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뉴시스

은행들 중계솔루션 구축∙디지털화폐∙생체인증 등 활용법 고민
신한은행, '골드바인증서 보관'이 고작...미래경쟁력 저하 우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최신 핀테크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이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은행업계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신한은행은 느긋한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금융사의 보안성과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블록체인은 국내 금융권 최대 화두 중 하나다.

'분산형 디지털 거래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기존처럼 중앙 서버에 거래 정보를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내의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검증하고 기록ㆍ보관하는 방식이다.

암호화된 블록체인이 가진 분산성은 특히 데이터 보완 측면에서 빛을 발한다. 분산된 장부를 전부 조작해야만 해킹할 수 있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은행내의 고객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위ㆍ변조가 불가능하고 이중지불의 우려가 없어 금융거래에 도입될 차세대 보안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별도의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스템 유지비용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는 거래 증빙자료 저장 등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지만, 조만간 개인인증, 해외송금, 자산거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형성된 상태다.

시중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업무 접목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신한은행만 별다른 움직임없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신한금융그룹이 8년간 지켜온 리딩뱅크 자리를 올해 KB금융그룹에 빼앗길 것이 유력한 가운데, 차세대 먹거리이자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사업도 뒤쳐질 경우 경쟁력 하향이 불가피하다.

◆ 신한, 골드바 보증서 저장 수준…"경쟁사 대비 내세울 게 없다"

신한은행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것은 골드바의 구매 교환증 및 보증서를 발급하는 '신한 골드 안심 서비스' 정도다. 고객은 보안이 강화된 구매교환증으로 금 실물을 수령할 수 있고, 종이보증서를 분실했을 경우에도 이 서비스를 통해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골드바 재매입 거래를 할 수 있다. 즉 상품(금)의 진품 여부를 증명할 때 사용하는 기술 방식에 블록체인을 적용시킨 거다.

이외에 블록체인 도입과 관련해 신한은행은 사업 모델 아이디어를 짜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해외송금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개념검증(POC)까지 끝냈지만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는 못했다. 제도권 금융이 스위프트망(중개은행을 거치는 해외송금망)을 이용하지 않고 블록체인을 이용해 독자 해외송금을 하는 것에 대해 법령 해석상 불투명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POC는 시장에 없던 신기술이 나타났을 때 기술도입 이전에 사업모델에 대해 테스트하는 것을 말한다. 현업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용가능한지에 대해 검증하는 통제실험이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관련 다른 POC를 고민하는 부분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는 상황이다. POC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고 방향성 부문에서 이견이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특정 사안을 발전시키거나 연구를 진행할지, 시간을 두고 기술을 학습할지 등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단계의 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라 경쟁사 대비 딱히 내세울만한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치고나간 국민은행, 글로벌 중계 솔루션 구축 박차

블록체인 연구와 관련해선 국민은행이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이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과제 도출을 통한 계열사간 협업 등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비대면 플랫폼인 '리브 KB캄보디아(Liiv KB Cambodia)'를 캄보디아 법인에서 구축, 선진화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현지에서 국내 여의도 전산센터를 연결하기 위해선 이동통신3사(KT, SKT, LGU)의 해저터널을 통한 해저망을 사용해야 한다.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해저터널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나 결함 등으로 대응이 힘든 점이 발생한다.

여러사람에게 공개된 인터넷을 통해 업무시스템을 연결하고자 할 때는 보안을 위해 양쪽에 똑같은 사양의 설치 특수 보안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각 국가별 변수 등으로 제약 요소가 발생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연결망을 연구하고 있다.

김영균 KB금융지주 미래금융부 팀장은 "인터넷망으로 데이터를 송수신을 할 때 참여자를 한정해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연결해 중계솔루션을 이용하는 방식"이라며 "데이터가 오고 가는 것을 해시값(암호화된 기록)으로 바꾼뒤 자체 노드(사용자)간에 파일을 전송해 프라이빗 블록체인 하에서 보안능력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 작년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것이 상용화되면 중계솔루션의 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정보에 대한 접근 유동성은 증가한다. 또한 보안 측면에서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술은 국민은행이 구축만 해놓은 상태다. 아클레다은행, 카나디아은행 등 캄보디아 현지 은행이나 현지 통신사가 블록체인 기반의 중계솔루션 로드를 함께 설치해야 하는데 블록체인이 생소한 기술이다 보니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적용을 위해 현지에서 기술 업체와 테스트를 진행해 룰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을 만들어놨다. 캄보디아 현지 법인에도 기술 브리핑 등은 진행한 상태다.

KB금융은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관련 특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일체형으로 개발되는 앱과는 달리 서비스 모듈과 보완 모듈을 분리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바일 앱 보안 솔루션 관련 기술특허'를 출원했다. 앱을 실행할 때마다 일정한 값을 받아와 보안을 적용하는 동적 보완모듈 방법이다.

보안이 강화될 뿐 아니라 보안을 위해 주기적으로 앱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덜 수 있다. 앱의 크기도 더 가벼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하나∙우리은행, 포인트 활용성 높이고 디지털화폐 만들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바짝 다가온 블록체인 시대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개발 및 활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의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한 거래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 전자지갑 개념의 하나멤버스는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등 6개 하나금융계열사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다.

해외 제휴처를 확보해 해외에서도 하나멤버스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하기 위한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생체인증의 전자서명데이터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저장하기 위한 POC도 완료했다.

이론상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안전하고 신뢰된 전자금융서비스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자체 미래금융사업부에서 우선적으로 무결성상태 확인, 분장원장 형태 기록 등의 기술타당성을 확인한 상태다. 보안성 확인 등 실용화를 위해 차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래금융사업부를 허브로 해서 다른 팀과의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 적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며 "검토중인 것이 굉장히 많다"고 소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사업모델과 고객 서비스 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전략부에서 자사 디지털화폐인 '위비코인'의 POC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 중인 위비코인은 선불충전 방식의 디지털화폐다. 고객이 본인 계좌의 잔금 중 원하는 만큼 포인트를 구매하는 형태다. 법정통화(원화)와 1:1교환이 이뤄지고, 발행기관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암호화 기술을 접목한 가상화폐(Cryptocurrencies∙암호화폐)와는 차이를 보인다.

위비코인의 실용화는 블록체인망 형성을 조건으로 한다. 현재에는 대부분의 기관이 VAN(부가가치통신망) 등 전용선을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결제거래를 진행하고 있어 사용료 등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인터넷망 기반의 블록체인망을 사용하게 될 경우 별도의 구축기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은 고객에게 환원되는 형식으로 선순환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아직 초기기술에 머물러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법적ㆍ제도적인 부분이 해결될 경우 네트워크 확장 속도는 굉장히 빠를 것으로 본다"며 "현재 위비코인과 같은 형태의 연구ㆍ개발은 다른 곳보다 먼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외부 기술업체 더루프와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술의 내부 검증을 비롯해 자체 디지털화폐의 발행, 사용 및 충전 등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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