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산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이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 분양대행사 제공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역 근처에 오픈한 대우건설의 '가산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모델하우스(견본주택)는 위치가 뜬금없다.

물건(오피스텔)을 짓는 곳은 금천구 가산동인데 견본주택은 이보다 20km 가량 떨어진 강남권에 자리잡아 사전 정보없는 내방객들은 혼선을 빚을수 있다. 통상 아파트 견본주택이 사업지 인근에 개관하는 것과는 다른 점인데 다분히 강남권 수요층을 노린 전략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실소유자가 아닌 투자자에 분양 포커스를 맞췄다.

기자를 맨투맨식으로 밀착마크한 분양 관계자는 "국가산업단지를 낀 가산은 (오피스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지난달 입주한 1곳 뿐"이라며 "넷마블을 비롯한 기업 임직원 임대 수요가 풍부해 공실이 없다"고 판매에 열을 올렸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분양대행사의 호언대로 국가산단(G밸리)의 배후수요를 확보한 이 단지의 청약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을지언정 전반적인 오피스텔 분양시장의 기상도는 흐리다.

공급 과잉, 8ㆍ2부동산 규제에 금리인상 압박까지 삼중고가 청약시장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서울 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4.93%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0년 8월 6.02%에 달했던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4%대까지 주저앉았다. 매달 0.01~0.03%p 감소 추세다.

임대수익률은 월세 보증금을 뺀 매매가격에서 1년치 월세 수입을 나눠 산출한다. 그러나 세금, 공실, 중개수수료, 유지ㆍ보수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피스텔 실제 임대수익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매매값도 약세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는 2억2912만원으로 8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 공급과잉 부메랑…임대수익률ㆍ매매가 '뚝뚝'

공급 물량 증가가 수익률 및 매매가 하락의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는 오피스텔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임대 수익을 올리기에 쉽다는 이유로 투자열풍이 불면서 최고 수백대 1의 청약률로 완판되던 시절이 있었다. 중소건설업체들의 텃밭이었던 오피스텔 시장에 대형건설사들도 브랜드를 내걸고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공급물량도 급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015년 2만4968가구, 2016년 2만9358가구, 올해는 3만4595가구로 늘었다. 규제사각 지대에 놓인 오피스텔이 저금리 기조,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인허가가 늘어난 탓이다.

정부 규제도 부담이다. 8ㆍ2 대책에 따라 청약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은 내년부터 전매 제한을 받게 된다. 또 10ㆍ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라 기존 임대업자 대출은 이자만 갚아도 됐지만 내년 3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야 한다.

오피스텔은 최근 몇년간 투자나 실거주 면에서 일반 주택을 갈음하는 기능을 해왔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 굳이 대체재를 찾을 이유가 없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주택의 대체상품인 오피스텔은 아파트 분양시장이 힘들어지면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아파트 시장이 죽는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먼저 받는게 주거용 오피스텔"이라고 말했다.

'8ㆍ2'로 풍선효과 소멸…금리 인상, 투자가치 적신호

더 큰 악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오피스텔이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금리민감형 상품'이어서다.

오피스텔 투자자들은 시중 금리와의 비교를 통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초기 자본을 많이 들이지 않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최대한 받는다. 금융비용은 월세로 충당하는 구조다.

주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시기에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고자 택한 방식인데, 금리 상승은 이런 투자 틀을 근본부터 흔들 가능성이 높다. 대출 금리가 임대수익률을 넘어서는 역(逆)레버리지 현상 때문이다.

주택 전ㆍ월세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대출을 끼고 오피스텔을 산 투자자들은 금리가 뛸 경우 월세를 낮춰 세입자를 들이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매도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견본주택에서 만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연 투자 수익률이 9~13%"이라면서도 가장 큰 평형(36㎡)의 기대 월세를 60만원선으로 제시했다. 3,3㎡ 당 분양가 1300만원선인 점을 감안할 때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오피스텔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를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계약 포기에 따른) 미계약 물량이 많이 나올 것이다. 투자 수익률 하락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역세권 등 입지가 아주 좋은 곳이나 분양가가 낮은 곳이 아니면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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