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국영화특선 '왕의 남자' 26일 (일) 밤 10시 55분

왕의 남자

왕의 남자=감독 : 이준익/출연 :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제작 : 2005년/러닝타임 : 119분/나이등급 : 15세.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00년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석권, 2001년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등 유수의 상을 받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爾(이)>가 바로 그것. 

연극 <爾(이)>는 왕으로부터 爾(이)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았던 광대 공길이 권력의 맛에 취해 자신의 본질을 잊지만, 결국 광대 본연의 풍자정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소학지희(笑謔之戱)'를 통해 풀어낸 수작이며 영화 '왕의 남자'는 여기에 드라마틱한 광대들의 삶과 화려한 공연을 더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욕망에서 야기되는 화려한 비극을 보여주는 <왕의 남자>는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에 픽션을 가미한 드라마다.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했던 실존인물은 '연산군'과 '장녹수'. <왕의 남자>는 이들을 그동안 정형화됐던 폭군, 요부로 그리지 않고 숨겨진 내면의 고독함과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왕의 남자>는 최고 권력자나 시대의 영웅에 초점을 맞추었던 여타의 시대극과는 달리 미천한 신분이지만 정해진 운명을 신명으로 바꿀 줄 알았던 광대가 주인공이다. 

놀이판에서 신명 나게 노는 것만을 위해 살고,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이 없다는 호탕한 삶을 사는, 죽어서도 왕이 아닌 광대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광대들. 

줄타기, 접시 돌리기 등의 재주뿐만 아니라 시류를 풍자하는 해학, 촌철살인의 유머로 조선최초의 궁중광대가 된 그들이 펼치는 공연은 현대의 '개그콘서트'를 보는 양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목숨을 담보로 왕을 웃겨야 했던 광대들의 놀이판은 화려하면서도 섬뜩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 왕의 남자 줄거리

조선시대 연산군 시대.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 분)은 힘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분)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정진영 분)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 분)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 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앙칼진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喜樂園)을 마련해 준다.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신바람이 나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왕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중신들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감지한 왕이 중신 중 한 명을 웃지 않는다며 탐관오리라는 명목으로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엔 긴장감이 감돈다.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자, 흥을 잃은 장생은 궁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공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겠다고 한다. 그 사이 왕에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를 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왕의 관심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휩싸인 녹수 역시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 왕의 남자 감독 이준익

1987년 광고기획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준익 감독은 파격적인 형식의 가족영화 <키드캅>을 연출한 이후 영화사 ㈜씨네월드를 운영해왔다.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등의 흥행 작품 제작은 물론이고 <벨벳 골드마인>, <메멘토>, <헤드윅> 등 작품성 면에서 빼어난 외화들을 수입·배급하면서 영화를 바라보는 남다른 감각을 과시해왔다. 

2003년에는 퓨전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황산벌>을 제작·연출해 전국 29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역시 사극이다. <황산벌>이 실험정신이 가득한 퓨전사극이었다면 <왕의 남자>에서는 전작의 노하우를 살려 더욱 더 견고하고 짜임새 있게 표현될 정통 사극 드라마를 선보인다. 

<왕의 남자>는 개봉 첫 주 전국 115만(서울 21만, 전국 84만)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개봉 9일 만에 200만을, 그리고 개봉 두 달여 만인 2006년 3월 5일 1175만명을 돌파함으로써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6000명)가 기록했던 역대 흥행 기록을 경신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라디오 스타>(2006), <즐거운 인생>(2007), <님은 먼곳에>(2008),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평양성> (2010), <소원>(2013) 등을 발표했다. 

최근작으로 송강호, 유아인 주연 <사도>(2015),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2016), <박열>(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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