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재벌 수사라는 ‘성역’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절정에 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 수사를 두고 경찰은 자체 수사력을 과시하며 검찰에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2차례나 퇴짜를 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의 조양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재신청은 검찰을 향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됐다.

3일 서울중앙지검은 "현재까지 수사결과만으로는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기각했다"며 경찰이 신청한 조양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경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려면 먼저 검찰에 신청을 해야하고 종국적으로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전일 경찰청 수사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재신청했다.

지난달 17일 검찰이 기각한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재차 신청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경찰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70억원 중 약 30억원을 대한항공의 ‘인천 그랜트 하얏트 호텔 웨스트타워’ 신축 공사비에서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양호 회장 사건과 관련해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수사를 하도록 경찰에 재지휘했다”며 경찰의 신청을 반려했다. 

경찰측의 수사가 미진하다며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당시 경찰측은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검찰이 이를 반려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재신청은 검찰의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증거 확보 등의 조치를 한 후 신청했다. 경찰로서는 검찰에 흠잡힐 만한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를 반려한 만큼 양측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벌 수사'라는 '성역'을 검찰이 독점하기 위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재계·정계 수사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검찰의 의사표현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양측이 수사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측의 불만은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구속영장 신청은 일종의 수사기법으로 증거수집을 위한 실무적 판단에 기초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양호 회장건의 경우 직접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는 상황에서 한발 떨어진 검사가 영장 신청을 놓고 최종판단권을 행사하는 것이 마뜩찮을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바람에 수사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각각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검찰은 여전히 경찰이 법적 전문성이 부족한 만큼 수사권을 완전히 넘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검찰 내부 인사에 대해 자체 인지수사를 진행하며 항의성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

2013년 김학의 전 대전고검장 ‘별장 성접대 의혹’,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길거리 음란행위 사건’ 등이 그것이다.

검찰도 2014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 ‘뇌물수수 혐의’, 올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금품수수’ 등으로 응수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수사권 조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경찰의 수사력 과시는 더욱 뚜렷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