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문무일 검찰총장과 효성그룹의 악연이 10년 만에 재현됐다.

검찰이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2014년 7월 조현문(48) 전 효성 부사장이 형 조현준(49) 효성그룹 회장과 임원들을 배임·횡령으로 고발한지 3년만에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군·국정원 정치공작 등에 대한 수사망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좁혀가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도 검찰의 사정 칼날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17일 오전 9시쯤 효성그룹 마포구 소재 효성 본사 및 효성관계사 4개소, 관련자 주거지 4개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4년 효성 ‘형제의 난’ 당시 효성가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회장을 고발하며 불거졌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조현준 회장을 포함한 효성 그룹 계열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조사 중 비자금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당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됐지만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가 최근 조사부로 넘어가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무일 총장이 검찰 수장이 된 순간 효성에 대한 수사는 이미 예견됐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무일 총장은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며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 사위 수사 등을 맡아 효성 실무진을 구속했었다.

문 총장이 효성 비자금을 수사할 당시는 이명박 정권 첫해였다.

효성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다. 조석래 전 회장의 조카 조현범(45)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결혼했다.

2008년 당시 검찰 수뇌부는 문 총장이 현직 대통령의 사돈 기업을 수사하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췄다. 그럼에도 문 총장은 비자금 관련자들을 구속했고 이로 인해 이명박 정권에는 물론 검찰의 눈 밖에 나게 됐다. 이후 문 총장은 요직에서 배제됐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의 비자금 중 일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비자금 수사는 의혹만 남긴 채 효성 총수일가와 관련없이 실무진과 일부 임원 선에서 마무리됐다.

효성의 비자금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비자금 수사 직후 조현준 회장이 회삿돈으로 미국 소재 부동산을 사들인 의혹이 제기돼 수사는 재개됐다. 조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010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013년에는 조석래(82) 전 회장과 조현준 회장이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국세청 고발로 인해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효성일가가 10여년동안 89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세금을 포탈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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