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식료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월마트의 모습. 월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IBM과 함께 식료품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시켜 왔다. <사진=월마트>

블록체인으로 '식품 안전성' 극대화 가능...원산지 확인까지 '2초'

미국선 이미 시범운영...중국도 정부차원 2020년까지 실용화 추진 

대형마트 3사 "블록체인이 뭐죠?"...정부도 블록체인 먼 이야기일 뿐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블록체인’, 공공 거래 장부라는 신기술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이 해킹 등을 방지하고 화폐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어느 산업보다 블록체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온라인상의 공공 거래 장부라고 볼 수 있다. 중앙 서버에서 정보를 기록 보관하는 것이 아닌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 등을 막는 기술이다. 

IT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물류’ 산업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 물류에 도입되면 국내에서 매년 문제가 되는 식품 사고에 대처하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빨라질 뿐 아니라, 누구나 안심하고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오게된다는 것이다. 

이미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블록체인을 도입해 시범 운영단계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내 유통기업에 블록체인 기술의 진행 정도를 물으면 “블록체인이 뭐죠?”라는 반문을 듣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가짜 백수오 사건, 대장균 시리얼 사건 등 항상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기업의 양심에 소비자의 안전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식품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어떤 나라보다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소비자가 QR코드만 찍으면 식품의 원산지부터 유통 단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블록체인이 바꾸는 유통업계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이나 단체가 중앙서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대형마트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원재료 생산부터 식품가공, 운송, 판매 단계를 한 번에 관리하려면 이 모든 정보를 담은 중앙서버와 함께 막대한 양의 데이터, 네트워크 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출되는 관리비용과 고용 인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생산자, 제조자, 운송자, 판매자가 각각 온라인상의 가상 장부에 정보를 Input(입력)해 이를 하나의 정보로 다룰 수 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는 판매자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상의 정보를 통해 식품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버섯을 생산하는 생산자가 키워낸 버섯을 출하할 때 가상장부에 출하일과 출하장소를 입력한다. 이후 운송자는 버섯을 차에 실은 날짜부터 창고에 보관한 시간, 판매자에게 운송을 완료한 시간 등을 가상장부에 기록한다.

판매자는 버섯이 입고돼 판매대에 오른 시간 등을 입력한다. 최종적으로 소비자는 각각의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된 정보를 바코드, QR코드 등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정보관리에는 한 기업이 정보를 취합해 중앙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 아닌 각각 블록체인 장부를 만들어 공유하는 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분산원장기술)이 적용된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중앙서버를 만들고 관리할 필요없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 단계만 지나면 정보를 입력하는 직원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정보 입력자가 분명하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도 분명하다.

각종 식품, 유통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 사고자 하는 제품의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월마트는 IBM과 손잡고 지난해 10월부터 미국과 중국에서 일부 제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 적용해 왔다.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의 출처를 파악하는 실험을 했는데 단 2.2초만에 원산지를 포함한 식품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국내의 경우는 식품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전수조사 등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주일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같은 원리로 전염병 등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전염병이 발생한 후 해당 정보를 담당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명령을 다시 하달 받아 전수조사에 돌입해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은 국민이 전염병에 대처하는 시간을 느리게 만들 뿐이다. 

반면 각 지자체가 해당 정보를 직접 다루고 입력해 블록체인 기술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정부의 발표를 따로 기다릴 필요없이 국민이 직접 정보를 찾아 전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제 미국의 전염병통제예방센터(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이 블록체인 기술을 전염병관리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블록체인 도입 유통·물류사 전무...가상화폐에만 집중

국내에서는 일부 금융 거래에만 블록체인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3사는 블록체인 도입 검토 자체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대형마트 업계는 일부 신선식품에 대해서만 유통관리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는 기업이 직접 정보를 취합해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여러 식품군으로 확대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마저도 소비자에게는 식품안전법에 따른 원산지 표기만 제공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까마득히 먼 미래의 기술”이라며 “도입은 고사하고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거창한 발표와는 달리 실행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최근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사업 2차 신규지원 대상과제'에서 정보보호 핵심 원천 사업의 R&D바우처(블록체인) 지원 대상자로 블록체인 기반의 프라이빗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연구 중인 한국전자인증과 서울대학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사업 기간은 내년 5월까지며 지원 금액은 4억8000만원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해당 연구 결과가 나오면 우선 일부 정부기관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결론적으로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일부 정부부처에만 도입이 시작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과 같이 소비자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식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아직은 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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