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사진=뉴시스>

국민들은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국군을 원한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북한군 한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북한병사는 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으려다 타고 온 차량 바퀴가 배수로에 빠지자 MDL을 뛰어서 넘었다.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이 AK소총 등으로 발사한 총탄 40여 발 중 7발을 맞아 중상을 입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측 초병은 귀순병이 넘어오는 걸 보지 못해 처음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우리군은 대응·경고사격 없이 상황발생 후 CCTV를 통해 상황을 판단한 뒤 16분이 지나서야 귀순병을 발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JSA에서 벌어져 군에 대한 실망감과 충격을 주고 있다.

귀순한 병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JSA 한국군 경비대대장 권영환 중령이 지휘관으로서 보여준 참된 군인정신과 솔선수범 희생정신은 대한민국 최고급 훈장을 준다해도 이상할 게 하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귀순 과정서 나타난 경비대대의 주 임무인 사주경계(四周警戒) 실패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의 칼 끝, 총 끝과 바로 마주한 판문점 JSA는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최전방 중에 최전방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곳의 경계가 한 순간에 허물어졌다는 것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번 귀순 사건을 한 시간이나 지나 보고받은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건 잘했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라 상황 악화 방지를 두고 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적과 대치 중인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으로서 JSA 사주경계 실패만으로도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할 판에 한 발의 대응·경고사격도 하지 않은 것을 칭찬해야 했는지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군의 총격으로 쓰러진 귀순병을 우리 군이 MDL 남측 50미터 지점에서 발견하고 낮은 포복으로 가서 구조했다고 군은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MDL 남측은 유엔사의 관할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우리 군의 작전지역이며 대한민국의 고유한 영토다. 왜 당당히 구조를 하지 못하고 내 집 안에서 조차 저자세로 기어서 구조작전을 펼쳤냐는 것이다.

당시 동해에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군사적 압박 차원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3척을 비롯한 한미 해군이 연합작전 중이었다. 이 같은 상황과 함께 북한 김정은이 현재 은둔 중인 상황을 별개로 하더라도 유엔사 교전수칙을 핑계로 총 한 발 쏘지 못 한 우리군의 실패한 대응은 칭찬대신 뭇매를 맞아야 마땅해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확전을 바라는 이는 없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강한 군인정신으로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국군과 함께 이를 통솔할 수 있는 강한 지휘관을 원하고 있다.

송 장관의 발언이 국민적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일자, 결국 국군통수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귀국 직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조준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의 평균적인 교전수칙”이라고 말하면서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또 “현장에서 초병들이 조치를 잘했다는 유엔사 평가가 있지만, 교전수칙을 좀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문한 것에 찬사를 보낸다.

문 대통령의 지적에 군은 경비를 맡은 JSA 한국군에게 북한군이 위해를 가할 조짐이 있거나 북측의 총격이 있을 경우 즉각 응사할 수 있도록 교전수칙을 탄력적으로 한국군 경비대대장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유엔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총격으로 쓰러진 북한군 귀순병이 피격된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장관은 북한군의 총탄이 MDL 남측으로 날아들었다고 말한 반면, 국방부는 확인이 안 됐다는 입장이다.

귀순병 수술을 집도한 수원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탄이 45도 각도로 위로 향하면서 박혀 있었다”며 “쓰러진 상태에서 맞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MDL을 이미 넘은 귀순병을 향해 북한군이 우리 쪽으로 총을 쏜 게 확실해 진다. 차후 관련 사실이 입증되면 군은 북한에 강력한 항의표시와 함께 경고를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떠한 첨단 무기보다 국민이 군을 신뢰할 때 안보는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군 당국에 바란다.

이번 귀순 사건의 단초를 쥐고 있는 CCTV 영상을 유엔사가 16일 공개키로 했다가 연기했다. 대다수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북한 병사의 귀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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