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의 자회사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의 포스터 이미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과금유도 없이 콘텐츠로 승부

국산 게임 3사 매출 2조원 시대...여전히 과금경쟁 '판박이' 게임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열기가 대단하다. 현재 정식 출시가 아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얼리엑세스(Early Acess, 유료 베타) 버전을 출시한 수준임에도 11월 초 기준 2000만장의 판매고와 동시접속자 250만명이라는 국내 게임산업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PC방 점유율도 27%대로 수년간 1위를 독점한 라이엇의 ‘리그오브레전드’를 제쳤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온라인 게임 정통 강자인 넥슨과 넷마블이 게임 기업 역사 상 첫 연 매출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국내 3대 게임 기업은 모두 올해 최대 실적을 새로 쓸 전망이다.

특히 넷마블의 인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은 단일게임으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리니지2 레볼루션은 11월 15일 열린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나란히 대통령상인 대상과 국무총리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다만 두 게임의 성격은 분명히 갈린다.

배틀그라운드는 한 번의 결제로 추가적인 과금이 필요 없는 패키지 게임이지만,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추가적인 과금을 유도하며 플레이어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이다.

그 동안 게임업계에서는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개발을 지양해 왔다.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비용 대비 벌어들이는 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리니지2 레볼루션은 ‘돈이 되는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를 1조원 클럽에 가입시킨 게임도 새롭게 개발된 게임이 아닌 20년 전 출시한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이다. 기존에도 현금 거래가 과열됐던 리니지를 과금 유도가 손쉬운 모바일에 넣음으로 수익창출을 한 셈이다.

(위쪽부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로고.

◆ 국내 게임 3사, 역대 최대 실적...내용은 글쎄

바야흐로 게임산업 2조원 시대가 열렸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8559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인 1조9358억원에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넷마블은 올해 3분기까지 1조809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매출인 1조5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게임 리니지M에 힘입어 3분기 누적 1조2254억원을 기록해 첫 1조원대 매출을 돌파했다.

이미 4분기도 한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넥슨과 넷마블은 이미 연 매출 2조원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게임 3사의 공통 키워드는 ‘모바일 게임’과 ‘해외진출’이다.

우선 넷마블은 올해 3분기 매출 5817억원, 영업이익 1118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리니지2 레볼루션의 3분기 매출 비중은 45%에 육박한다.

해외매출은 전체 매출의 71%에 해당하는 4102억원이다. 여기에 올 하반기 리니지2 레볼루션이 북미에 진출했으며 사드 보복으로 막혔던 중국시장 진출도 해소돼 매출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은 3분기 매출 6151억원, 영업이익 2312억원을 기록했다.

넥슨 역시 모바일게임 신규 모바일 게임인 ‘다크어벤져 3’, ‘Axe(액스)’ 등을 출시하며 모바일 게임 매출 1390억원을 달성했다.

해외매출은 374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엔씨소프트는 3분기 매출 7273억원, 영업이익 3278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국내 매출은 6310억원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20년 전 개발된 리니지가 모바일 전용으로 출시되며 수많은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했다.

리니지는 국내 게임 중에서 현금거래가 가장 활발한 게임으로 유명하다. 수천만원에 호가하는 아이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존에도 현금거래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니지가 과금유도가 손쉬운 모바일을 만나자 날개를 단 것이다.

국내 게임 3사의 선전은 결과적으로는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긍정적이나 내용면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 등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아닌 비슷한 방식의 게임을 양산한 후, 모바일 과금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첫 출시에는 다소 인기를 끌지만 이후에는 소수 유저들의 과금경쟁으로 수익이 창출된다. 신규 유저들은 높은 진입장벽을 느끼게 되고, 과금경쟁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유저들은 점차 이탈하게 되는 것이 일반이다.

결과적으로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과금경쟁만 과열된다.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서버통합’, ‘신규서버출시’ 등을 통해 새로운 과금경쟁 무대만 마련하면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한 리니지2 레볼루션 유저는 “초창기 50명에 달했던 혈맹 인원이 이제는 절반 정도만 남았다”며 “계속되는 과금에 지쳐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매달 몇십만원은 기본이고 백만원단위도 사용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리니지M의 경우는 과금경쟁이 더욱 심하다.

아이템 거래 중계사이트에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아이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게임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다이아를 구매하기 위해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현금거래를 하는 유저들도 허다하다.

PC게임부터 리니지를 즐겨왔던 리니지M 유저는 “기존의 리니지 유저였다면 당연히 받아들인다. 리니지는 게임 자체가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더욱 수월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며 “당연한 얘기지만 문제는 그 한도가 없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쓴 사람은 그 만큼의 보상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저가 유저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니지M 출시에 앞서 미리 게임에 투자할 현금 수백만원을 준비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게임 시장에 중소·중견 게임개발사들은 리니지를 모델로 좋은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돈을 벌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치중하게 된다.

넥슨, 넷마블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각종 게임에 과금을 적용해 유저들이 끊임없이 과금경쟁을 하도록 만든데 있다.

넷마블이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의 현금결제 상점. <사진=리니지2 레볼루션 캡쳐>

◆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이 주는 교훈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더욱 눈에 띈다.

토종 게임이 과금요소를 제외하고 게임 콘텐츠만으로도 수익창출 뿐 아니라 게임성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대 게임개발기업 블리자드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등지의 우수 해외 게임개발 업체가 취했던 방식이다.

배틀그라운드는 11월 3주차 기준 약 27%로 PC방 점유율 1위다.

PC방 점유율 상위 10위 게임 중 국산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피파온라인3,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5개다.

이들은 모두 현금결제를 통해 유저에게 차별화된 게임환경을 제공하는 과금유도 게임이다.

부동의 1위를 유지하다 최근 배틀그라운드에 1위 자리는 내준 점유율 2위 리그오브레전드, 3위 오버워치, 6위 스타크래프트, 8위 디아블로3는 모두 해외 게임업체가 개발한 게임이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블리자드가 개발한 패키지 게임으로 게임 구매 결제 후 추가 요금결제가 불필요한 게임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캐릭터 구매나 캐릭터스킨 등에 현금결제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 플레이환경은 현금결제 유저와 미결제 유저가 차이가 없다.

국내 게임 중 과금유도나 현금결제, 사행성 등을 제외하고 게임콘텐츠로만 승부해 점유율 10위에 들어간 것은 매우 보기 드문 모습이다.

11월 24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배틀그라운드로 몰리게 되면 점유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11월 14일부터는 카카오게임과의 제휴를 통해 카카오서버를 출시, PC방에서는 3만2000원의 배틀그라운드를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해 이달 중 점유율 30%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펍지주식회사는 11월 22일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PC온라인게임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개발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의 게임 개발사들은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그래픽을 덧씌운 현금유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수백, 수천만원을 투자한 유저들은 그저 반복된 게임만 하다 지치는 게 다반사다.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재미있는 게임보다는 과금을 더욱 유도할 수 있는 게임개발만 하게 된다. 이는 종국적으로는 국내 게임산업을 후퇴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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