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해외건설] 도심 난공사 샤틴-센트럴 링크 C1109 건설 현장

▲ 삼성물산의 홍콩 지하철 공사 현장 모습. / 삼성물산 제공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삼성물산이 홍콩 첫 프로젝트이자 고난이도 공사에 첨단기술ㆍ안전시스템을 동원해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2012년 7월 수주에 성공해 내년 9월 완공을 앞둔 샤틴-센트럴 링크(C1109 구간) 공사가 그것이다.

샤틴-센트럴링크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구룡반도 동쪽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구룡반도 북부 샤틴부터 구룡반도 동쪽을 지나 홍콩섬 센트럴까지 연결하는 지하철 공사다. 그 중 C1109는 옛 카이탁공항 부지 바로 앞에 위치한 성웡토이(Sung Wong Toi)를 포함한 2개 역사와 총 연장 2.2㎞ 터널을 건설하는 구간이다.

홍콩 현지 건설업체 신총(Hsin Chong)과 조인트벤처로 참여했는데 총 공사비는 5억8950만달러다. 삼성물산 지분은 60%인 3억5370만달러(약 4035억원)다.

그간 삼성물산은 동남아시아에선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지하철 공사를 맡았다. 홍콩 진출은 처음인데 진입 장벽이 높고 글로벌 건설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따낸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수주까지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했다고 한다. 사전적격심사제도를 통과하기 위해선 현지에서의 공사 경험이 요구됐다. 현지 건설업체 신총과 사전 양해각서를 체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첫 진출 시도인 탓에 홍콩에서 쌓은 신뢰가 없었지만 그동안의 지하토목 시공 경험을 내세워 발주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책임관리로 도심 난공사 성공 수행…돌발변수도 거뜬

C1109 현장은 도심에 위치해 공사가 만만치 않았다. 홍콩의 구도심 지역은 도로가 좁고 건물들이 붙어있어 시공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 수행 구간이 노후 건물이 밀집된 도시 한복판에 있어 현장이 학교, 건물과 몇미터에 근접해 있다"면서 "안전관리는 물론 민원, 밀집된 교통통제, 도로 이설 등을 완벽히 수행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어려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지역은 노후 건물이 많아 땅속에서 굴착하는 경우 지반이나 건물이 가라앉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이 때문에 공사현장과 주변 곳곳에 모니터링 장치를 설치하고 24시간 땅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특히 건물 침하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인근 노후 구조물에 대한 3차원 상세 구조 검토를 개별 건물별로 사전에 수행했다.

도로가 좁고 건물이 밀집해 있다 보니 교통과 소음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차량통행 방해를 최소화하고 사고방지가 급선무였다. 복잡한 도심지에 대한 24시간 교통흐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공사구간 인접 통행로에서 자주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주요 혼잡 구간마다 안내 인력 30여명을 배치했다. 현장 주변으로는 방음벽을 설치하고 굴착공사는 주로 주간에 실시해 거주민과 통행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복잡한 지역에서 공사가 이뤄지다 보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공사 도중 성웡토이 역사 인근에서 중국 송나라 시대 유물이 발굴돼 공사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문화재 발굴을 위해 최소 10개월 정도 공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발주처는 지하철 개통시기가 늦어지는 걸 고민해야 했다.

삼성물산은 문화재를 정상적으로 발굴하면서도 시공 순서 변경 등 다양한 공기 단축방안을 발주처에 전달해 공사기간을 오히려 크게 줄였다.

처음 진출한 국가여서 생기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홍콩 시장은 언뜻 싱가포르와 유사할 것 같지만 운영방식이나 문화 등에 차이가 있어 초반 시행착오도 겪었다.

한 예로 광둥어를 사용하는 현지 업체들과 의사소통 문제가 어려움으로 꼽혔다. 현장직원들은 간단한 광둥어를 공부하고 먼저 말을 거는 등 협력사와의 소통에 신경을 썼다.

노후 주택이 가득한 지역에서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안전이다. 난공사를 수행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안전관리 능력 모범사례 평가…추가수주는 보너스

삼성물산은 'Safety First(안전 제일)'를 핵심가치로 삼고 공사를 진행했다.

C1109 현장은 지난 해 12월 기준 사고발생지수(Reportable Accident Frequency Rate) 0.129를 기록했다. 이는 MTR이 관리하는 공사 현장 중 최저치다.

홍콩 이코노믹 타임즈는 “향후 대형 도심지 공사의 표본으로 삼아야 할 모범 사례”로 C1109 현장을 지목했다.

C1109 현장은 발주처와 정부에서 주관하는 안전대상ㆍ모범현장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발주처인 MTRC(Mass Transit Railway Corporation)에서 주관하는 ‘MTR 안전대상’에서 총 4회 종합대상 현장에 뽑혔다. 이 행사는 매년 상ㆍ하반기 두 번 진행하는데 C1109 현장은 2014년 상반기 이후 4회 연속 종합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홍콩정부와 건설협회가 주관하는 건설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홍콩 모범현장상(CCSA. Considerate Contractors Site Award)'에서 최우수 모범 현장으로 2015년과 2016년 연속 선정됐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애초 2018년 9월 완공예정이던 공사는 예정 준공 시점보다 5개월 앞당겨질 전망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하철 공사를 따낸 지 약 4년 만인 지난해 7월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지반 개량공사를 따내 두번째 현지 수주에 성공했다.

총 공사비 3억4000만달러(약 3990억원) 규모로 홍콩 현지 전문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삼성물산 지분은 전체의 70%인 2억4000만달러(약 2817억원)다.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확장을 위한 1단계 공사로 제3활주로 공사를 위한 부지 매립 전에 해저 수심 약 7m 아래 연약지반을 개량하는 어려운 공사다. 품질과 안전관리 규정이 엄격한 홍콩 건설시장에서 정부가 발주한 난이도 높은 공사를 따내 앞으로 홍콩에서의 추가 수주에도 긍정적 신호탄을 쐈다. 공사기간은 20개월로 내년 3월 준공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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