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스마트폰에 국한시키지 않고 당장 내년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 TV에 빅스비 2.0을 탑재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와 소통하며 정보와 서비스를 맞추는 지능형 개인비서로 자리잡는 것이다.

삼성은 향후 빅스비 2.0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모든 개발자들에게 공개해 빅스비에 탑재된 어플리케이션을 발전시킬 방침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