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진보성향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건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위원 제외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표이사의 경영권을 제약하려는 노조의 시도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 측이 제안한 하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 2개 안이 부결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재선임) 안건과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은 가결됐다.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건은 의결권있는 발행주식 대비 찬성률 13.73%, 출석수 대비 찬성률 17.73%에 그쳐 가결 기준인 각각 25%와 50%를 충족하지 못했다.

당초 이 안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이사제'로 분류되면서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KB금융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이 '찬성'을 결정했다고 알려진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노조 측은 주총장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노동이사제와 명백히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며 지지를 유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전국사무금융노조 KB국민은행 박홍배 지부장은 표결 전 발언을 통해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신분에서의 이사제이고, 이번 안건은 주식회사 법에 따라 주주 제안을 낸 것으로 서로 다르다"며 "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사가 KB금융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이사를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정관변경 안건도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안 당사자인 KB노조 측이 현장에서 철회했다.

노조는 지난 9월 하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요구와 함께 대표이사가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6개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바꿔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주 국민연금은(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대표이사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배제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관변경 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였다.

KB노조 측은 "국민연금공단의 의견을 반영해 대표이사의 계열사 대표인사 관여는 보장하되 '셀프연임'은 막을 수 있게 보완한 정관 개정안을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다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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